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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원작자 강미강 작가가 전하는 정조 그리고 의빈성씨의 기록
작성일
2024-01-3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73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원작자 강미강 작가가 전하는 정조 그리고 의빈성씨의 기록 조선 22대왕 정조에게는 왕비 효의왕후 외에 4명의 후궁이 있었다. 정조의 남다른 신뢰로 권력을 누렸으나 금세 몰락한 홍국영의 누이 원빈홍씨, 효의왕후에게서 자식을 얻지 못해 간택한 화빈윤씨, 본디 궁녀였으나 승은을 입고 문효세자를 낳은 의빈성씨, 그리고 조선 23대왕 순조의 어머니인 수빈박씨다. 이러한 정조 시대 왕실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강미강 지음, 도서출판 청어람 펴냄)의 주인공은 그중에서도 바로 의빈성씨다. 01.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원작 소설 Ⓒ청어람출판사

의빈성씨는 한미한 신분으로 태어나 일찍이 궁녀가 되었다. 다른 궁인처럼 대체로 평범하게 흘러갈 수도 있었을 인생이었는데, 별안간 그는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다. 정조 6년 8월 26일, 서유경이라는 사람을 권초관1)으로 삼았다는 기사가 등장한다. 그 까닭은 상의2)성씨의 출산 예정일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같은 해 9월 7일에는 문효세자의 탄생에 대한 기사를 볼 수 있다. 당시 기준으로 나이가 무척 과년한 축에 속했던 정조는 슬하에 자식이 없어 근심이 컸다. 그러던 중 성씨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는다. 사료 속 정조는 승은을 거듭 거절하던 성씨가 휘하의 하인에게 벌을 주었을 때에야 비로소 받아들였다고 기록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첫 자식을 얻은 기쁨은 역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궁인 성씨가 태중이더니 오늘 새벽에 분만하였다. 종실이 이제부터 번창하게 되었다. 내 한 사람의 다행일 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이 나라의 경사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으므로 더욱더 기대가 커진다. ‘후궁은 임신을 한 뒤에 관작을 봉하라’는 수교가 이미 있었으니, 성씨를 소용3)으로 삼는다.”


1)권초관(捲草官): 해산방에서 권초례를 행하는 벼슬.
2)상의(尙儀): 내명부 정5품의 궁녀.
3)소용(昭容): 내명부 정3품의 후궁.


이에 신하들이 축하인사를 건네자 정조는 또 “비로소 아비라는 호칭을 듣게 되어 다행스럽다”라고 대답한다. 행복한 시절은 한동안 이어진다. 정조 7년 2월 19일에 성씨는 비로소 의빈이라는 칭호를 받으며,정조 8년 7월 2일에 이르자 그 아들은 왕세자에 책봉된다. 그러나 의빈성씨의 인생은 안타깝게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나라에 홍역이 크게 유행했던 정조 10년 5월 11일, 《정조실록》은 문효세자 역시도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 아픈 기사를 전한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의빈성씨도 같은 해 출산을 앞둔 시점에 사망하고 만다. 정조 10년 9월 14일의 의빈성씨 졸기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처음에 의빈이 임신하였을 때 약방 도제조 홍낙성이 호산청4)을 설치하자고 청하자, 출산할 달을 기다려 하라고 명하였는데, 이때 이르러 병에 걸려 졸한 것이다. 임금이 매우 기대하고 있다가 그지없이 애석하고 슬퍼하였으며, 조정과 민간에서는 너나없이 나라의 근본을 걱정하였다.”


4)호산청(護産廳): 왕실의 출산을 담당하는 기구.


02.정조실록

그리고 정조는 의빈성씨의 죽음에 대해 ‘이제부터 국사를 의탁할 데가 더욱 없게 되었다’라고 표현한다. 이에 사관은 ‘대체로 의빈의 병 증세가 심상치 않았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무슨 빌미가 있는가 의심하였다’라는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당시 정조의 슬픔은 《정조실록》 밖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의빈성씨를 위해 임금이 죽음을 친히 추모하는 <어제신도비>를 내렸으며, 특히 <어제의빈묘지명>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절절한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은 당대 여성으로서 의빈성씨의 인생을 다루며 그의 시선으로 본 정조의 시대를 그려낸다. 이야기는 사료를 통해 의빈성씨의 행적을 짚으면서 빈 공간은 상상으로 채운다. 그리하여 다사다난한 조선사의 외진 구석을 차지했던 궁녀와 후궁의 사소한 꿈과 욕망, 사연 등이 큰 줄기를 이루는 서사 속에서 당시 여성들의 삶과 애환까지 조명한다.


주체적인 삶과 선택을 중시하며 왕의 사랑이 수반하는 무게를 고찰하는 주인공 ‘덕임’은 실제 역사 속 의빈성씨처럼 정조의 사랑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면 남자주인공인 정조는 그런 ‘덕임’과 뜻하지 않게 찾아온 감정에 천천히 감겨들면서도, 한 사람의 사내이기에 앞서 한 나라의 군주로서 자아를 우선시한다. 서로 사랑인지 아닌지, 조심스레 밀고 당기던 <옷소매 붉은 끝동> 속 두 남녀의 관계는 결국 균형이 깨지고 급물살을 탄다. 그리하여 동궁과 어린 궁녀에서 왕과 궁녀를 지나, 마침내 왕과 후궁이라는 마지막 챕터를 향해 나아간다.




글. 강미강(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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