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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듭을 맺고, 조이고, 풀다
작성일
2024-01-3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42

매듭을 맺고, 조이고, 풀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붉고 푸른 실로 정성껏 매듭을 지으며 완전한 즐거움을 만끽했다는 김율호 씨와 방지수 씨. 온 신경을 손끝에 모으고 매듭을 짓는 동안 편안함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두 사람과 함께 매듭의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경험했다.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매듭의 아름다움

매일 아침 머리를 묶고, 운동화 끈을 조이며, 넥타이를 매는 사람들. 매듭을 전통문화로만 여기기에는 여전히 우리는 매듭과 밀접하다. 이런 매듭의 전성기는 조선시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 선조들의 격조 높은 멋을 엿볼 수 있는 장식품인 매듭은 궁중 예식은 물론이고 장례식, 실내 장식, 노리개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었다.


앞뒤 모습이 같으며 좌우가 대칭되는 매듭은 맺은 모양에 따라 국화매듭, 나비매듭, 잠자리매듭, 도래매듭, 연봉매듭 등 30여 종이 있다. 주로 꽃, 곤충, 생활 속 사물에서 모양과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오늘 매듭 수업이 진행될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 매듭관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매듭들이 방문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노리개부터 발걸이, 횃대 등을 장식하고 있는 매듭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이곳의 매듭들은 ‘우리 전통 역사에서 매듭은 예술이자 감각이고, 작품’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단아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00.우리 선조들의 격조 높은 멋을 엿볼 수 있는 장식품인 매듭은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었다.

매듭관은 국가무형유산 매듭장 정봉섭 선생과 그 뒤를 이어 전통매듭 가업의 명맥을 잇는 4대 매듭장 전승교육사 박선경 선생의 공간이다. 정봉섭 매듭장의 아버지 국가무형유산 매듭장 故 정연수 선생에서 시작된 매듭 일은 어머니 2대 매듭장 故 최은순 선생, 정봉섭 선생 그리고 딸 박선경 선생으로 이어졌다. 한 가문이 세대를 이어가며 100년 동안 매듭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중인 것이다. 매듭 수업을 이끌 국가무형유산 매듭장 박선희 이수자 또한 정봉섭 매듭장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매듭관의 어느 매듭이 딱 누군가의 작업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박선경 선생의 매듭 속에는 정봉섭 매듭장의 기예와 정신이, 정봉섭 매듭장의 작품에는 故 정연수 매듭장, 故 최은순 매듭장의 시간이 고스란히 축적됐기 때문이다. 박선희 이수자는 “지금 이곳에 있는 매듭들을 살펴보세요. 홀로 두드러진 것이 없습니다. 붓걸이, 횃대, 발걸이 등을 장식하는 용품으로서 생활 전반에 걸쳐 다른 사물을 돋보이게 하고, 그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매듭입니다. 홀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함께 격을 높입니다”라며 매듭의 가치를 전했다.


01, 02. 동심결매듭 배우는 김율호 씨

동심결매듭, 도래매듭 배우기의 즐거움

매듭을 배울 김율호 씨와 방지수 씨가 매듭관에 들어섰다.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평소 눈여겨본 매듭을 배우겠다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최근 즐겨 보는 드라마에서 나비매듭이 나왔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매듭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이제야 발견한 거죠. 친구와 대화 중 매듭 이야기가 나왔고, 평소 원데이클래스를 즐기는 터라 매듭 공예 원데이클래스 정보를 얻었습니다.(웃음)”라는 김율호 씨는 어릴 때부터 박물관을 즐겨 찾을 정도로 우리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까닭에 매듭 수업 또한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03.방지수 씨는 평소 매듭에 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방지수 씨 또한 서양 매듭인 마크라메를 배운 적 있을 만큼 평소 매듭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오늘 도전 과제는 동심결매듭과 도래매듭을 이용한 풍경 만들기이다. 풍경은 복을 부르는 길상의 물건으로 새해 초입인 지금 만들기에 딱 맞다. 먼저 두 사람은 동심결매듭과 도래매듭을 박선희 이수자와 함께 반복 연습했다.


“한마음으로 맺는다는 의미를 지닌 동심결매듭은 전통 혼례 중 신랑 집에서 신붓집으로 혼서지 등을 함에 담아 보내는 납폐에 사용됐습니다. 또한 선비들의 부채를 장식하는 선추에 주로 사용되는 매듭으로 길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박선희 이수자의 동작 하나라도 놓칠까 두 사람은 눈을 더 크게 떴다.


동심결매듭을 수월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까닭에 빠르게 도래매듭 배우기에 돌입했다. 매듭의 시작과 끝에 주로 사용되는 도래매듭은 가장 기본이 되는 매듭으로 매듭 구성에 가장 많이 쓰이며 예쁜 X자 모양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도래매듭을 만드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박선희 이수자 또한 “도래매듭은 10명 중 8명이 헤매는 매듭입니다. 보통 수업을 진행하면 도래매듭만 두 시간 가르칩니다. 열 번 잘 됐다가 열한 번째 잘 안 될 수도 있는 매듭이지요.(웃음) 천천히 연습하면 됩니다. 용기를 가지세요”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과정이 어려운 만큼 매듭을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하는 두 사람. 그러고 보면 매듭은 우리 삶과 닮았다. 엉킨 매듭을 감추면 더 꼬이듯 작은 실수를 감추면 더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오니 말이다. 그러니 매듭도 삶도 정직하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도래매듭이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지지 않아도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끝까지 도전하는 두 사람. 온 신경을 손끝에 모으고 매듭짓는 모습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


04.박선희 이수자의 설명을 듣는 두 사람 05.매듭으로 만든 노리개

매듭을 만드는 일은 현재를 사는 일, 힐링 그 자체

동심결매듭과 도래매듭 만들기 관문을 잘 통과하고 구슬과 종을 끼워 풍경을 완성한 두 사람은 내심 뿌듯한 표정이다. 오늘의 풍경 만들기는 어떠했을까. “매듭은 일반인이 경험하기에는 어렵고 범위도 넓어 조금은 막막한데 오늘 동심결매듭과 도래매듭을 배울 수 있어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요즘 지하철에서 뜨개질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이제는 제가 매듭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라고 말하는 김율호 씨는 매듭을 만들며 오롯이 집중하는 동안 머리 아픈 일들이 떠오르지 않은 것 또한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도래매듭을 배우면 늘 실패했는데 오늘에야 완벽히 이해한 것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정신없이 바쁘게만 지내는데 매듭을 만드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힐링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새로운 취미를 발견한 것 같아 반가울 뿐입니다”라는 방지수 씨는 무엇보다 매듭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깨달은 시간이라고 했다.


매듭을 짓는 일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인 현재를 사는 일이다. 손끝에서 매듭을 만드는 동안 느끼는 편안함, 무아는 매듭이 주는 선물이다. 빡빡한 일상에서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매듭을 만들어 보자. 집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상품도 많다. 생각보다 매듭은 우리 가까이 있다.


유산속으로 참여 안내! 3월호 ‘서당체험’을 진행합니다. QR코드를 찍으면 자세한 일정과 장소가 안내돼 있습니다. -체험대상: 초등학교 3~4학년 어린이 -체험인원: 4명 -체험일정과 장소: 온라인폼에 안내 -신청방법: QR코드를 찍으면 연결되는 온라인폼에 작성 -신청자 선정:온라인폼 형식에 맞춰 작성하신 분 중 선정을 통해 참석 안내를 드립니다. (선정되신 분에게만 참석 통보) -참가비: 무료


글. 정임경 사진. 홍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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