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그 마음과 그 슬기가 문화재에
작성일
2004-12-09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625



서울 광화문 통에 광화문(光化門)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근정전이며 경회루등 궁궐이 있고 북쪽 뒤에는 북악산이 우람하게 있어서 실로 조화를 이룹니다. 그런데 옥에 티랄까, 광화문에 가서 정문 한중간하고 근정전 용마루 한중앙하고 북악산 정상을 보면, 처음 궁궐을 지을 때는 일직선이었을 것인데 지금은 일직선이 아닙니다. 현재의 광화문은 일제에 의해 동쪽으로 옮겨졌다가 60년대에 다시 원래의 위치로 옮겨 지으면서 조선총독부 건물 축에 맞추어 삐딱하게 지어졌다고 합니다. 문화재 복구에 우리는 정말 온 마음과 슬기를 쏟아 부어야 할 것입니다. 복원이란 정말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많이 알아야 합니다. 학생을 데리고 가서 궁궐공부를 하였는데, 학생 하나가 왜 궁궐에 까는 돌은 울퉁불퉁한가, 특히 종묘 바닥의 돌은 왜 더 거친가, 임금님과 대신이 다니는 길이 매끈하면 좀 좋은가 하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매끄러운 돌은 미끄러워서 넘어지는 일이 있는데 거친 돌에는 넘어지는 불상사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비나 눈이 올 때 같은 나쁜 기후에도 비교적 안전합니다. 천천히 걷기는 좋지만 달릴 수는 없습니다. 궁궐에서 달리는 것은 안 됩니다. 달리는 자가 있다면 역적질을 하는 자로 보기 때문입니다. 또 햇빛이 내리쬐어도 궁궐마당이 눈부시지 않습니다. 종묘는 조상신이 다니는 길이라서 좁고 울퉁불퉁한 것이 궁궐보다 심하다고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문화재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식견이 있어야 합니다. 반들반들한 돌 깔기나 매끄러운 시멘트 공사만이 마당 공사의 제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 고향에 둘이 마주 보고 서 있는 돌 장승이 있습니다. 제가 초 · 중학생 때 학질이 걸리면 식전에 집을 나가 이 장승을 찾아가서 절을 꾸뻑하면서 “이 추한 귀신 좀 주십사”하고 빌고 장승에 올라가서 두 귀를 붙잡고 장승에 입 맞추면 신통하게도 학질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에 어떤 몹쓸 자들이 이 장승을 기중기로 파서 차에 싣고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비분강개하여 꼭 잡자며 “문화재 돌 장승을 훔쳐간 사람은 돌려 달라. 그 장승을 건들면 앙화가 미친다. 훔친 자나 운반하는 자나 산 자가 다 재수가 없다. 동티가 당장 난다는 말이 있는 영검이 있는 장승이니 죽을 각오가 있다면 갖다가 팔고 사거라”하고 방송을 하였습니다. 며칠 후 서울행 고속도로 경기도 판교 근처 풀 속에서 이 장승이 발견되어 다시 실어 와서 제자리에 잘 모셔둔 일이 있습니다. 그 곳에는 또 큰 당산나무나 정자나무가 있는데 거기에 사람이 손가락질을 하면 손이 썩고, 발길질을 하면 발이 도끼에 맞고, 가지를 자르면 손이 떨어지고, 나무를 베면 죽는다는 무서운 금기가 있어서 함부로 대하지 않고, 그래서 수백 년을 무사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미신 같은 이 풍속은 사실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자연물이나 인공물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면에서 대단히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금기풍속도 문화재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잘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화재 보호와 복원, 그 중대한 사업에 대하여서 경복궁과 장승 두 예를 들었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는 조상이 물려준 그 소중한 것을 지킬 권리와 의무가 있어야 하고, 그러자면 그럴 마음과 슬기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래옥 /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
chraiok@unitel.co.kr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