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삼겹살구이에 대한 코미디 같은 ‘전설’ 삼겹살
작성일
2018-03-06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194

삼겹살구이에 대한 코미디 같은 ‘전설’삼겹살 “삼겹살구이는 1980년대 시작된 것이다. 일본으로 등심, 안심 등을 수출하고 남은 부위를 구워먹기 시작했다. 탄광에서 일하는 이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또 다른 ‘전설’도 있다. “학교 선생님들이 분필가루를 많이 마셔서 그걸 씻어내려고 기름기 많은 삼겹살구이를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미디다. 삼겹살 등 음식물은 식도로 내려가고 분필가루, 탄가루는 기도(氣道)로 내려간다. 혹시라도 기도로 음식물이 내려가면 사고다. 삼겹살 기름기가 폐에 들어가면 대형 사고다.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외국으로 수출하고 남은 부위인 삼겹살을 먹기 시작했다는 말도 정확하진 않다. 우리는 삼겹살을 오랫동안 먹었다. 다만 ‘구이’로 먹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무렵일 뿐이다. 01.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불리는 삼겹살 ⓒ셔터스톡

삼겹살 돼지의 갈비에 붙어 있는 살로, 비계와 살이 세 겹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기이다. 특히 황사가 올 때면 찾게 되는 삼겹살은 대표적인 디톡스 음식이다.

삼겹살? 오래전에도 먹었다

 

삼겹살? 오래전부터 먹었다. 조선시대에도 삼겹살이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먹었다. 삼겹살이라는 이름은 1920, 30년대 신문에도 등장한다. 삼겹살은 1980년대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1934년 11월 3일 동아일보의 기사다. 제목은 “도야지(돼지)고기는 조선의 잇어서는 강원도에서 조 껍질을 먹고 자란 것이 조타”이다. 우리나라 돼지고기로 치자면 강원도에서 좁쌀 껍질 먹여 기른 것이 좋다는 뜻이다. 기사에서는 “돼지 뒤 넓적다리와 배 사이에 있는 ‘세겹살(삼매라 하는)’이 제일 맛이 잇다 하고”라고 했다. 삼겹살을 세겹살 혹은 ‘삼매(三枚)’라 불렀다. 이름을 뭐라고 하던 돼지고기 삼겹살 부위를 먹지 않았었을 리는 없다. 고기는 귀했다. 돼지고기는 특히 귀했다. 단종 1년(1453년) 4월(음력), 5품 별좌 이흥덕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었다. 사헌부에서 처음 내린 판결은 ‘곤장 100대, 3천리 밖 유배, 벼슬길 금지’다. 의정부에서는 이 벌을 가볍게 한다. 벌을 낮춘 이유가 있다. “이흥덕이 중국을 드나들며 양돈(養豚)을 배웠고, 돼지 기르는 일에 힘썼고, 공적이 있다”고 했다.

조선의 이념적 통치기반은 유교다. 유교는 인간이 6가지 가축을 먹도록 했다. 육축(六畜), 소, 말, 돼지, 개, 양, 닭이다. 우리는 가축 기르는 솜씨가 부족했다. 건조하고 추운 한반도에서 돼지는 잘 자라지 않았다. 세조 8년(1462년) 6월의 기록에는 “(양돈은) 한양 도성은 한성부, 지방은 관찰사, 수령이 직접 관리하라. 매년 그 숫자를 보고하고 양돈 성적에 따라 상벌을 적용하라”고 했다. 돼지 관리책임자를 정하고 일일이 보고하라는 것이다. 양돈 성적에 따라 관리들의 상벌을 정하겠다고 했다.

이토록 귀한 돼지고기의 특정 부위를 안 먹었을 리는 없다. 뼈와 내장도 먹는 판이다. 삼겹살로 특정한 이름이 없었고 먹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냉장, 냉동이 불가능하던 시절이다. 날고기로 짧게 보관하다가 수육(熟肉)으로 만들어 보관하고 먹었다.

02. 성협의 <고기굽기> ⓒ국립중앙박물관 03. 1970년대 중반, 사람들은 돼지고기삼겹살을 베이컨의 재료로 여겼다. ⓒ셔터스톡 04. 동파육은 통째로 조리한 삼겹살에 간장 등을 부어 조려낸 중국 음식이다. ⓒ셔터스톡 05. 삼겹살은 갈비를 떼어낸 부분에서 복부까지의 넓고 납작한 모양의 부위로 붉은 살코기와 지방이 삼겹의 막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06. 삼겹살은 손님이 식탁에서 직접 날고기를 구워서 먹는 방식이다.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식 바비큐’라 부른다. ⓒ셔터스톡

 

베이컨보다는 직화구이가 낫다?

 

1970년대 중반 신문에 실린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 왕준련 회장의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를 널리 사용하지 않으나 서양에서는 돼지고기를 널리 사용한다. 그중) 베이컨은 돼지고기 삼겹살을 소금에 절여서 1개월간 지난 후에 훈연 처리하여 얇게 썬 것이다(1975년 12월 20일 동아일보).” 이 무렵에도 돼지고기 삼겹살은 베이컨의 재료로 여겼다.

