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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고 또 보아도 참 곱다 아름다운 꽃신, 화혜
작성일
2017-12-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394

보고 또 보아도 참 곱다 아름다운 꽃신, 화혜 - 황덕성 화혜장 이수자 & 플랫아파트먼트 이광섭·서경희 디자이너 ‘꽃신’이라 불리는 전통 신발의 묘미는 곡선을 그리며 날렵하게 올라간 신코에 있다. 가죽을 둘러싼 비단과 그 위에 놓인 자수는 너무나 고와 만지기도 아까울 정도다. 꽃신의 아름다움을 지켜나가는 황덕성 화혜장 이수자와 전통 신이 가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플랫아파트먼트 서경희 · 이광섭 디자이너를 만났다.

한국적 아름다움으로 맵시를 낸 신코

수를 놓은 비단신을 통틀어 꽃신이라 부르지만 본래 화혜에 속한다. 복사뼈를 감싸는 형태의 목이 있는 신발인 ‘화’와 목이 없는 신발 ‘혜’를 구분했지만 요즘은 ‘화혜’로 통틀어 부른다. 서경희 이광섭 디자이너는 곡선을 그리며 날렵하게 올라간 신코의 매력에 반해 플랫아파트먼트를 만들게 됐다.

황덕성 이수자 | 화혜장이란 가업을 5대째 이어받아 활동하시던 아버지(황해봉, 국가무형문화재 제116호) 밑에서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며 막연하게 ‘나도 화혜장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아버지께서 문헌상으로만 남아 있는 왕과 왕비의 의례용 신발인 ‘적석’과 ‘청석’을 힘들게 재현해 세상에 다시 살려내는 모습을 보면서 화혜장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일을 배워보니 한참 젊은 나이 때 조그만 방에서 홀로 묵묵히 앉아 작업하시던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서경희 디자이너 | 전통신이라는 주제로 화혜장과 함께 인터뷰 할 수 있다는 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통신을 모티브로 신발을 만들게 된 건 플랫슈즈를 주로 신던 제가 예쁜 신발을 신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어요. 시중의 플랫슈즈는 주로 둥근 코와 사각 코가 대부분인데, 전통 신의 버선코 모양은 독보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요. 전통 신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참 예쁘다’였습니다. 초기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저희 신발을 찾고 있습니다. 비록 모티브를 차용한 것이지만, 전통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알아봐 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좌)황덕성 화혜장 이수자 (우)플랫아파트먼트 이광섭·서경희 디자이너

단 한 군데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꽃신은 기와집 처마와 버선코처럼 직선으로 힘 있게 내려가다 살짝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코에서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오른쪽, 왼쪽 구분 없이 신다 보면 시나브로 발 모양에 맞게 제 짝이 생겨난다. 70여 가지 공정을 전부 일일이 손으로 해내는 작업은 고단하고 힘겹다. 서경희·이광섭 디자이너는 전통 신의 공정에 다시금 놀라워했다.

황덕성 이수자 | 비단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전통방식 그대로 멧돼지 갈기를 바늘로 사용합니다. 나이든 멧돼지는 갈기가 빳빳하면서 잘 휘어지기 때문에 가죽과 비단을 꿰매기 딱 좋습니다. 모시와 삼베를 배접한 백비나 비단을 붙일 때는 밥풀을 이겨서 접착제로 사용합니다. 밥풀이 굳으면 돌처럼 딱딱해져 접착제로 사용하기 좋고 완성된 신발은 불에 쬐어도 밥풀이 상하지 않게 단단히 굳혀 신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또 고유의 광택과 빛깔을 살리기 위해 천연염색을 하거나 십장생 문양·모란꽃 문양 등의 자수를 새겨 기본재료 자체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있습니다.

이광섭 디자이너 | 아버님이신 황해봉 장인님의 작품을 기회가 된다면 실제로 꼭 한번 보고 싶습니다. 가업을 이어 전통방식 그대로 재현하고 계시는 이수자님이 있어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신이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전통 신에서 모티브를 얻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 신에서 얻은 형태는 저희의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미투리나 나막신 등 우리의 전통 신이 가진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차용해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01_ 신울과 밑창 꿰매기 02_ 신골박기 03_ 전통 신발의 선을 살려 현대적으로 재구성

보면 볼수록 사랑하게 되나니

전통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며 화혜를 제작하는 황덕성 이수자와 전통 신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하는 서경희·이광섭 디자이너는 전통 신의 아름다움을 각자의 영역에서 잘 이어나가고 싶다. 세 사람의 소중한 노력이 우리 전통을 보다 아름답고 가치 있게 발전시킬 것이다.

황덕성 이수자 | 요즘은 공장에서도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꽃신을 신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를 진짜 전통 신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개량한복처럼 전통 신발도 개량되어 그 명맥을 이어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전통방식 그대로의 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현대인들에게 맞도록 현대화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모이면 전통 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그런 활동이 자극이 돼 좀 더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현존하고 있는 신발은 대부분 조선후기 것으로, 몇 개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문헌상의 자료도 많이 없어 유물을 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적석, 청석을 세상에 빛을 보게 하신 것처럼 사라져가는 전통 신을 찾아 재현하는 일이 화혜장으로서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서경희 디자이너 | 우리의 전통을 기억하고 이어나가려는 노력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비록 자주 신거나, 즐기지 않아도 우리 것이라는 걸 알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후대들인 저희가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 처음 전통 신에서 모티브를 가져올 당시에는 단지 예뻐서였지만,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해외에 저희 신발을 수출하면 ‘한국적인 것’, ‘한국의 미가 녹아 있는 것’이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어요. 앞으로 전통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젊은 층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패션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무엇이든 사랑하려면 관심을 먼저 가져야 한다. 관심을 두고 바라보기 시작하면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그 매력에 젖어 들게 된다. 세 사람은 전통이 그 모습 그대로, 때론 현대화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사람들과 가까워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이 전통을 이어나가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이 시대의 장인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글‧한율 사진‧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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