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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가제해에서 찾은 우리의 멋
작성일
2024-01-3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87

백가제해에서 찾은 우리의 멋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찬란하게 아름다운 예술 문화를 꽃피워 온 나라다. 시대별로 그 문화가 조금씩 다르고, 발전된 문화에 따라 장신구는 장식의 역할만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정서, 생활상이 담긴 창조적인 예술품이다. 더불어 이에 장신구는 사료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01.백제 장신구를 표현한 작품 (민휘아트주얼리 제작) 02.백제 장신구를 표현한 금제 관꾸미개 (민휘아트주얼리 제작) 03.태환이식 응용 디자인 세트

단아하고 우아하면서도 정제된 선

백제라는 이름은 ‘백가제해(百家濟海)’, 즉 ‘백 가구가 바다를 건너다’에서 유래했다. 그 이름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백제시대의 장신구는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아 재료, 기법, 형태, 문양의 배치 등 저마다의 다른 특징을 지닌다. 고구려와 유사한 한반도 북부식 문화, 신라와 가야 등의 한반도 남부식 토착 문화 외에 일본과 중국 남조 문화 등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은 듯한 요소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형태의 독특한 공예 문화가 엿보인다.


백제시대의 금동관, 관식, 귀걸이, 목걸이, 뒤꽂이, 허리띠 장식품 등 각종 장신구를 살펴보면 기교적으로 화려하기보다 소박한 듯 간결하며 단아한 멋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양과 섬세한 세공 기법을 활용하여 부드러우면서도 유려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유물이 다수 출토되었다. 백제시대의 금속 공예품에 사용된 재료를 살펴보면, 금, 은, 동, 철 등이 단독 혹은 혼용으로 사용되었다. 형태로는 금속을 망치로 두드리고 늘려 판(板)으로 만들거나 금봉(金棒)으로 했다는 점이다. 고리를 만든 뒤 남은 선을 원판 자체에 촘촘하게 감아 두 개의 봉을 하나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형태의 장신구는 백제만의 독특한 기법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아하고 우아하면서도 정제된 선의 흐름이 살아 있는 백제의 장신구를 볼 때마다 현대에 만들어졌더라면, 그 디자인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형태와 배치, 문양 등에 숨겨진 의미를 살펴보는 일도 늘 흥미롭다. 백제의 문화 그리고 멋을 연구해 이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승화한 작품이나, 백제인의 멋을 승계하는 작업이 활발해지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04, 05, 06.진묘수를 모티브로 한 노리개와 머리꽂이.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촬영 소품으로 사용됐다.

흐름이 살아있는 문양

고대 장신구의 아름다움을 드라마와 영화 등의 콘텐츠에 맞게 재현하고, 실제 대중들이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 디자인을 ‘업’으로 여기는 사람으로서 백제시대 장신구는 매우 흥미로운 문화유산이다.


백제 장신구를 작업할 때에는 전체적으로 유려한 곡선미를 간결하게, 우아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해왔다. 무령왕과 왕비의 장신구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는 봉황문, 연화문 등 아름다운 문양을 살리고자 한 것도 그 노력에 포함된다. 이에 백제의 장신구를 디자인할 때는 문양을 살리고 바탕을 따내는 지투(地透) 기법을 활용한 것이 많고,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문양 투조 작업에 이런 점을 염두에 두게 됐다.


특히 무령왕릉의왕 금제 관꾸미개는 얇은 금판에 인동당초문과 화염문을 기본으로 맞새김한 형태를 띠고 있다. 관꾸미개의 전면에는 금실에 둥그스름한 작은 달개가 금실로 섬세하게 매달려 있어 장식성이 강하고 화려한 느낌을 준다. 이에 드라마 촬영 소품으로 제작된 무령왕릉왕의 금제 장식은 덩굴 문양을 곡선미가 돋보이는 나비 장식의 날개를 응용하게 됐다. 더불어 왕 금제 장식의 특징적인 둥그스름한 작은 달개는 고전적인 색감의 사파이어, 오팔 등의 원석을 둥글게 커팅하게 됐다.


