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취임 백일! 문화재청장이 바라보는 문화재청
작성일
2004-12-23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390



문화유산은 인문정신의 꽃입니다. 그러므로 문화재 행정을 함에 있어 문화유산이 갖고 있는 인문정신이 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문화재관리국에서 문화재청으로 승격되어 위상이 높아졌으나, 아직도 문화재관리국 시절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규제와 지시에만 익숙해 있고 문화유산이 포괄하고 있는 정신적인 의미가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재의 발굴·복원·지정·등록 등에서 인문적 가치를 빼면 그것은 쇳덩어리, 돌덩어리, 종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화유산을 관리함에 있어 현재적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문화재청이 문화재관리국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 중 하나는 문화유산의 현재적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킬까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정신이나 정책이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유적전시관, 유물기념관이라고 하는 판에 박힌 집이 있습니다. 70년대에 콘크리트 집이나 한옥에다가 미색 수성페인트 칠을 해 놓은 그 집이 전국에 퍼져 있습니다. 지금도 유물전시관을 짓는다고 하면 전부 그런 집을 설계안으로 가지고 오는데, 우리는 거기다가 지원금을 주고 있습니다. 70년대 수준에서 만들었던 건데 21세기까지 그러한 집들이 설계되고 있다는 것은 참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영릉·현충사·칠백의총은 30년 동안 유물 하나 바꾸지 않고 있고, 왕릉을 관리한 지 100년이 됐는데 13개 지구로 되어 있는 왕릉 어느 곳에도 방문자 안내소가 없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신전을 보고 감탄하다가 화장실에 들러서는 이집트가 후진국이라고 실망하고, 평범한 프랑스의 성을 본 후 매점과 공중전화부스를 보고 프랑스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경복궁을 돌아보고 난 다음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인을 뭐라고 그럴까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어떻게 그 위대한 궁궐을 그렇게 해놓고서 여태까지 살아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취임 후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유명 건축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경복궁하고 창덕궁은 그 시대에 최고 건축가가 했으니까 매표소부터 화장실, 음수대까지 전부 이 시대 최고의 건축가가 디자인해 달라고 말입니다. 여태까지 우리가 해온 것 중에는 정말 잘못된 점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궁궐에 있는 나무를 그렇게 쉽게 베어 버리고 쉽게 옮길 수가 있습니까? 돌 하나 나무 하나에 그 역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런 일들이 생기는 겁니다. 종묘 박석이 무너져 버리는 사태를 봐도, 굴삭기 운전수 한 사람의 무지가 아니라 그 곳 돌맹이 하나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여론의 눈이나 관리부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하여 수명이 다하지 않은 목조건축물을 해체보수한 일이 있는데, 앞으로는 해체보수보다는 유지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합니다. 목조건축 복원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합니다. 문화재청이 손을 대서 망가지는 문화재도 많이 있습니다. 여수의 진남관 같은 것은 그대로 보완공사를 해놨을 적에 앞으로 20년 갈지 300년 갈지 모르는데 지금 우리 손으로 헐어버리고 새 집을 짓는 게 문화재 복원입니까? 부석사 무량수전이나 봉전사 극락전 같은 건물은 천 년이 가도 여태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관리를 잘 하면 제대로 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무언가 생각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고 인식을 바꾸어야 되는 것입니다. 문화재 행정을 함에 있어 전문성을 갖고 신념 있는 적극적인 행정으로 문화재 관리의 품질을 높여야 합니다. 문화재 행정은 문화재관리국 시절부터 행정직 관료들이 주도해 왔고, 학예직과 기술직들에게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문화재청의 학예직·기술직은 산림청이나 건교부의 학예직·기술직과는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져야 합니다. 행정업무를 잡무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며, 외부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권위와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문화재위원회와 문화재청과의 관계를 보면, 우리가 할 일을 ‘위원회에서 그렇게 결정해서 우리는 할 수가 없다’고 바람막이로 활용하면서 지나치게 위원회에 의존해왔습니다. 문화재연구소는 전문가를 확충하고 연구기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문화재연구소는 당당한 국가기관으로서 국가기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문화재연구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문화재연구소가 다른 곳보다 학술적,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자신할 수 없음이 현실입니다. 지금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1년 간 할일, 5년 간 할 일에서 과연 그게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꼭 해야 할 일인가 여러분들이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십시오. 청장은 일의 초기단계에서 기준을 잡고, 중간은 과장들과 여러분들이 프로세스를 공정하고 추진력 있게 수행하고, 마지막에 나타난 결과는 청장이 챙길 것입니다. 과장 지도 하에 일을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와의 관계, 국회와의 관계, 예산관계, 정책적인 것은 청장이 챙기되, 기강을 바로 잡는 것을 비롯하여 세부적인 사항은 과장 책임 하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각자 개인이 갖고 있는 인간적 능력, 전문적 능력을 최대한 살려 보람있게 공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청장의 임무이기 때문에, 그것을 하기 위해서 같이 공유해야 될 부분과 같이 인식해야 될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