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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안에서 탄생한 고려청자의 정수(精髓),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
작성일
2024-01-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32

부안에서 탄생한 고려청자의 정수(精髓),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 고려가 건국된 초기에는 왕실 관련 행사는 물론이고 사신 접대를 위해 차의 이용이 증가하였다. 나라와 왕실의 안녕과 태평을 기원하는 팔관회에서도, 송나라와의 국교(國交)에서도 차는 중요한 의례로 사용되었다. 그 밖에 내치1)(內治)에서도 차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여 신하들이 상(喪)이 났을 때 차를 부의품(賻儀品)으로 하사한다든지 중형주대의(重刑奏對儀)2)에서 왕에게 진다(進茶)3)하고 참석한 대신들에게 차를 내는 의식을 행했다. 즉, 고려 초기에는 왕실을 중심으로 차의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다기(茶器)의 확보는 물론이고 생산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국내 차 도구의 수요는 청자완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고려 초기의 청자완은 별도의 문양 없이 측사면이 사선으로 뻗어 올라가는 형태로 유색이 올리브그린에 가까운 녹갈색 을 띠며, 굽의 형태가 해무리와 닮았다 하여 해무 리굽완으로 불렸다. 01.사진 1.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靑瓷陰刻蓮花唐草象嵌國花紋碗), 높이 6.9㎝, 입지름 16.6㎝, 밑지름 4.0㎝, 보물 ©리움미술관

청자완, 고아한 빛깔과 단아한 문양을 품다

고려 중기가 되자 청자 제작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청자완 역시 다양한 기형이 생산됐으며, 고려 초기와 달리 여러 가지 장식기법으로 다채로운 문양이 표현되기 시작했다. 리움미술관에 소장된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靑瓷陰刻蓮花唐草象嵌國花紋碗>(사진 1)은 높이 6.9㎝, 입지름 16.6㎝, 밑지름 4.0㎝로 일반적인 고려 중기 청자완보다는 약간 큰 편이며, 측사면이 완만한 곡선을 띠며 올라가 직립하는 구연4)으로 이어진다. 내면에는 세밀한 음각기법으로 연화당초문이, 외면에는 흑백상감기법으로 국화절지문이 시문되어 있으며, 은은하게 퍼져 있는 담청색의 청자 유약이 우아함을 자아낸다. 고려 중기에 제작된 청자 중에서 하나의 기물(器物)에 두 가지 장식기법이 시문되는 경우는 보기 드문 사례로 당시 최고의 청자 제작 기술로 구현된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자완, 다법(茶法)의 변화에 따라 품격을 갖추다

특히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은 고려 초기의 청자완과 달리 측사면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고려 중기에 제작된 청자완의 다양화는 당시 다법(茶法)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 초기에는 찻잎을 쪄서 떡덩어리(餠茶, 병차)처럼 말린 후, 차를 마실 때 찻잎을 갈아 솥에 넣고 끓는 물에 풀어 마시던 자다법(煮茶法)의 유행으로 청자완의 측사면이 사선으로 뻗어 올라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반면, 고려 중기에는 찻잎을 미세하게 갈아 수분을 증발시켜 굳힌 단차(團茶)를 다기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차선(茶筅, 솔)을 돌려 거품을 내어 먹는 점다법(點茶法)과 신선한 찻잎을 그대로 말려 따뜻한 물에 우려먹는 등 음다법(飮茶法)이 변화되면서 청자완의 측사면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02.사진 2.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 내면 ©리움미술관

전북 부안, 품격 있는 청자를 생산하다

13세기에 접어들어 전북 부안 지역에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자기제작소(瓷器所)가 설치되었던 전남 강진 지역보다 화려하고 완성도 높은 청자를 생산하게 됐으며, 강진 지역 청자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 시기 부안 지역에서는 고려청자에 보이는 일반적인 음각기법보다 좀 더 세밀한 음각선이 활용된 음각청자가 제작되었다.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의 내면 구연 아래에는 정교하게 장식된 당초문대가 둘러져 있으며, 그 아래로 세밀한 음각선을 이용하여 시문된 연화당초문이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런 문양 표현 방법은 부안 지역 청자의 특징으로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은 전북 부안 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 외면의 국화절지문5)은 꽃잎의 크기가 거의 동일하고 간격이 일정한 편으로 상·좌·우에 위치한 잎사귀는 반원을 찍은 듯 얇고 길게 표현되어 있고, 아래쪽으로 뻗은 줄기는 가늘고 얇으며, 끝자락을 날렵하게 마무리하였다.


고려 13세기, 완벽한 청자를 만들다

한편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처럼 하나의 기물에 두 가지 이상의 장식기법을 혼용하는 것은 13세기 들어 처음 확인되는 청자 장식 방법 중 하나로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은 내면에 음각기법으로 문양을 장식하고 외면에 상감기법이라는 새로운 조합으로 당시 최고의 청자 제작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3세기 들어 청자완의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고 청자잔의 제작이 증가하였던 상황에서 〈청자 음각연화당초 상감국화문 완〉 같은 완성도 높은 청자완이 생산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내치: 나라 안을 다스림.
2)중형주대의: 왕이 죄인에게 내릴 무거운 형벌을 결정하기 전에 신하와 함께 차를 마시는 의례.
3)진다: 임금에게 차를 올리는 일.
4)구연: 도자기의 입구, 입술 부분을 일컫는 말.

5)국화절지문: 국화꽃 끝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잎을 줄기에 연결해 완전한 국화를 표현.




글·사진. 김세진(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 문화재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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