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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개성 복식부기 장부와 조선시대 회계문화
작성일
2015-08-04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8209

 

개성 복식부기 장부와 조선시대 회계문화. 2013년 10월 30일 동아일보가 1면 특종으로 보도하고 이어서 2014년 2월 27일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 제587호로 등록 지정한 ‘개성 복식부기 장부’가 학계에 알려지기 전까지 조선시대는 근대 자본주의의 합리적 이윤 추구 문화와는 전혀 상반된 유교문화 사회로 인식되어 왔다. 이에 따라 20세기 한국사회는 조선사회와 철저히 단절된 식민지근대화론이 학계의 주류를 형성하였다. 식민지근대화론은 14세기말에서 20세기 초까지 600여 년을 단일 체제로 유지해온 조선을 정체된 사회로 규정하고 외부의 힘에 의해서만 발전할 수 있었다고 보고 한국 사회에 전통과의 단절을 주문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자료를 이용한 최근 경제사학계와 회계사학계의 연구 결과는 기존의 인식과 전 혀 반대되는 조선 사회였음을 제시한다. 01. 개성 복식부기 장부(등록문화재 제587호)는 개성지역에서 활동했던 박재도 상인 집안의 회계장부 14책과 다수의 문서 일괄로 1887년에서 1912년까지 25년 동안의 대략 30만 건의 거래 내역이 1,298쪽의 분량에 기재되어 있다. ⓒ문화재청

 

포괄적이고 완벽한, 진보적인 회계자료

‘개성 복식부기 장부’는 개성지역에서 인삼 경작과 홍삼 제조를 통해 중국과 일본 지역에 수출한 개성상인의 국제적 활동상을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번에 지정된 박재도 집안의 회계장부는 총 14책 1,298쪽의 기록이며 주요장부인 일기장日記帳, 외상·타급장책外上·他給長冊과 보조장부인 주회계책周會計冊, 각처전답문기등록各處田畓文記謄錄, 각인물출입기各人物出入記, 각인회계책各人會計冊, 외상초外上抄와 그 외의 어음, 편지, 증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기록이 상호 접합된 문서로 오늘날 기 업 회계 순환상의 장부구조인 분개장, 총계장원장,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처분배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복식부기 방식으로 작성하여 대차균형의 원리와 원가회계, 그리고 투자자와 경영인과의 이익배분계약관계를 확인시켜주는 회계장부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유럽의 회계사 연구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세계적 자료이다.

‘개성 복식부기 장부’는 고문서학과 서지학적 견지에서 현존하는 최초의 개성복식부기 회계장부로 알려진 1786~1947년 기간의 북한 사회과학원 소장의 일기장과 원장 집합과 일본 고베대학에 소장된 1854~1918년 기간의 회계장부 집합과 비교하여 볼 때 세 회계장부 집합은 모두 동일한 장부의 구조와 형식, 그리고 회계관련 전문 용어를 구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발굴된 자 료는 비록 앞서 학계에 소개된 두 장부 집합보다 시대가 늦은 장부 집합이지만 회계사적으로 보면 북한 사회과학원 소장 회계장부, 일본 고베대학 소장 회계장부와 달리 일기장에서 최종 손익계산서까지 경제 거래의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완벽히 접합된 회계장부 집합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02. 개성상인들의 주무대였던 남대문시장의 1910년 대 풍경.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합리적 자본주의의 실존을 증명해주는 실무회계기록

단일 거래가 대변과 차변으로 분개되고 오늘날 원장에 해당되는 장부로 전기되어야 하는 복식부기 기술의 특성상, 장부와 장부 사이의 연관성을 갖추는 것은 복식부기 기술을 증명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다. 때문에 고베대학의 회계장부를 처음 수집하고 연구한 일본 히라이야스타로(平井泰太郞) 교수가 일기장과 타급 장책 외상장책, 그리고 결산서와의 유기적 연관성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내린 연구 결론, 즉 ‘개성상인의 회계기록은 현대적 의미의 복식부기 기록이 아니다’라는 회의적인 결론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근거를 이번 장부는 갖추고 있는 것이다. 북한 사회과학원 자료는 2,027쪽에 달하는 거대한 분량이지만 한 집안에서 보존되어온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분개장과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 항목의 유기적 연관성을 추적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현대식 복식부기 기술의 보유를 18세기까지 소급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개성 복식부기장부의 발견으로 현존하는 최초의 회계장부와 장부 구조와 형식, 그리고 분개 용어와 원장으로의 전기 등 관련 전문 용어와 코드가 일치하여 ‘합리적 자본주의’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 즉 한국에서 18세기 후반부터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발굴된 회계장부는 1887년부터 1912년 모든 영업활동을 복식부기 방식으로 기입하여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며, 이 자료의 발굴과 일부 기록의 현대 회계 방식으로의 전환 성공으로 북한 사회과학원 소장 기록과 고베대학의 회계장부의 재무구조의 건전성과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 등을 현대 기업경영분석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분개에서 당기 순이익 계산과 배분까지 복식부기 방식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기록한 완벽한 현대 방식의 복식부기 자료라는 것이 실증된다.

A.C. Littleton, Michael Chatfield 미국 유럽 회계사학자들에 의하면 영국은 1885년까지 기업제조원가회계를 체계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다. 독일은 실증장부의 제시없이 ‘현대 방식의 복식부기’에 대한 사회과학적 인식만 확산된다. 1924년 W. Sombart의 근대자본주의론(Der Moderne Kapitalismus)과 Max Weber, Schumpeter 등에 의한 자본주의와 복식부기와의 연관성에 대한 사회과학적 의미 부여가 그것이다. 실증 장부 차원에서 1900년까지만 해도 영국과 미국의 공식적인 원가회계실무는 존재하지 않았고,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원가관리 회계는 1899년에 출판된 H.L Arnold의 저 서『“the Complete Cost-Keeper New York” The Engineering Magazine Press』이다. 서구 유럽에서도 1885년 이 전에 원가 이론과 실무에 대한 관심은 다소 존재하였으나 원가문제에 주의를 집중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전문가는 거의없었던 것으로 본다. 반면 박재도 집안의 회계장부는 분개장, 총계장원장,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처분배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복식부기 방식으로 연결시켜 완벽한 대차균형의 원리와 원가회계, 그리고 투자자와 경영인과의 이익배분계약 관계까지 확인시켜주는, 20세기 이전 기록 중 세계 유일의 ‘현대방식의 복식부기 실무회계기록’이라는 세계회계사적 의의를 담고 있다.

 

글. 전성호 (한국학중앙연구원 글로벌한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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