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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유산을 치료하고 되살리다
작성일
2019-11-26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5938

산산이 깨진 유리병 조각을 모으고 맞추어 유리병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 수 있을까? 문화재 보존은 문화유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로, 깨진 유리병을 다시 온전하게 만드는 일과 같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실수를 하면 회복시키기 불가능하기에, 문화재 보존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행위이다. 때문에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01. 1,400년 동안 진흙 속에 묻혀있던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 대향로는 진흙이 진공 상태를 만들어주어 부식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문화재청 02. 접합 및 복원을 통해 원형을 되찾은 기마 인물형 토기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의 힘으로 되살아난 신라 유리병

1975년 경주 지역의 고분 중에서 가장 큰 황남대총의 남분(남쪽 무덤)에서 많은 유물과 함께 바스러진 채 흩어져 있던 480개의 유리 조각들이 발견되었다. 이 유리 조각들을 국내 보존과학 1세대 전문가로 불리는 이상수 선생과 고 안병찬 교수가 6년간 맞추고 접합하여 복원하였다.


그런데 이 유리병은 유리 조각을 붙일 때 사용한 접착제가 세월이 지나 누렇게 변해 유리병 본연의 색과 아름다움을 해치게 되었다. 이에 2014년 황현성 연구원은 유리병을 완전 분해한 후 2차 복원을 하게 되었다. 모든 유리 조각을 다시 접합한 결과 ‘유리 조각이 없는 부분’이 지나치게 많아 이상하게 생각되었고, 국립경주박물관에 문의한 결과 아직 접합하지 않은 유리조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38개의 유리 조각을 더 추가하여 새롭게 맞추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손상을 입은 문화재를 안정된 상태로 ‘치료’하는 학문을 보존과학 또는 문화재 보존과학이라고 한다.

03. 석조 문화재 보존처리과정 중 처리 전 상태조사 및 분석을 시행하는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04. 도·토기 문화재 보존처리과정 중 원형 복원을 시행하는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 보존의 두 가지 의미

문화재 보존이란 문화재가 지니고 있는 형태나 형상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거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보존은 ‘예방 보존’과 ‘복원’으로 나뉜다.


예방 보존은 문화재의 손상을 방지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통해 현재 상태에서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문화재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을 그에 맞게 조절하는 것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팔만대장경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장경판전에 보관하여 온도, 습도, 환기 등을 최상의 조건으로 유지해주는 조치가 예방 보존이다.


문화재 복원은 훼손된 문화재의 원형 보존을 위한조치를 말한다. 병원에서 사람을 치료하는 과정과 유사한데, 엑스레이 등을 통해 진단을 한 후 치료과정을 거쳐 복원하며, 과학은 이러한 복원과정에서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1,400년 동안 진흙 속에 묻혀 있던 백제금동대향로는 진흙이 진공 상태를 만들어주어 부식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시간의 흐름과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열화(문화재의 구성 재료가 변질되고 성능이 저하되는 것)된 문화재’나 ‘매장 환경에 따라 부식, 균열 등 손상이 나타난 문화재’에는 더는 열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탈염(염분이 들어 있는 여러 가지 물질들을 제거하는 것), 강화 처리, 복원 처리 등을 하는데 이러한 조치가 복원이다.


정리해보면, 문화재 보존은 과학적인 기술과 방법으로 문화재의 손상을 예방(예방 보존)하고, 이미 손상되었다면 더는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 원형을 영구히 보존(복원)하는 일을 말한다.

05. 금속문화재(동합금 문화재)보존처리 과정 중 강화처리를 시행하는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06. 석조 문화재의 파손된 부재의 접착을 위해 에폭시 수지와 같은 고분자 합성수지 접착제로 접합하는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07. 금속문화재가 균열이나 파손됐을 경우 접합 및 복원을 통해 유물의 원형을 찾아준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 보존처리 과정

문화재를 보존하려면 ‘문화재의 구성 재료와 구조적 특성’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과학적인 조사 분석 방법이 사용된다.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는 문화재 내부 구조 및 부식 상태, 덧칠된 부분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방사선(X선 또는 감마선)이나 CT(입체 X선 영상)를 이용한다.


문화재의 구성 재료를 알기 위해서는 물리 화학적 특성을 조사하거나 X선 형광 분석 방법을 사용한다. X선 형광 분석은 문화재를 파괴하지 않고 분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화재 구성 성분을 원소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X선 형광 분석으로 1965년 왕궁리 유적에서 발견된 금강 경판이 은판 위에 금을 도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X선 형광 분석으로 백제금동대향로는 금을 수은에 녹여 도금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문화재 표면에 있는 녹이나 이물질을 제거할 때는 치과용 도구, 초음파 스케일러, 레이저를 이용하기도 한다. 국보 제86호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레이저를 이용하여 오염물질을 제거하였다.


문화재를 세척한 뒤에는 더는 부식되지 않게 특수화학 약품 등으로 표면에 보호막을 만들어주어 녹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 그 후 파편들은 접착제를 사용하여 접합 및 복원한다.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은 문화재를 치료하여 새 생명을 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예술적인 감각을 갖춘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글. 성혜경

 

 

문화재 보존과 관련된 직업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 Q&A 이태종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과학센터 학예사

●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라는 직업이 궁금한 당신을 위한 미니 인터뷰


Q.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는 어떤 일,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요?

A.  보존처리 전문가는 한마디로 아픈 문화재를 치료하는 수술실 집도의 같은 존재입니다. 보존과학자들과 함께 아픈 문화재를 진단하고 최적화된 처리방안을 고민하고, 과도하지 않고 가역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아픈 문화재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일을 합니다.


Q.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A.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문득 고향 경주에서 고등학생 시절, 방학 때마다 다녔던 박물관학교가 떠올랐습니다. 노는 게 더 좋던 나이에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 찾았던 박물관학교의 기억이 관련 대학 편입으로 이어졌고 답사 및 현장실습을 다니면서 보고 싶은 문화재를 가까이에서 보다 깊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라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Q.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A.  대학에서 은사님의 가르침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석사학위 후 문화재 보존 관련 회사에 다녔습니다. 이후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하여 경주 감은사지 삼층석탑, 경주 불국사 다보탑 보존처리 사업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현재는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보존처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라는 직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물론 힘든 점, 포기해야 하는 것 등 단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A.  아프고 손상된 문화재를 내 손으로 치료함으로써 그 생명을 연장시키고, 다음 세대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건강한 문화재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그런 부담감이 단점일 수 있습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2016년 3월 24일,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의 옥개석을 해체한 날입니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야 했지만 해체 시 추가 손상이 우려되어 그 자리에 남겨졌던 탑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무사히 해체할 수 있었기에 기쁜 날이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현재 보존처리 중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우리의 보살핌으로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되어 국민들 앞에 당당히 서는 것입니다.


Q.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문화재를 사람처럼 생각하고 가족처럼 아낀다면 누구든 보존처리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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