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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유산 속 ‘작은’ 자연유산
작성일
2024-01-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56

세계유산 속 ‘작은’ 자연유산 지난해 9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제45차 세계유산회의에서 함안 말이산고분군을 비롯해 7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등재일은 9월 24일)됐다. 2013년 함안 말이산고분군과 김해 대성동고분군, 고령 지산동고분군이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된 지 약 9년 9개월 만의 쾌거였다. 00.말이산7호분 옆 왕벚나무

1천여 기에 육박하는 봉분 그리고 자연환경

세계유산에 등재된 7개의 가야고분군 중 ‘말이산(末伊山)’은 ‘머리산’을 한자의 음만 따서 표현한 것으로 ‘왕의 산’을 의미하며 1587년 편찬된 함주지(咸州誌)1)에 그 이름이 남아 있다.


고분군은 가야의 태동에서 멸망까지 가야의 중심 국가로 번성했던 아라가야(阿羅加耶)의 왕릉이라 소개할 수 있다. 고분군은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의 중심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2km의 낮은 독립구릉 위에 입지하고 있으며 전체 지정면적은 797,282.5㎡로 가야고분군 중 최대 규모다. 특히 가야고분군 중 가장 오랜 기간 순차적으로 조영되어 가야고분군의 변천 양상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고분군이다. 거대한 고분이 주능선과 가지능선 정상부를 따라 열을 지어 늘어선 모습은 세계유산으로서 경관적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1992년 마갑총 발굴로부터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 250여 기의 고분이 발굴 조사되었고 이른 시기 봉분이 없는 널무덤과 덧널무덤의 수까지 감안하면 고분은 1,000여 기에 육박한다. 대표 유물로는 보물로 지정된 5점의 상형도기와 수레바퀴, 오리모양도기, 마갑총에서 출토된 말갑옷과 환두대도 그리고 봉황장식 금동관과 중국 남조의 연꽃무늬 청자완 등이 있다.


1500여 년 시간을 넘어, 지난 8년 정비의 시간을 지나

필자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지금까지 말이산고분군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처음 말이산고분군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말이산고분군은 여러모로 위기의 상황이었다. 2015년 수목정비사업 과정에서 시공업체가 무단으로 작업로를 개설해 말이산고분군의 자랑이던 웅장한 경관이 훼손된 것이었다. 고분군 곳곳에는 시공업체가 미처 치우지 못한 폐목(廢木)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으며 파헤쳐진 작업로는 마치 큰 흉터와 같이 고분군에 남아 있었다. 낮에는 현장을 돌며 폐목 처리 및 복구 방안을 고민하고 저녁에 들어와 설계서를 검토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매일같이 고분군의 구석구석을 살피던 중 점차 새로운 희망의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벌목에서 살아남아 고분군 잔디와 함께 푸른 잎과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였다. 이들은 위기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주변의 야생화와 함께 고분군을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가꾸어주고 있었다.


그로부터 지난 8년간 말이산고분군정비사업은 역사적 진정성과 더불어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말이산고분군 내 정밀 식생 현황 조사를 실시했으며 2021년에는 자연환경 전체에 대한 정밀조사를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밀한 현황을 파악하여 고분군 내 자리하고 있는 유해 수종과 외래 수종을 제거했으며 보존 대상 수목은 이른바 ‘경관목(景觀木)’으로 분류하여 고분군 정비사업 시 별도의 보존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지속적인 예초사업으로 자생초화류의 보존과 경관 정비에도 힘써왔다.


1) 함주지: 조선시대 문신·학자 정구가 경상도 함안군의 연혁·인문지리·행정 등을 수록하여 1587년에 편찬한 지방지. 읍지. 민간에서 만든 것 중 가장 오래된 지방지다.


01.말이산7호분 섬잣나무(여름)

세계유산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노거수

고분군 정비사업과 수목정비사업의 완성도가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도 늘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말이산고분군을 키워드로 한 사진과 영상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대표적 경관목인 말이산 7호분과 8호분 사이의 왕벚나무와 그 옆의 섬잣나무를 중심으로 그 뒤로 펼쳐진 고분군이 하나의 포토존이 되어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면 사진을 찍기 위한 행렬이 줄을 잇는다.


2022년에는 드라마 <환혼>이 왕벚나무와 말이산고분군을 배경으로 촬영되었으며 말이산 1호분 옆 수령 70년의 살구나무는 벚꽃이 피기 전 이른 봄의 전령사가 되어 많은 사람이 고분군을 찾는 이유가 되고 있다. 또한 말이산 4호분과 45호분 옆 느티나무는 여름과 가을 풍성한 잎으로 장관을 이루며 고분군과 함께 또 하나의 명소를 이루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촬영팀이 ‘우영우 나무’의 후보지로 고분군과 이 두 나무를 답사하고 갔다. 아쉽게도 최종 대상은 창원 북부리 팽나무로 결정됐지만, 그만큼 이 두 나무와 고분군이 어우러진 웅장한 모습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곁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자연유산

지난해 9월 세계유산 등재 이후 말이산고분군에는 전년 대비 5배나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있다. 이곳을 처음 말이산고분군에 방문하더라도 자연스럽게 7호분 옆 왕벚나무와 섬잣나무, 4호분 옆 느티나무를 찾아 능숙하게 ‘인증샷’을 남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SNS의 위력을 느끼고 더불어 말이산고분군에서 나무가 지닌 ‘대중성’과 ‘상징성’이 새삼 더욱 크게 느껴진다. 말이산고분군과 같이 각 문화유산 속에는 그 고유의 역사적 가치를 배경으로 해당 유산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자연유산이 자리잡고 있다. 경주 대릉원의 목련, 부여 성흥산성 사랑나무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비록 단일 자연유산으로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그 경관적·대중적 가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특히 급격한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이들 경관목의 관리와 보수정비도 향후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말이산고분군의 대표 경관목인 7호분 옆 왕벚나무는 올해로 70세를 맞이했다. 기후변화와 수령의 영향으로 수세가 예전만 못하고 병해의 흔적이 보여 봄을 지나자마자 치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래도록 고분군과 함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후계목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벚꽃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봄의 말이산이 우리 후세에도 잘 전승되길 바란다.




글·사진. 조신규(함안군 문화유산관광담당관 가야사 팀장)
자료.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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