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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의 상징, 大門
작성일
2015-01-09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8062

집의 상징, 大門. 집 앞에 설치한 대문大門은 사람이 드나드는 기능 외에도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집안 또는 그에 속한 사람들을 일컬을 때 가문家門또는 문중門中이라는 말을 쓴다. 여기에‘문門’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집 전체를 드나드는 대문이 집 자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01. 집의 얼굴이자 상징으로서, 예로부터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 온 대문.

집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

집의 얼굴에 해당하는 대문에는 집안의 자랑거리를 내걸어 주변으로부터 존경받기를 원하였다. 또한 대문을 길흉화복이 집안으로 드나드는 곳으로 여겼기 때문에 여기에 좋은 기氣를 받아들이고 나쁜 기氣를 막고자 하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대문은 풍수적으로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대문은 안방, 부엌과 함께 양택삼요陽宅三要의 하나였다. 즉 집의 배치에 있어서 대문과 안방, 부엌의 위치 관계는 집안의 길흉화복을 좌우하는 것으로 대문의 위치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이처럼 대문은 사람과 물건이 드나드는 입구로서, 집의 얼굴이자 상징으로서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 존재 중 하나였다.

문고리사진

02. 창덕궁 낙선재(보물 1764호) 솟을대문의 문고리. 03. 강릉 김윤기가옥(강원도 문화재자료 제38호) 대문의 입춘방.

형식에 상징을 담다

대문은 가세家勢와 신분에 따라 시골 민가의 사립문에서 사대부가의 솟을대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설치된다. 그러나 대문이 지닌 상징성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신분이 있고 경제력을 갖춘 집에서는 대문을 번듯하게 꾸미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집에서는 네 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덮은 대문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문 양 옆으로 바로 담장이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다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대문 옆으로 마구간과 청지기방 등이 연속 된 대문채를 형성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었다. 이때 대문의 지붕 높이를 대문채 지붕 높이와 같게 한 평대문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으나 더욱 격식을 높여 대문채보다 높은 솟을대문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대문은 길가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꺾인 골목길을 만들어 대문이 큰길에서 보이지 않도록 숨겨 놓은 경우도 있다. 이 모두는 집주인의 생각과 성격, 신분과 경제적 능력 등을 반영한 것이다.

솟을대문의 높이와 구조는 집주인의 신분, 특히 집주인이 타고 다니는 탈것과 관계가 있다. 신분이 높은 사람은 말이나 초헌 등과 같은 것을 타고 다녔는데, 이것이 솟을대문의 높이에 직접 영향을 준다. 초헌이나 물건을 나르는 바퀴 달린 수레가 편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문 아래에 턱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턱을 만들더라도 그 높이를 낮게 하여 사람의 출입을 편하게 하고자 하였다.

04. 대문 좌우로 담장이 연결된 경주 양동관가정(보물 제442호)의 대문.

이를 위해 하인방을 중앙 부분이 아래로 휜 월방月枋형식으로 만들거나 하인방에 수레바퀴가 지날 수 있는 홈을 파기도 하였다.

한편 집의 바깥 담장 한쪽,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대문 과는 별도의 문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작고 좁은 문이라는 의미에 서 협문夾門이라 부르는데, 일각문一脚門형식으로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각문은 좌우로 기둥을 하나씩 세웠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 기둥이 하나로 보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문이 공식적인 문임에 반해 이 협문은 비공식적인 문으로 집안 여성이 나 시종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사용되었다. 이밖에 담장으로 구획된 마당 사이에도 출입을 위해 협문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

대문 안에도 여러 개의 문을 설치하였다. 바깥마당과 사랑마당, 바깥마당과 안마당 또는 사랑마당과 안마당 사이에 설치한 문을 중문中門이라고 부른다. 사대부가라면 바깥마당이나 사랑마당에 서 안마당으로 통하는 곳에는 반드시 중문을 설치하였다. 이때 중문에는 내외벽(가림벽)을 설치하여 바깥에서 안마당이 보이지 않도록 하였다.

