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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산이 빚어낸 천혜의 조각품
작성일
2017-12-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677

화산이 빚어낸 천혜의 조각품 - 천연기념물 제436호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 협곡 매섭게 몰아치던 바람이 거칠 것 없는 협곡에 머물자 고요해졌다. 압도적인 풍경에 사람도 겨울의 맹렬함도 잠시 넋을 놓았다. 포천과 철원 경계에 펼쳐진 천연기념물 제436호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 협곡은 수십 만 년 전, 이곳에서 진행된 거대한 화산활동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원시의 풍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지질탐사 여행지로도 각광 받는 소중한 문화유산 현장이다.현무암 협곡 주상절리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는 협곡행

화산 활동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제주도와 울릉도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서울 근교에서도 현무암 협곡을 만나볼 수 있는 숨은 명소가 있다.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 사이에 자리 잡은 협곡은 깎아지른 절벽 기둥과 한탄강의 거센 물살로 절경을 이룬다.

‘숨어 있다’는 표현은 관용적인 수식이 아니다.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분명 협곡으로 가는 길이 험난했기 때문이다. 협곡의 높이가 약 30m에 달하다 보니 급경사 구간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길이 뚝 끊긴 듯 풀숲이 우거져 있어, 신중히 길을 살피며 걷게 된다.

일반적인 강가의 풍경과는 달리 특이한 지형 덕분에 한탄강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한 바 있다. 여울과 소, 작은 폭포 등 다양한 아름다움을 갖춘 포천 한탄강의 비경 여덟 곳 중, 대교천 현무암 협곡은 1경에 해당한다. 추수를 끝낸 너른 평야를 달리다 눈앞에 나타난 뜻밖의 협곡은 내려다보기 아찔할 정도로 가파르다. 무딘 칼로 뚝뚝 베어낸 듯한 주상절리와 절벽의 검은 색감은 웅장함을 배가시킨다.

약 27만 년 전 신생대 제4기에 형성된 대교천 현무암 협곡은 그 광대한 시간의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늦게 형성된 젊은 땅에 속한다고 한다. 용암이 넓게 흘러나와 1차 용암평원을 형성한 자리에 물길이 흐르면서 침식이 일어나 주상절리와 판상절리, 해식동굴 등을 형성했다.

01_협곡 곳곳에서 발견되는 현무암 02_주상절리 주변 해식동굴 03_현무암 협곡으로 내려가는 오솔길

제1경 자연의 원시성 앞에 얼어붙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에서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냉정리에 걸쳐 분포된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 협곡의 절벽은 3차례에 걸쳐 흘러온 용암이 굳어 생겼다. 길이는 약 1.5km이며, 폭은 25~40m 정도이다. 숫자로만 협곡의 크기를 가늠했다면 만만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바이벌 체험장 옆으로 나 있는 험난한 길을 따라 5분여를 걸어 내려오면 날 것 그대로의 기품을 뽐내는 협곡의 자태에 얼어붙는다. 강물을 따라 협곡의 속내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싶지만 20여 분 걷다 보면 길이 없음에 탄식하게 된다. 이곳의 절경을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한탄강 주상절리길 조성이 추진 중이다. 철원에서 경기 포천을 거쳐 연천까지 총 119㎞를 잇는 생태탐방로로 2020년까지 완료를 예정하고 있다.

강이 흐르고 있는 길목의 주변 암석이 무엇인지에 따라 절벽의 형태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기반암인 화강암에 비해 무른 현무암쪽이 가파른 절벽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대교천 현무암 협곡에서는 강물의 침식 작용에 의해 암반이 떨어져 나간 수직 절벽과 평원 등의 여러 형태를 관찰할 수 있으며 협곡의 단면은 육각형이나 삼각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발달해 있다. 한반도의 지질과 지형 발달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연학습장인 셈이다. 빼어난 경치뿐만 아니라 귀중한 학술자료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 협곡은 2004년 천연기념물 제436호로 지정됐다. 발길 닿는 곳마다 현무암이 차이는 이곳은 <택리지>에서 만 나볼 수 있다. “들 가운데 물이 깊고 검은 돌이 마치 벌레를 먹은 것과 같으니 몹시 이상스러운 일”이라고 철원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바로 ‘용암이 굳은 현무암 협곡’을 일컫는 표현일 것이다.

04_화강암 바위 고석정

기암괴석과 한탄강의 어우러짐, 고석정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 협곡에 들렀다면 빼놓지 말아야 할 철원이 자랑하는 명승지가 있다. 한탄강 한복판에 천연덕스러운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기암괴석이다. 맑은 강물이 휘돌아 흐르는 이곳의 이름은 ‘고석정’이다.

고석정으로 가는 길목에 놓여 있는 아치형 다리인 등록문화재 제26호 승일교도 놓치지 말자. 남과 북이 한쪽씩 건설한 다리로, 이승만의 ‘승’자와 김일성의 ‘일’자를 따서 지었다는 설과 한국전쟁 때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박승일 연대장의 이름을 땄다는 설이 있으나, 현재는 후자의 설이 정설로 되어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로 수많은 수상자를 냈던 지점이다.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분단의 역사를 곱씹게 되는 순간이다.

잘 알려진 명승지답게 고석정의 초입은 물론 전망대를 비롯한 조망 시설도 잘 되어 있다. 신라 진평왕 때 축조된 정자와 고석바위 주변의 계곡을 통틀어 고석정이라 부르고 있지만, 옛 정자는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그 자리에는 풍광을 굽어볼 수 있는 새로운 정자가 세워져 있다.

고석정은 용암 분출 당시 화강암을 덮고 있던 현무암이 침식되면서 하천 중간에 기반암이 노출되어 생겨난 기암이다. 멀리서보는 경치만으로 부족하다면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통통배를 타는 것도 방법이다.

신비로운 고석정의 모습과 어울리는 ‘임꺽정’의 전설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임꺽정은 탐관오리를 응징하고 부당한 재물을 훔쳐 백성에게 나눠주는 의적 활동을 이곳 고석정과 한탄강 일대에서 펼쳤다고 한다. 물고기 꺽지로 변신해 물속을 누비기도 했다는 전설 때문인지 맑은 물속을 한참이나 바라보게 된다.

이외에도 고석정 주변에는 송대소, 직탕폭포, 순담계곡 등이 아름다운 물빛을 자랑하며, 강줄기를 따라 동쪽으로는 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가 마련되어 있고, 서쪽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한여울길이 조성되어 있다.

 

글‧최은서 사진‧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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