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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산과 물이 만든 신비 제주 서귀포 쇠소깍
작성일
2015-12-02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454

화산과 물이 만든 신비 제주 서귀포 쇠소깍 뭍에 겨울이 오면 모든 것이 생기를 잃고 움츠러든다. 제주의 겨울은 다르다. 그곳의 겨울은 사정없이 부는 찬바람에도 까만 돌담 너머 감귤이 주황빛으로 익어가는 계절이다. 감귤의 주황빛 덕분에 제주의 겨울은 풍요롭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감귤이 지천에 널린 제주에서도 그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곳이 효돈이다. 그리고 그 효돈에는 감귤만큼이나 유명한 절경, 쇠소깍(명승 제78호)이 있다.

 

화산이 만든 이국적인 제주도 풍경

제주 사람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뭍사람들에게 제주도는 휴식과 같은 말이다. 1년내내 따뜻한 기후와 이국적인 정취를 가진 이곳은 해외여행 못지 않게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고대 탐라국耽羅國으로부터 이어져온 수많은 역사 유적들과 고유한 민속 문화, 뭍에서는 볼 수없는 까만 돌들과 까만 땅이 만들어낸 제주의 풍경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제주를 가장 제주스럽게 만든 일등공신은 화산활동이다. 화산 동굴, 오름 같은 독특한 지형은 제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효돈의 쇠소깍도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골짜기로 한라산 백록담부터 내려오는 효돈천의 물줄기가 깊은 계곡을 만든 것이다. 한때 숨겨진 명소였지만 ‘숨겨진 명소’란 말 자체가 시한부 인생이듯, 요즘 쇠소깍은 주차장마다 자동차요 산책로마다 사람 천지이다.

감귤이미지

 

쇠소깍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

쇠소깍를 즐기는 방법은 모두 세 가지이다. 먼저 쇠소깍 계곡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이다. 나무데크로 만든 산책로를 걷는 것은 울창한 송림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쇠소깍의 절경과 숨바꼭질하는 듯한 재미가 있다. 두 번째는 쇠소깍 상류 쪽 산책로 끝에 난, 길 아닌 길을 따라 쇠소깍 아래로 내려가 보는 것이다. 상류에 펼쳐진 올록볼록한 용암지형을 만끽하거나 눈을 반대로 돌려 계곡에서 카약을 타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과 자연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직접 테우나 카약을 타고 계곡의 물높이와 눈높이를 맞춰보는 방법이 있다.

쇠소깍을 좀 더 동적으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 청년회에서 운영하는 제주 전통배 ‘테우’를 타보기로 했다.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타겠냐는 매표원 말에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테우는 통나무 10여 개를 모아 그 옆구리를 파낸 후, 기다란 나무창(가새)을 박아 연결하여 만드는 제주도 전통 뗏목이다. 허술해 보이지만 제주 사람들은 이 배로 해안 인근에서 자리, 옥돔, 우럭등의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가운데 돛을 매달아 섬과 섬을 왕래하기도 하였다. 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에도 뒤집히지 않도록 테우 바닥을 넓고 평평하게 만들었고 파도에 발이 젖지 않도록 가운데 평상을 설치하였다. 이 평상에 올라가 노를 저어 나가는데 생각만큼 테우를 모는 것이 쉽지않아 전문 테우꾼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물 위, 물 아래, 모두 꿈결같다

쇠소깍의 테우는 잔잔한 계곡 끝과 초입을 오가기 때문에 노를 젓는 전통 방식이 아닌 삼척의 갯배처럼 줄을 끌어 앞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족히 20명도 넘게 승객을 태운 테우가 서서히 줄을 따라 움직이고 배의 움직임에 따라 천천히, 파노라마 같은 풍광이 옆으로 스쳐간다. 화산지형이 만든 다채로운 모양의 협곡과 그에 어우러진 난대성 나무들이 만들어낸 풍경은 동남아 밀림의 어디쯤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절벽바위 틈틈이 자리를 잡고 자라는 넝쿨과 나무들이 애틋하고 장하다. 테우꾼이 돼지코니 부엉이니 하며 바위 이름을 가르쳐준다. 이름 하나 말할 때마다 바위에 숨은 그림을 찾기 위해 구경꾼들 고개가 모두 그쪽을 향한다.

01. 쇠소깍의 테우는 잔잔한 계곡 끝과 초입을 오가기 때문에 노를 젓는 전통 방식이 아닌 삼척 의 갯배처럼 줄을 끌어 앞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테우 아래에는 효돈천을 타고 내려온 민물과 용천수, 바닷물이 어우러져 맑고 오묘한 에매랄드 빛을 낸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이 물에 한철 살이 오른 어른 팔뚝만한 숭어 떼가 힘차게 물위로 튀어 오른다. 산란을 위해 민물로 올라온 숭어는 요즘이 제철이다.

배가 상류까지 오고가는데 40분, 배에서의 시간은 땅에서보다 열배는 느리게 느껴진다. 꿈결처럼 주위는 정지되어있고 나의 시간만 천천히 흐르는 묘한 기분이다. 재담을 뽐내는 테우꾼의 말과 휘파람 소리가 아련하다. 이제 테우에서 내릴 시간, 테우속도에 몸도 적응했는지 뭍에 내리자 다리가 휘청한다.

선착장 건너에는 검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하효 쇠소깍 해변이다. 상류로부터 내려온 현무암 부스러기들이 부수어지고 가라앉아 해안은 온통 검은 모래 세상이다. 해변에는 곧 파도에 지워질 연인들의 언약이 있고 아이들의 깨알 같은 웃음소리가 있다. 보는 것만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는지 제법 쌀쌀한 바람에도 신발을 벗고 바다에 들어간 젊은이들의 웃음이 환하다. 바다 위 멀리에는 이제 막 잡히기 시작한 방어를 잡으려는 배들이 쌀알처럼 흩어져있다. 지나치는 바다가 아쉬워 시원한 바닷바람을 몸속에 가득 채울 요량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한라산을 바라보며 길을 나선다.

02. 쇠소깍 가까이 남원읍 하례에는 서귀포 농업기술센터가 있 다. 농업기술센터는 전국 어디에나 있지만 이곳에는 특별히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는 제주농업생태원이 있다.

 

동백미로가 반기는 제주농업생태원

쇠소깍 가까이 남원읍 하례에는 서귀포 농업기술센터가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전국 어디에나 있지만 이곳에는 특별히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는 제주농업생태원이 있다. 입구부터 탱자나무에 샛노란 탱자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감귤품종 전시실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감귤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매달려있고 비닐하우스 안 망고나무에는 초록빛 망고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곳의 백미는 제일 안쪽에 위치한 미로원이다. 분홍과 붉은 동백으로 만든 미로원의 꼬부랑길을 따라 가면 가운데 둥근 5m 높이의 전망대가 나온다. 단단한 돌계단을 오르면 어느새 전망대 끝, 농업생태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이랑을 이루고 있는 녹차나무가 애벌레처럼 보이고, 언덕 위에는 노지 감귤들이 주황빛으로 반짝인다. 누렇게 감물을 들인 광목천이 제주 산간 바람을 타고 한꺼번에 흩날리고 이제 막 봉우리를 맺기 시작한 동백이 슬쩍슬쩍 자신의 색을 보여준다. 멀리에는 서귀포 앞바다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더 없이 풍요롭고 한가하다. 제주는 어디든 이렇게 종일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다.

03. 쇠소깍 상류 효돈천 계곡. 쇠소깍은 한라산 백록담부터 내려오는 효돈천의 물줄기가 깊은 계곡을 만든 것이다.

 

글. 김새별 사진.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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