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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계단식 논, 자연의 선물을 경작하다
작성일
2024-01-3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96

계단식 논, 자연의 선물을 경작하다 01.중국 위안양티톈 내 라오후쭈이티톈

살아있는 유산: 삶과 자연의 균형

자연은 인간 삶의 터전이며, 인간은 자연에 존재하는 일부이다.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질서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연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된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 자연을 대상으로 조화와 순응, 도전과 응전의 관계를 지속해 왔다.


그 가운데 땅의 형태는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수천 년의 긴 세월 동안 인간이 이룩한 농경문화 속에서 자연 지형에 조응한 독특한 유산의 사례가 곧 계단식 논이라 하겠다. 이는 식량 확보를 위해 자연에 순응하여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자연에 맞서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고투의 상징이다. 계단식 논의 기원은 벼농사가 시작되고 정착농업을 형성하는 시기와 비슷하며,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계단식 논은 수전(水田)의 도입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경사지를 개간해 논을 일구는 과정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일이란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고, 산지의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가두는 장치가 자연스럽게 발달하였다.


일반 평지형 논과 다르게 경사지에 위치한 계단식 논은 중산간 지역이라는 열악한 환경으로 농지로서 기능성은 낮지만, 장래의 식량 문제를 고려했을 때 쌀의 생산 기능을 간과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인간 생활과 관련한 계단식 논의 다면적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논흙이 수분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 보수(保水) 기능, 물을 저장하는 작은 ‘댐’ 역할을 통한 홍수 방지, 수자원 함양, 토양 침식 방지 등 국토 보전 기능, 미생물과 곤충을 비롯한 친환경적 생태서식처 제공, 기타 광합성작용을 통해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등 지구의 탄소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02.중국 위안양티톈 하니족 마을 전경 03.필리핀 바나우에 라이스테라스 마을 입구

자연의 예술성을 담은 농업 방식

아시아 지역에서 쌀과 논은 문화적 구조 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일본, 중국, 필리핀 등지에서 계단식 논을 통한 벼농사는 삶의 방식 자체로 해석할 수 있다. 계단식 논은 벼농사를 짓고 살아가기 위해 산비탈을 개간하여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조화를 이룬 자연유산으로 국내에서는 남해 가천마을 계단식 논인 다랑이 논이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세계 각지에 위치한 유수의 계단식 논에서 인류가 만들어 낸 유산의 우수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계단식 논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국내에 위치한 남해 가천마을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농경지 형성 과정에서 비롯된 고유성, 희귀성, 특수성 등이 인정되어 2005년 명승으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른다. 한국에서 다랑이 논은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 따위에 있는 계단식으로 된 좁고 긴 논배미(≒논다랑이)를 일컫는다. 유네스코(UNESCO)에서 농업경관 형태로는 최초 인정된 필리핀의 코르디예라산맥 일원의 바나우에 계단식 논 군락은 1963년 미국 여행잡지에 소개되면서 방문객 수가 많아졌고,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 바나우에는 농사에 사용될 물을 확보하기 위한 부족 간의 전투행위 중 적군의 머리를 베는 ‘Head Hunter’ 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자연과 문화의 공동작품 관심의 증대는 중국 윈난(云南)성 훙허(红河)주 위안양(元阳)현의 아이라오산(哀牢山) 남부에 위치한 ‘위안양티톈(元阳梯田)’의 지정으로 이어졌다. 이곳은 위안양에 사는 소수민족 중 하나인 하니족(哈尼族)의 대대로 내려온 문화유산으로, 1840년 이후 중국의 급격한 산업의 변화 과정 속에서도 전통 생산과 생활방식을 지켜 나가고 있는 문화적 회복력이 인정되었다. 특히 위안양티톈은 3,000개 이상의 단을 형성하는 규모와 함께 봄철 물을 대는 시기에 석양에 반사되는 풍경은 일품으로 꼽힌다.


지속가능한 유산: 자연과 삶의 조화

지난해 5월, 기존 문화재 개념에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유산(Heritage)으로 발맞추고자 「국가유산기본법」이 제정되었다. 현재 ‘계단식 논’은 국가유산 중 대면적이고, 자연환경에 기반한 역사·문화 가치를 수반하며, 지역관광 연계가 가능한 ‘자연유산’ 중 명승의 유형에 포함되어 있다. 앞에서 소개된 계단식 논은 서로의 문화적·지리적 배경이 다르지만 전통지식에 기반해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다. 이렇듯 지속 가능한 유산의 발굴과 보존을 통해 생태네트워크 통찰력을 기르고, 현재 환경 문제로 시름하고 있는 세계인에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등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사진. 이창훈(국립목포대학교 조경학과 조교수/경상북도 문화재전문위원)
자료.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국립문화재연구원 자연문화재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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