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찰나의 순간, 천년의 기억을 기록하다
작성일
2015-04-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5236

찰나의 순간, 천년의 기억을 기록하다. 지금 남기지 않으면 영영 놓쳐 버리는 장면이 있다. 늘 그대로일 것 같은 많은 것들이 실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매순간 다른 의미로 존재한다. ‘기록’이 필요한 이유이다. 오세윤 작가에게 사진이란 과거의 산물이되 현재에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의 숨결을 기록하는 절실한 작업이다. 때문에 30여 년 전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나선 이 후 한 번도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01. 30여 년 간 문화유산을 사진에 담아온 오세윤 작가. 그에게 사진이란 과거의 산물이되 현재에 살아 숨 쉬는 문화재의 숨결을 기록하는 절실한 작업이다.

사진 그리고 경주와의 인연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과 함께 아련함을 불러일으키는 곳, 경주는 시 전체가 문화유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국사, 안압지, 첨성대 등등 앨범 속에 경주에서 찍은 사진 대 여섯 장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30여 년 간 경주의 문화유산을 사진에 담아온 오세윤 작가. 그에게 경주의 사진은 ‘추억’에 비견할 수 없는 무거운 의미이다. ‘사명’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그는 유적과 유물의 발굴부터 복원까지 과정들을 촬영하는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다. 그동안 다양한 유물 도록 발간, 발굴조사 현장 사진 등 문화유산 기록사진에 매진해 왔다.

“경주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럼전 경주는 내 신앙이고 종교라고 대답해요.” 전국 각지에 유적 유물이 있지만 그의 테마는 쭉 경주였다. 김천의 한 정미소집 아들이었던 그가 경주에 눌러앉게 된 사연은 이랬다.

“문학소년이요? 그건 전혀 아니었고요, 국문과는 그저 영어 수학이 싫어서 간 거였어요. 그러다 고전문학 수업시간에 삼국유사를 접한 거예요. 그때 경주가 보통 경주가 아니란 걸 알게 됐죠. 한 번 더 놀란건 경주의 사진 대부분이 일본인들이 찍었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때부터 장학금과 열 달 치 방값을 모아 거금 95만원으로 장만한 카메라를 들고 경주의 문화유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경주를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눈, 우리 마음으로 본 우리 문화유산을 기록하고 싶었다.

02. 03. 수없이 계절이 오고가는 동안 오세윤 작가는 경주의 수천수만 가지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천년고도의 흔적들은 푸른 여 명 속에, 짙은 노을빛 속에 새로운 장면으로 탄생했다.

사진 그리고 마음에 새기는 경주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엔 녹음이 우거졌다. 가을엔 낙엽이, 겨울엔 눈이 내렸다. 그렇게 30여 년 계절이 오고가는 동안 그는 경주의 수 천 수 만 가지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영광의 세월을 품은 천년고도의 흔적들은 짙은 노을빛 속에, 때로는 푸른 여명 속에서 새로운 장면으로 탄생했다. 과거의 영광이 현재의 감동으로 되살아나고 오래 된 풍경에 새로운 아름다움이 겹쳐진다.

“경주의 유적지들은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특히 해뜰때 해질때 위에서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죠.” 지상에서 촬영한 사진은 그 문화유산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을 수 없고 감춰진 면면을 포착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경비행기 조종 자격증까지 땄다. 문화유산 촬영의 또 다른 특이점은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주 남산에서 불상이 엎어진 채로 발견됐는데 부처의 코와 바닥의 바위 사이가 5cm밖 에 안 되는거예요. 가까스로 그 장면을 찍었는데 그 사진이 프랑스 르몽드지 1면에 ‘5cm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더군요. 발굴현장에선 준비같은 거 없어요. 주어진 상황에서 그냥 찍어야 하죠.” 또 하나, 시간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지만 그게다는 아니다. 자연이 허락한 시간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우연과필 연 이 함께 도울 때 인상적인 작품이 만들어진다. “이 당간지주 사진은 조금만 늦었어도 찍을 수 없었을 거예요.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돌아가고 있는데 왠지 뒤통수가 당기더군요. 차를 돌려 다시 가보니 이런 하늘이 펼쳐져 있는 거예요. 석양, 구름, 빛과 어둠이 모든게 합쳐진 순간이었죠.”

셔터를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을 담아야 하기에 사진이라는 표현방식은 결코 쉽 지 않다. 그 문제는 경험치나 기술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상에 대한 관심, 이 해, 애정이 없다면 말이다. 오세윤 작가의 말처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눈이나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불어넣는 것’이기 때문이다.

04. 김천의 한 정미소집 아들로 태어나 경주에 눌러앉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는 오세윤 작가.

천년의 과거 그리고 내일

그의 경주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린다. 한번은 우즈베키스탄의 한국대사관에 갔다가 대사관 식당에 밀레 그림이 걸려있는 걸 보고는 자청해서 경주 사진들을 보내주기도 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신라를 소개하는 책을 만들 때도 두 팔 걷고 나서서 도왔다. 경주의 본 모습과 신라문화의 가치를 해외에 제대로 알리고싶은 마음이었다. 같은 뜻을 가진 지역 동학 다섯 명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경주학연구원도 같은 취지이다. 답사, 강좌, 사진반 운영 등경주를 알릴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05. 경주불굴사지의 석조사면불상을 찾은 오세윤 작가. 그는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경주 어딘가의 유적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

“계속 경주를 찍을 거예요. 같은 유적 같은 유물이라도 갈 때마다 다르거든요. 광선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책을 한 줄 더 읽고 가면 새로운게 또 보이죠. 겉 만 찍는게 아니라 그 내면의 가치를 담아서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경주가 먼지 쌓인 수학여행 사진처럼 추억으로만 남는 것이 안타깝다. 사람들에게 기념사진 몇 장 찍고 가는 관광지가 되지 않길 바란다. 옛 신라의 찬란한 문화를 만나고 현재의 새로운 가치를 함께 공감했으면 한다.

“저 벌판이 봄이 되면 유채꽃, 벚꽃으로 가득 찰 거예요. 그때가 되면 관광객들로 북적이겠죠.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곳은 바로 여기예요. 황룡사지 발굴 당시 발견된 돌들을 모아놓은 곳이죠. 지금은 이렇게 외딴 곳에 쌓여있지만 천년전에 어딘가에서 다 쓰임을 했을 거예요. 여기 서서 남산을 보고 있으면 지금 나는 내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경주의 문화유산, 그 안에 켜켜이 쌓여있는 천년역사를 기록하고 알리는 일. 돌무지 위에 서서 남산을 바라보는 오세윤 작가의 시선에 앞으로 이어나가야 할 사명에 대한 고민이 읽히는 듯 했다.

 

글. 성혜경 사진. 김병구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