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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 - 멕시코시티
작성일
2012-07-12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7016

아스떼까Azteca의 땅에 서다, 소깔로Zocalo

아스떼까 시대에는 떼스꼬꼬Texcoco 호수에 물이 가득했지만 오늘날에는 일부 흔적만 남고 그 호수를 매립해 만든 드넓은 대지 위에 멕시코시티가 서 있다. 화려했던 아스떼까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오늘날의 멕시코 사람들은 750년 역사의 고도를 복원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를 도심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어 한층 그 매력을 더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 당시 인구 30만의 대도시였던 떼노츠띠뜰란Tenochititln. 정복자 꼬르떼스H. Corts는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도시를 보며 환상의 세계를 보듯 경탄해 마지않았다고 한다. 오늘날 멕시코시티는 면적에서나 인구에서도 런던, 뉴욕 또는 서울의 두 배가 넘으며 이미 도심지는 번쩍이는 새 마천루의 숲으로 변해 버렸지만 극단적으로 현대와 과거가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멕시코시티의 심장은 소깔로다. 정사각형 거대한 광장중앙에는 멕시코국기인 세로로 그려진 빨강, 하양, 초록의 거대한 삼색기가 휘날리고 있다. 북경의 천안문 다음으로 크다는 광장 규모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은 마치 열려 있는 것 같다. 정식 명칭은 헌법광장이지만 그저 간단하게 소깔로라 불리는 이곳은 세계에서 두 번째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광장이다. 1325년 아스떼까의 수도로 세워진 후 1521년 스페인에 정복되어 식민지 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정치와 종교를 축으로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숨 가쁘게 전개된 멕시코 역사의 무대였다. 떼노츠띠뜰란을 무너뜨리고 세운 대성당을 비롯하여 정부청사와 시청 등 고색창연한 식민지 시대의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광장은 198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시가 되었다. 멕시코에는 유네스코 보호를 받는 세계문화유산이 모두 20개, 그리고 세계자연보호지가 2개 있다. 소깔로 주변에는 이 세 문화가 거쳐 온 유서 깊은 곳임을 뒷받침하듯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몰려있다.

밤낮으로 노래한다, 가리발디Garibaldi 광장의 마리아치

소깔로에서 서쪽으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광장이 있다. 가리발디라 불리는 이 조그만 광장에는 낮보다 밤에 사람들로 더 혼잡하다. 로맨틱한 세레나데를 불러주는 멕시코의 이미지 마리아치Mariachi들의 광장이기 때문이다. 눈부신 하얀색 또는 멋쟁이 검은색의 차로 복장을 하고 커다랗고 화려한 장식이 된 솜브레로Sombrero를 쓴 전형적인 마리아치 그룹들이 길거리에서부터 서로 자기들의 노래를 들어달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생일을 맞은 노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들이 총 출동해서 마리아치의 노래를 들으며 흥겨운 춤판이 벌어지거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노래를 신청하고 그 사랑에 감동한 여인이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들이 이곳 풍경이다. 그저 광장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마리아치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즐거워하는 가난한 여행자들도 그룹으로 몰려온 단체 외국인 관광객들도 모두 노래에 취하게 만드는 낭만적인 곳이다.

마리아치뿐만 아니라 눈부신 흰옷에 빨간 스카프를 매고 커다란 하프와 기타 연주가 감미로운 하로쵸Jarocho 그룹, 멕시코목동 옷을 입고 부츠를 신은 채 경쾌하고 발랄한 춤곡인 라 께브라디따La Quebradita를 연주하는 노르떼뇨Norteo 등 여러 연주 그룹들도 있다. 가리발디 광장 앞에 오래된 술집 살롱 떼남빠Salon Tenampa에 들어가 보자. 50년대부터 문을 연 술집으로 친절한 종업원들과 적당히 취기가 오른 주객들로 붐비는 정겨운 술집이다. 하지만! 소깔로 주변은 밤이 되면 위험한 지역이므로 가능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주말 밤에 여럿이 구경 가는 것이 좋다.