1972년 동아일보의 기사는 돼지고기 삼겹살을 조림용으로 소개한다. ‘돼지고기 삼겹살 한 근을 2센티로 네모나게 썰어 물을 붓고 조리는 방식’이다. 너무 많은 기름기를 줄이기 위하여 “끓였을 때 위에 떠오른 기름을 걷어내고 생강 등을 넣어서 잡냄새를 없애라”고 조언한다. 고기의 크기는 작지만 이 음식은 중국 동파육(東坡肉)과도 닮았다. 동파육 역시 기름 층이 있는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삼겹살 부위다. 중국 역시 오래전부터 삼겹살을 사용한 음식을 먹었다.

1959년 1월의 경향신문 기사에는 ‘돼지고기와 무우(무) 볶음’이 등장한다. “돼지고기와 무우를 볶은 것인데 더운밥의 밥반찬으로 대단히 좋다”고 소개한다. 사용한 돼지고기는 ‘삼겹살 2백문(匁)’이라고 못 박았다. 1문은 3.75g이다.

1980년대 이전에도 돼지고기 삼겹살을 먹었다. 다만 ‘삼겹살구이’가 아니었다. 왜 1980년대 이후 삼겹살구이가 나타났을까? 1970년대 후반 국민소득이 1,000 달러를 넘기면서 절대빈곤이 끝났다. 경제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고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이밥에 고깃국’은 한반도에 살았던 이들의 절대적인 소망이었다. ‘먹느냐, 굶느냐?’에서 ‘얼마나 많이 먹느냐?’로 그리고 ‘무엇을 먹느냐?’로 발전했다. 그 정점에는 ‘고기구이’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날고기를 구운 것은 최상의 맛이다.

쇠고기 불고기와 돼지고기 수육의 수요가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였고, 냉장, 냉동 기술도 발전했다. 냉동고기를 얇게 썬 ‘대패삼겹살’도 시작되었다. 양념하지 않은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가 시작된 것이다.

불편한 등산용 석유버너의 시대도 끝났다. 휴대가 간편하고 편리한 가스버너가 등장했으며, 1980년대 중반 마이카시대가 시작되었다. 냉장 돼지고기가 비교적 흔해졌다. 기름기가 많은 돼지고기 삼겹살은 가격도 그리 높지 않았다. ‘마이카’에 가스버너를 싣고 전국 산과 들, 강, 바다로 떠났다. 냉장 돼지고기는 아이스박스에 채웠다. 전국 어디에서나 삼겹살을 구웠다. 주말이면 삼겹살 굽는 매캐한 연기가 전국을 뒤덮었다.

일부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하면 돼지고기는 가장 널리 선호되는 육류다. 삶고, 굽고, 찌고, 졸여서 다양하게 먹는다. 더러는 염장(鹽藏)으로 햄, 베이컨 등을 만든다. 그러나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을 직접 구워서 먹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고기 먹는 방식을 ‘한국식 바비큐(Korean Barbecue)’라 부른다. 손님이 식탁에서 직접 날고기를 구워서 먹는 방식이다. 서양인들은 야외에서 고기를 직접 구워서 먹는 것을 ‘바비큐’라 부른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우리의 삼겹살구이는 ‘바비큐 방식’이다. 서양인들은 야외에서 캠핑을 할 때 바비큐를 먹지만 우리는 도심에서 일상적으로 바비큐를 먹는다.

 

“비켜라, 내가 굽겠다!”

전 세계 대부분의 식당은 ‘완성된 상태의 음식’을 내놓는다. 주방에서 완성한 음식을 내놓으면 손님은 간단한 양념을 더하여 먹는다. 보편적인 방식이다.

‘한반도의 고기 문화’는 다르다. 손님들이 스스로 음식을 조리해서 먹는다. 날고기를 손님 식탁에 내놓는다. 벌겋게 달아오른 숯불을 손님 식탁에 별도로 내놓는다. 손님은 숯불, 가스 불 위에 석쇠 혹은 불판을 놓고 직접 고기를 굽고 잘라서 먹는다.

여럿이서 식사를 할 경우, 반드시 아랫사람이 고기를 굽는 것도 아니다. 연장자가 집게와 가위를 들고 고기를 굽고 자르는 경우도 잦다. ‘한국식 고기 문화’의 특징은 ‘비켜라, 내가 굽겠다’이다. 고기 굽는 이가 조금만 어설픈 모습을 보이면 누군가는 ‘비켜라, 내가 굽겠다’를 외친다. 어느 자리에나 ‘고기 잘 굽는 전문가’는 있다. ‘고기는 한 번만 뒤집어야 한다’든지 ‘센 불로 구워서 육즙을 가두어야 한다’든지 나름대로의 이론으로 무장한 고기 전문가를 흔히 볼 수 있다. 삼겹살구이의 경우 고기를 김치와 같이 굽느냐, 고기를 구운 후 김치를 구워야 하느냐를 두고 날카로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의 고기 문화, 특히 삼겹살구이는 현재 진화 중이다. 한국의 삼겹살 가격은 국제 평균 시세의 5배에 달한다. ‘한반도의 고기 구워 먹는 문화’는 이제 시작이다. 그 중심에 삼겹살구이가 있다. 식탁 위로 불판이 드나들고, 가위와 집게가 등장하고,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는 이제 시작이다. 전 세계 문명권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문화다. ‘Korean Barbecue’, 특히 삼겹살구이가 어떻게 발전할지 눈여겨볼 일이다.

 

글. 황광해(푸드칼럼니스트)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