05. 제천 후산리 고가(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85호)의 사립문. 06. 꺾어진 골목길에 숨겨진 해남 윤씨 녹우단(사적 제167호)의 솟을대문. 07. 초헌과 말을 탄 주인이 드나들 수 있는 높이를 고려해 지붕을 높게 만들고 하방을 설치하지 않아 문턱이 없는 운현궁(사적 제257호)의 솟을대문.

기능과 꾸밈을 위한 디테일

대문의 문짝은 띠장이라 부르는 긴 각목에 의지해 든든한 판재를 잇대어 만든 판문(판장문)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판재를 이어 붙일 때에는 그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턱, 즉 쪽매 를 이용하였다. 판재는 띠장에 못을 박아 고정하는데 못을 숨기지 않고 못 머리를 크게 만들어 노출 시켰다. 여기에 방환이나 원환, 국화쇠 등과 같은 쇠장석을 설치해 장식적인 효과를 내도록 하였다. 또한 더욱 든든한 문짝을 만들기 위해 띠장에 주먹장을 만들어 판재에 판 홈에 끼워 넣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문짝은 기둥에 의지해 위아래에 수평으로 설치한 인방에 의지해 두툼한 나무로 만든 둔테목에 든든하게 고정 시켜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둔테목은 기둥에 붙여 수직으로 세운 주선에 의지해 수직으로 세워 만들거나 주선에 구멍을 뚫고 말굽형의 나무를 끼워 만들기도 하였다. 이렇듯 문을 고정시키는 방법은 목수의 기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문의 회전으로 문둔테가 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둔테 위에는 문짝과 맞닿는 곳에 철판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또한 문에 견고함을 더하기 위해 쇠로 만든 띠쇠로 문짝을 감싸기도 하였다. 문 안쪽에는 빗장을 설치하고 문 바깥에는 철물을 이용해 문고리를 설치하였다.

문고리사진

문둔테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조각을 하여 문을 장식한다. 판재를 띠장에 고정시키기 위한 못 머리와 방환, 국화쇠, 그리고 문을 든든 하게 만들기 위해 덧붙인 띠쇠와 문고리 등의 철물, 즉 쇠장석은 모 두 문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장식으로 사용된 요소들이다. 빗장도 단순한 기능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집안 식구들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조각을 하기도 한다. 거북이 모습으로 조각한 것이 가장 많 은데, 집안 식구들의 무사안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장식을 하여 꾸미는 것은 대문이 출입의 기능을 가질 뿐 아니라 집의 상징으로 염원을 담아 꾸밀 만한 가치를 지 니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장식으로 인해 비슷한 것 같은 대문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집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복을 들이는 신성한 공간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라는 말이 있다. 대문을 열어 복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중국 주택에서는 집 전체를 대칭으로 배치하면서 대문만은 중앙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곳에 배치한 것을 볼 수 있다. 대문을 중앙에 두면 집 안에 있는 복이 쉽게 바깥으로 빠져 나가므로 그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 다. 그러나 우리는 대문을 통해 복이나 좋은 기氣가 들어 온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입춘이면 정갈한 마음으로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과 ‘건양다경建陽多慶’ 이라 쓴 입춘 방을 붙여 집안에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였다. 또한 ‘광명정대光明正大’ 등과 같은 좋은 글귀를 써 붙이기도 하였다. 대문을 통해 좋은 기氣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나쁜 기氣도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용龍, 호虎’ 등의 글귀를 써 붙이거나 대문 상방에 호랑이뼈나 가시나무를 걸어 놓기도 하였다. 이 모두가 나쁜 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지붕에 올린 망와에 눈을 부릅뜬 얼굴을 새겨 놓는 것처럼 대문에 집지킴이를 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기가 태어나면 부정한 사람과 잡귀가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줄을 치는 곳도 대문이었다. 대문은 집안의 자랑거리를 내거는 곳이기도 하였다. 대문 상인방 위에 홍살을 설치하고 충신과 효자, 효부 등의 정려旌閭를 내걸었다. 홍살과 정려는 나라에서 하사한 것이 아니면 설치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문에 홍살과 정려를 설치하는 것은 집안의 자랑이었으며, 그 자체로 주변의 존경을 받을 만한 것이었다.

 

08. 구례 운조루 대문에 걸려있는 호랑이 뼈.

 

글·사진 김도경 (강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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