07.백제 무령왕릉 목걸이를 응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반지 1 08.백제 무령왕릉 목걸이를 응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반지 2

세밀하면서도 단정한

무령왕비의 관꾸미개는 왕의 금제 장식에 비해 도식화되어 있고, 좌우 대칭 구도로 되어 있다는 점, 달개가 없어 보다 간결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 두드러진다. 관꾸미개 중앙에는 연꽃잎으로 장식된 대좌 위에 만개한 꽃을 꽂은 화병이 있으며, 그 주변으로 인동당초문과 화염문 장식이 세밀하면서도 단정하게 배치됐다.


최근 디자인에 차용하려 한 것은 백제 장신구 고유의 판금 세공 기법이다. 금속을 섬세하게 두드리고 늘려 만든 얇은 판에 연화문과 당초문을 혼합해 디자인한 문양을 새긴 뒤 바탕을 따내는 지투 기법이 사용됐다. 제작 기법과 문양은 고대에서 차용하되 좀 더 간편하고 실용적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하며, 착용 방법에서는 현대에서 많이 쓰이는 장식을 보다 고전적으로 고안하여 개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백제의 유물 중 허리띠 장식은 신라시대 디자인과도 유사하지만 출토된 양은 상당히 적고,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은제 허리띠 장식은 은의 특성상 산화되기 때문에 금제 허리띠보다는 보존이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백제시대에는 왕이 주로 착용한 허리띠 장신구였지만, 현대에서는 상업적 가치를 부여한 기법과 생산의 효율화를 고려해 당초 문양을 부분적으로 응용하여 디자인했다. 유물 디자인을 세련되게 변형하여 간소화하되 옥과 오팔, 오닉스 등 은은한 색감이 돋보이는 원석을 사용하니 한층 고급스러움을 더해 했다.


09.백제 허리띠 장식을 응용해 제작한 목걸이 10.무령왕릉 왕비의 금제 관꾸미개를 응용해 제작한 머리꽂이

광명을 밝혀주는 색

백제 부소산성 금동광배는 부처님의 머리나 등 몸체 뒤쪽에서 광명을 밝혀주는 장식으로, 당초문과 연화문이 어우러진 형상을 하고 있으며 광배만으로도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리개를 작업할 때는 금동광배의 문양 배열에서 영감을 받아 장신구의 가장자리에는 당초문을, 가운데에는 연화문 대신 황옥으로 꽃을 조각해 매달았다. 중앙의 황옥꽃을 돋보이게 하면서 전체적으로 기운이 상승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날개를 활짝 편 노랑나비 두 마리를 배치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목걸이를 살펴보면 중간 부분은 굵고 양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데 마치 대나무 마디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으며 끝에서 가늘어진 금선이 고리처럼 말아 양쪽을 연결하고 있다. 이런 형상은 대나무 마디 형태를 변형한 반지로 선보여졌으며, 영화나 드라마 소품으로만 아니라 남녀노소 실생활에서 부담 없이 착용하는 디자인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11.무령왕릉 왕비의 금제 관꾸미개를 응용해 제작한 부모니에르 12.백제 무령왕릉을 지키는 석수를 응용해 제작한 머리꽂이 13.백제 무령왕릉을 지키는 석수를 응용해 제작한 열쇠고리

우리의 생활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국가유산으로

한국 전통 고유의 멋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자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가치의 명맥을 잇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장신구가 그 특징을 계승하면서도 변화해 왔듯이 현대의 장신구도 고대 장신구의 정신과 멋을 계승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야 한다. 박물관에서만 그저 감상하는 국가유산을 넘어 현재 우리의 생활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작품으로, 한국의 미를 세계로 전파해 나가는 계기가 지속해서 만들어지길 더 노력할 것이다.




글·사진 김민휘(민휘아트주얼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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