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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종묘의 주인공, 신주(神主) 이야기
작성일
2024-02-29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16

종묘의 주인공, 신주(神主) 이야기 유교에서는 사람 몸 안에 혼(魂)과 백(魄)이 있으면서 목숨을 붙어 있게 하는데, 죽음이란 혼은 하늘로, 백은 땅으로 떠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크게 놀랐음을 표현할 때 쓰는 ‘혼비백산’이라는 말은 바로 혼과 백이 흩어지는 것이니, 보통 놀랄 때 쓸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사람이 죽으면 몸을 떠난 혼이 의지할 수 있도록 상징물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신주(神主)다. 신주는 시대나 신분에 따라 모양이 다르지만, 그 의미만은 동일하다. 01.정조와 효의왕후의 신주를 모신 종묘 정전 제13실

‘신줏단지 모시듯’의 유래가 된 왕실의 신주와 신줏단지

조선왕실에서도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나면 시신은 능을 조성해 묻었고, 효를 상징하는 밤나무로 신주를 만들었다. 3년 상을 마치면, 바로 이 신주를 종묘에 모시고(부묘) 제사를 드렸다. 종묘에 모시는 왕과 왕비의 신주는 윗면이 둥글고 아랫면이 네모난 직육면체다. 혼이 신주에 드나들 수 있도록 위아래, 앞뒤, 좌우가 모두 통하는 구멍을 뚫었는데 이를 규(窺)라고 한다. 신주 앞면에는 왕과 왕비의 묘호, 존호, 시호 등을 세로로 썼다. 평상시에는 신줏단지 안에 넣어 뒀다가, 제사를 올릴 때면 단지에서 꺼내 놓았다. 종묘제례는 신을 부르는 의식(신관례)부터 시작하는데, 이때 향이 나는 술(울창주)을 땅에 부어 지하의 백을 부르고 향을 피워 혼을 부른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발발하면 왕실이건 일반 백성이건 무엇보다도 먼저 이 신주 또는 신주를 담아둔 신줏단지부터 챙겼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등 전란 속에서도 왕실은 종묘 신주만은 안전하게 지켰다. 어떤 것을 매우 귀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02.종묘제례 때 신주 앞에서 축문을 읽는 모습 Ⓒ국립무형유산원

완벽하게 제향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 종묘

조선을 건국하고 한양에 새로운 수도를 조성하면서 궁궐과 더불어 종묘와 사직단도 함께 만들었다. 왕조 운영을 위한 정치와 왕실 생활 공간으로서의 궁궐 만큼이나, 왕의 조상에 대한 숭배를 상징하는 종묘와 하늘에 대한 제사를 주관하는 사직단은 왕조 건립과 운영의 정통성을 드러내는 곳이기에 중요했다. 조선시대 가장 존엄한 존재였던 국왕마저도 종묘에 오면 한없이 공손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제사를 지내게 된다. 종묘 제사를 지내는 권리를 가진 자가 바로 조선의 왕이며,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의 정통성이 종묘 제사에서 나오는 것이다.


종묘가 왕실 정통성을 상징한다는 점은 폐주와 추존왕의 부묘가 또렷하게 보여준다. 연산군과 광해군은 왕이었지만, 반정으로 폐위가 되어 그들의 신주는 끝내 종묘에 들어오지 못하며 왕으로도 남지 못한다. 반면 덕종, 원종, 진종 등은 왕이 아니었지만, 아들이 왕위에 오르면서 왕으로 추존되어 종묘에 신주가 모셔진다. 즉, 조선왕계의 정통성은 종묘에 신주가 들어오는 것이 기준이 된다. 왕비 역시 종묘에 신주가 부묘되어야만 왕비로 남게 된다.


종묘의 주인은 신주다. 종묘의 모든 구성 요소는 오로지 신주로 상징되는 왕실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종묘의 모든 공간은 제사를 모시는 곳과 제사를 준비하는 곳으로 나뉜다. 제사를 모시는 공간으로는 정전, 영녕전, 공신당, 칠사당이 있다. 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은 재궁, 향대청, 전사청, 악공청 등이다.


궁궐이나 관아 건물 등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성격의 행위가 이뤄진다. 하지만 종묘는 철저히 제사를 위한 공간으로 지어졌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간 배치와 건물 모두 완벽하게 제향을 위한 것으로 만들어졌다.


종묘에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있는 정전과 영녕전은 한 번에 갖춰진 모습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모셔야 할 신주가 많아지면서 조금씩 증축되어 현재의 정전 19칸, 영녕전 16칸으로 구성되었다. 종묘 곳곳에는 왕이 제향 시 위치하고 있어야 하거나 이동해야 하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전사청 앞 찬막단과 성생위는 제사 음식을 점검하는 곳으로, 돌을 쌓아 만들었다. 즉 종묘에서는 제향만이 유일한 기능이었기 때문에,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모든 것이 정해진 자리에 딱 그 기능에 맞춰 시설물이 설치되었던 것이다.


03.종묘 정전 전경 Ⓒ궁능유적본부 04.정조(좌)와 효의왕후(우)의 신주

종묘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종묘는 사적이며, 199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산이다. 2001년에는 종묘제례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종묘의 아름다운 건축물, 신성성을 더해주는 울창한 숲. 거기에 덧붙여 종묘를 종묘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극한 정성이 담긴 제례다. 때문에 제향에 필요한 신성성과 그 주체에 대한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종묘제례와 제례악을 전승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 신성한 공간-영적 유산-으로서의 종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주변 환경의 유지야말로 국가유산이자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를 제대로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 임경희(궁능유적본부 궁능서비스기획과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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