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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출어람인 쪽 염색
작성일
2013-06-14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0754

청출어람인 쪽염색

제자가 스승보다 더 뛰어남을 이를 때 청출어람이 청어람이라 하는데 청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쪽은 마디풀과의 한해살이 풀인 남으로 줄기는 곧고 크기가 60cm 정도로 8~9월에 분홍색의 꽃이 핀다. 청색 색소를 갖고 있는 남은 인도지나 혹은 인도가 원산지로, 종류로는 인도람, 요람, 산람, 유구람, 멕시코람, 등이 있는데, 300여 종이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남은 요람으로 중국, 일본 등지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남이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것은 후한서, 동이전, 변장의복청의복림청의복이라는 구절이 보여 이미삼한시대부터 남으로 쪽 염색을 하였을 것으로 파악된다.
01 쪽물들인 섬유제품들. 천연염료는 합성염료가 나타낼 수 없는 아름다운 색채와 다양한 명도, 그리고 중간 채도의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02 쪽물 젓기. 쪽물에 꼬막조가비 또는 굴 껍질을 구워 만든 조갯가루를 넣고 고무래로 휘저으면 거품이 일면서 흰색에서 청색, 이어서 자줏빛으로 변하게 된다.

고문헌 속의 쪽 염색법

남藍에 의한 염색법을 알 수 있는 기록으로 중국 문헌인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藍實生河內平澤基莖葉可以染靑’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줄기와 잎을 모두 청색으로 물들이는데 사용한 점을 살펴 볼 수 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6, 7월경에 두툼한 쪽잎을 따서 깨끗이 씻어 닦은 용기에 넣어 주물러 염료를 만들어 쪽색을 물들이며, 말복에는 잎 빛이 변하므로 얼음 곁에 놓아야 한다’는 내용에서 쪽 염색법을 알 수 있으며, 또한 『규합총서閨閤叢書』에도 관련 기록이 보이는데, 시원한 아침에 쪽잎을 채취하여 얼음을 넣고 돌로 갈은 뒤 곧바로 천을 넣어 염색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과학적인 쪽 염색공정

쪽에 의한 남염 제조법은 꽃대가 올라오기 전인 7월 말부터 8월 중순사이에 시작되는데, 날씨가 좋은 날 아침 일찍 쪽밭에서 쪽을 베어 줄기째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아 담은 뒤, 넘칠 정도로 물을 붓고 450ℓ의 추출 통에 쪽잎과 물을 100kg:350ℓ비율로 삭힌다. 태양광선을 잘 받는 곳에 두고 일주일쯤 지나 쪽이 뭉그러질 때 줄기째 건져내면 옥색의 쪽물이 출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옥색의 쪽물에 꼬막조가비 또는 굴 껍질을 구워 만든 조갯가루를 2kg정도 넣고 고무래로 휘저으면 거품이 일면서 흰색에서 청색, 이어서 자줏빛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을 하루 정도 두면 독 위에 청색 거품이 떠 있는 맑은 물이 남고, 아래에는 남이 침전된다. 침전물인 쪽죽(니남)을 항아리에 담은 뒤 쪽대, 볏짚, 콩대 등을 태워 내린 잿물을 쪽죽의 4~5배 정도 붓고 거품이 일 때까지 고무래로 젓는다. 이 과정에서 쪽죽에 엉겨있던 인디고(Indigo, 쪽의 색소)는 뜨거운 잿물과 접촉하고 고무래질을 통한 산소의 공급으로 조갯가루와 분리되어 쪽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염색 또한 술, 김치, 젓갈 등과 같이 발효과정을 거쳐야 한다. 쪽물에 발효 촉진제인 조청 등을 넣은 뒤 항아리 뚜껑을 닫아 쪽물이 우러나 꽃 거품이 생기도록 하는데, 날씨가 맑은 날 뚜껑을 열고 고무래로 하루 1~2회 40~50번의 교반(휘저어 섞음)을 하면 된다. 두 달 정도 지나 이 과정이 끝나면, 어느 순간부터 파란 물이 돌게 되는데 바로 쪽물인 것이다. 햇살발효과정이 끝나면 실내로 옮겨 실내발효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이다. 쪽물의 온도를 25℃이상 유지 해야함을 말하는데, 온도 조절과 쪽물의 보살핌은 발효에 있어 생명줄과 같은 것이다.

쪽물의 완전 발효와 숙성은 쪽 염색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로서, 이때부터 직물에 염색을 하면 견뢰도(굵고 튼튼한 전도)가 증진되어 색이 전혀 빠지지 않고 세월 속에서 더욱 색을 뽐내는 쪽빛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남은 염색할 때 산소에 노출되는 산화와 맑은 물과 만나는 환원 조건에 따라서 녹색, 옥색, 청록색, 청색으로 변화되는 특징을 띠게된다. 청출어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03 쪽물들인 명주 널기, 쪽은 염색할 때 산소에 노출되는 산화와 맑은 물과 만나는 환원 조건에 따라 녹색, 옥색, 청록색, 청색으로 변화되는 특징을 띠게 된다. 04 쪽밭. 쪽밭을 가꿔 쪽입을 따는 것이 쪽 염색의 시작이다.

쪽 염색의 과학

쪽 염색에 쓰이는 매염제들의 기전을 분석해 보면, 추출된 색소를 안정시키기 위하여 사용하는 1200℃에서 구운 조갯가루는 굽지 않은 조갯가루의 산화칼슘CaO가 굽는 과정에서 탄산칼슘CaCO₃과 수산화칼슘Ca(OH₂)으로 변하여 색소를 머금고 가라앉게 되며, 여기에 잿물을 넣으면 잿물이 조갯가루가 머금은 색소를 분리해 내는 작용을 한다. 그 다음 염색을 하기 전에 첨가하는 강산성의 양조식초는 알칼리성 염료가 강한 산기를 만나 중화되어 색소가 쉽게 섬유에 달라붙도록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쪽은 먼저 염료를 알칼리성 용제로 환원시켜 용해시키고 이 용액을 섬유에 흡착시키게 된다. 흡착된 화합물은 산이나 공기 중에서 산화되어 불용성 염료로 재생하게 되는 것이다. 천연염료는 섬유제품에 합성염료가 나타낼 수 없는 아름다운 색채와 다양한 명도, 그리고 중간 채도의 색상을 나타내주기 때문에 인간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자연의 색·천연의 색을 표현할 뿐 아니라 합성염료가 가지고 있는 단점인 인체에의 유해성·공해 및 폐수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염료이다. 때문에 향후 천연염료를 현대첨단기술과 접목시켜 신기술 개발 및 응용 가능한 분야는 먼저 무공해 식용색소의 개발로 쪽, 홍화 등을 이용하여 인체에 해가 없는 천연색소, 화장품, 향료, 의약품 개발, 그리고 천연염색의 항균, 방취성을 가진 의류 및 침구류 등 개발로 웰빙·로하스와 관련한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글·사진.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종합연구기획실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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