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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합, 화합, 연대의 상징. 터키 케슈케크의 전통
작성일
2015-08-04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928

연합, 화합, 연대의 상징. 터키 케슈케크의 전통. 733년의 전통을 지 닌 터키의 유서 깊은 음식 케슈케크Ke kek는 2011년에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 케슈케크는 모든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내 기 때문에 연합, 화합, 연대의 상징으로 불린다. 케슈케크는 아나톨리아 반도의 여 러 지역에서 결혼식, 명 절, 할례의식과 더불어 다른 종류의 의식에서도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이다. 또한 매년 여러 지역에서 케슈케크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으며 ‘케슈케크 자선활동’이라는 이름하에 그 전통을 지속하고 있다. 이 자선활동 기간에는 지역주민들의 기부로 모은 돈으로 많은 양의 케슈케크를 만들고 자선활동에 참여한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케슈케크를 대접해 주기도 한다.

01. 여성은 하루 전날 밤에 밀과 고기를 준비한다. 다음날 불을 피우고 큰 솥이나 냄비를 준비한다. 이후부터의 재료 손질은 남성에게 넘어가게 된다. ⓒ유네스코(UNESCO) 02.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케슈케크의 주재료를 빻는 일은 남성의 몫이다. ⓒ유네스코(UNESCO)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전통

터키 음식 문화 중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인 케슈케크Kekek는 수백 년 동안 재료와 조리법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 만들어내는 유서 깊은 음식이다. 케슈케크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달라질 수 있지만 밀과 고기는 케슈케크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이다. 밀로 만들어진 음식인 케슈케크는 먹고 나면 꽤 오랫동안 배고픔을 느끼지 않을 만큼 고열량의 음식이다.

케슈케크 이미지

케슈케크는 준비방법과 더불어 익히는 과정에서 여러 번 재료를 빻고 다지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만드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리고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 음식이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이 각자의 일을 분담하여 함께 만든다. 먼저 여성은 하루 전날 밤에 밀을 물에 불려놓고 고기를 준비한다. 다음날 불을 피우고 큰 솥이나 냄비를 준비한다. 그 다음부터의 재료 손질은 남성에게 넘어가게된다.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케슈케크의 주재료를 빻는 일은 남성의 몫이다. 전통 방법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과정이 호두나무로 만들어진 절구를 이용하고 남성들은 재료를 빻는 일을 수 시간 지속한다. 이 힘든 과정을 거친 후에는 고기와 밀의 맛이 서로 잘 섞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고기와 밀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 환상적인 맛은 강한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케슈케크에 들어가는 고기는 양고기 또는 소고기지만 일반적으로 목살을 많이 사용하며, 몇몇 지역에서는 닭고기로 만들기도 한다. 케슈케크와 잘 어울리는 음료로는 아이란이나 호샤프(과일로 만든 계피맛이 나는 음료수)가 있다.

03. 케슈케크를 준비하고 먹는 과정은 집단적 특성을 띤 다. 지역주민은 물론 인근 마을사람들이 초청되고, 의식이 열리는 곳에서 모두 함께 케슈케크를 먹는다. ⓒ유네스코(UNESCO)

 

결혼식에 빠지지 않는 음식

일부 지역에서는 케슈케크 안에 콩과 함께 잘게 빻아진 옥수수도 첨가한다. 하지만 버터와 고추가 듬뿍 들어간 소스를 케슈케크 위에 뿌려 먹는 것은 어느 지역에서나 공통적으로 꼭 필요한 작업이다. 에게 지역에서는 케슈케크 없 이 결혼식을 열지 않으며 동부지역에서는 가장 소중한 손님들에게 케슈케크를 대접한다. 터키의 부르두르 지역에서는 500년 동안 같은 방법으로 케슈케크를 만드는데, 이 지역에서는 결혼식 첫째 날에 신랑과 마을 청년들이 지게에 밀을 싣고서 다불(북)과 주르나라는 전통악기를 들고 마을 중심가로 나선다. 이들은 깨끗하게 씻어 놓은 절구통에 밀을 붓고 긴 막대기를 이용해 끊임없이 밀을 빻기 시작한다. 밀을 빻을 때 한 쪽에서는 다른 청년들이 그 지역의 전통놀이를 한다. 밀을 빻던 사람들이 피곤해지면 절구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준다. 껍질을 벗 긴 밀을 다시 지게에 지고 결혼식이 있는 집으로 길을 나선다. 결혼식이 열리는 집에 도착한 청년들은 여기서도 케슈케크를 옮기는 동작을 마치 놀이를 하듯이 흥겹게 이어나간다. 케슈케크 빻는 일을 도맡아 한 청년들에게 결혼식을 연 주인집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준다 청년들이 가져온 빻은 밀은 저녁부터 물에 불리고 이튿날 아침이 되면 케슈케크를 만들기 시작한다.