화려한 날은 가고, 세 문화 광장

소깔로에서 북쪽으로 몇 블록만 가면 뜰라뗄로꼬Tlatelolco유적지가 나온다. 연두색으로 표시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같은 이름의 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오면 이곳으로 나온다. 고대 신전, 식민지 시대의 산띠아고Santiago 성당, 현대 빌딩 등 세 가지 문화의 상징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고 해서 세 문화 광장으로 불리는 이곳은 세계사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이민족과의 전쟁과 문화충격이 펼쳐졌던 역사를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1968년 올림픽을 며칠 앞둔 10월 2일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학생과 군경의 유혈충돌로 백여 명의 학생들이 꽃다운 목숨을 잃은 곳으로 더 유명하다. 해마다 이 날을 기념하여 학생들이 행진을 한다. 이 주변은 1985년 대 지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기도 했다.

뜰라뗄로꼬Tlatelolco는 1331년 떼노츠띠뜰란Tenochititln에 이어 아스떼까의 두 번째 도시로 세워졌다. 당시 중앙아메리카 최대의 물류유통 센터였던 대규모의 띠앙기스Tianguis(시장)로 떼노츠띠뜰란과 함께 쌍둥이 도시라 불렸다. 중앙에 떼노츠띠뜰란의 주 신전처럼 뜰라록Tlaloc과 위칠로뽀츠뜰리Huichilopotztli에게 봉헌된 두 개의 신전과 덧씌운 신전이 남아 있다. 이 신전들의 돌을 가져다 지은 산띠아고 성당 뒤쪽에는 아스떼까의 마지막 황제인 꽈우떼목Cuauhtmoc의 궁전이 있었다. 당시 대 띠앙기스Tianguis를 관장하던 정부청사가 있었다고 한다. 북쪽 살롱에는 시께이로스가 그린 역작 신화에 맞선 꽈우떼목 벽화가 있다. 삼문화 광장 앞을 지나는 칼사다 데 로스 미스테리오스(Calzada de los Misterios, 신비의 대로)는 멕시코시티에서도 가장 오래된 대로로 멕시코 국민들의 성모인 과달루뻬 성모의 성소인 라 비야 과달루뻬 성당까지 이어진다.

꽃배 타고 낭만을, 소치밀꼬Xochimilco

멕시코시티 남쪽에 750년 전 지금의 멕시코시티가 떼스꼬꼬 호수였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있다. 아스떼까 언어인 나와뜰어로 ‘꽃의 정원’이라는 뜻의 소치밀꼬는 당시 아스떼까 귀족들의 휴식처였다. 1987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지역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오늘날 소치밀꼬는 화려하게 꾸민 작은 배 ‘뜨라히네라Trajinera’ 를 타고 마리아치가 부르는 세레나데를 들으며 인공 섬과 수로를 따라 뱃놀이를 즐기는 낭만적인 유원지가 되었다. 그러나 아스떼까 시대에는 1m~2m 깊이의 호수로 고대인들이 농토로 만든 인공 섬들인 치남빠스chinampas 였다.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는 여겨지기 힘들만큼 거대한 면적의 치남빠스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고 그 사이로 수로가 있다. 아름드리나무가 하늘을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을 이룬 치남빠스는 지금도 꽃이나 채소, 과일 농사를 짓고 꿀을 생산하여 멕시코시민들의 식탁을 신선하게 한다. 소치밀꼬의 꽃과 꿀은 매우 유명하다. 게다가 거의 매월 갖가지 축제가 펼쳐져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 알록달록 예쁘게 꾸민 뜨라히네라를 타고 사랑을 속삭이고 마리아치의 세레나데에 힘입어 청혼도 하는 멕시코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다. 소치밀꼬의 ‘꽃축제’는 매년 4월 첫째 일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열린다.

여러 곳의 선착장이 있는데 보통 소치밀꼬 또는 나비따스Navitas에서 배를 탄다. 배의 크기와 시간에 따라 가격이 정해져 있다. 작은 배 하나를 빌리는데 사공을 포함하여 한 시간에 약 10불 정도다.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하고 짙은 녹색 호수 물에 긴 막대 노를 바닥에 꽂아 힘으로 밀어 앞으로 나가며 수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꽃과 숲이 우거진 수로를 지나면 도시소음은 하나도 들리지 않고 고요함 속에 청아한 새소리만 들린다. 가끔 적막을 깨고 마리아치들의 노래가 아름답게 퍼지기도 한다. 돌아보면 다른 배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생일잔치를 벌이고 있다. 스쳐가는 배를 향해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출출함을 달래기 위한 먹거리와 맥주를 팔거나 민예품을 들어 보이며 다가오는 상인들의 배도 있다. 보통 한 시간 정도 유람하지만 그보다 시간이 길면 소치밀꼬 끝까지 들어간다.

 

글·사진·정지은 중남미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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