04. 밀을 물에 불리기 위해 물을 받는 모습. ⓒ유네스코(UNESCO) 05. 밀의 껍질을 벗기는 등 대 부분의 요리 과정은 주로 실외에서 이루어진다. ⓒ유네스코(UNESCO)

 

케슈케크에 얽힌 전설

야부즈 셀림 왕은 1514년 이란 정복에 성공한 그의 군대에게 휴가 를 주고 겨울을 보내기 위해 그가 태어난 도시인 아마스야로 떠나게 된다. 군대가 지나가게 될 한 마을에 나이 든 여자가 살고있었다. 그 여자는 왕이 마을을 지나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왕에게 귀한 음식을 대접하기로 한다. 집 헛간에는 밀과 병아리콩과 함께 며칠 전 이웃들이 준 양고기와 약간의 갈비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있는 재료들만을 사용하여 요리를 만들어내야 했다. 여자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리에 맛을 더해 줄 고기가 너무 적었고 고민하던 여자는 조금이라도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솥의 가장 아랫부분에 얼마 안 되는 갈비를 놓고 그 위에 밀과 병아리콩을 첨가하고 물을 부었다. 뜨거워진 난로의 장작불을 이용해서 솥에 담긴 음식들을 익혔고 왕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여자의 눈길은 길쪽을 향해있었다. 솥이 달궈질수록 솥에 담긴 물은 점 점 졸아들었다. 물이 졸아들면 다시 물을 부었다. 하지만 왕과 군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몇 시간이 지났지만 길에는 오고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불에 올려놓은 음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이 우러났다. 물을 계속 부었더니 밀과 병아리콩은 더 푹 익어 국물에 우러났다.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장작불은 꺼지지 않았고 음식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비로소 아침이 밝아오자 말을 타고 빠르게 달려오는 왕의 군대가 보였다. 여자는 군대가 지나는 곳으로 달려가 길을 막아선 뒤 자신이 만든 음식을 한 국자 맛보지 않고서는 길을 내어줄 수 없다며 한 번만 맛을 봐달라고 간청했다. 군인들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먼저 맛을 보고 왕에게 어울리는 음식인지 보겠다”고 말했다. 여자는 하루 종일끓인 솥을 옮겨 군인들의 식탁에 음식을 내놓았다. 군인들은 음식을 확인하기 위해 나무주걱을 가지고 휘저으며 솥 안을 확인했다. 솥 안에서 고기 냄새가 나긴 했지만 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장작불에서 몇 시간 동안 끓여진 갈비는 로쿰(터키식 디저트, 젤리의 한종류)같이 녹아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음식의 첫 모습은 군인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군인들 중 한 명 이 여자에게 다가가 “고기가 들어갔었다면 좋았을 텐데(Ke ke etli olsaydı)”라고 말했다. 여자는 나무 주걱을 속 깊숙이 집어넣은 뒤 휘저어 갈비에 붙어있던 약간의 고기들을 솥 위에 꺼내놓았다. 드디어 음식의 맛을 본 군인들은 야부즈 셀림 왕의 상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요리라는 믿음을 의심치 않았다. 예상대로 왕 또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고 요리사에게 아마스야에 도착하자마자 이 음식을 만들어 모든 군대에 나눠주도록 명령했다.

06. 케슈케크를 준비하는데에는 특별한 손재주로 만들어진 공동 소유의 절구가 사용된다. ⓒ유네스코(UNESCO) 07. 지방자치체와 시민들이 만든 지 역 단체의 긴밀한 협력에 의해 케슈케크 전통이 보전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

이렇게 “고기가 들어갔었다면 좋았을텐데”라고 불리던 음식은 그 후에도 계속해서 왕의 식탁에 올랐고, 시간이 흐르면서 문장의 앞 단어를 딴 케슈케크Kekek라고 칭해지게 됐다. 이제 케슈케크는 아마스야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으며 명절 아침에, 가장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대접하는 아주 중요한 음식이 되었다.

 

글. 후세인 이잇트 (주한이스탄불문화원 원장) 번역. 강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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