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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년을 가는 종이 ‘한지’의 무한한 가능성
작성일
2017-07-28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254

천년을 가는 종이 ‘한지’의 무한한 가능성 - 충청북도무형문화재 제17호 안치용 한지장 & 패션디자이너 박윤수 오래전부터 한지는 글과 그림을 쓰고 그리는 용도뿐만 아니라, 실생활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며 우리 삶에 깊숙하게 자리했다. 한지는 가볍고 질기며 보온성과 통풍 기능이 우수하다. 조선시대에는 한지를 이용해갑옷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여러 겹을 겹치면 나무나 시멘트 못지않게 단단한 소재가 된다. 한지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분위기와 쓰임새가 다양해지는 만큼 한지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좌)충청북도무형문화재 제17호 안치용 한지장 (우)패션디자이너 박윤수

2017 전주한지문화축제에서 선보인 한지로 만든 박윤수 디자이너의 작품

우리 것이라는 자부심으로

문살에 바른 한지는 빛을 부드럽게 통과시키고, 흙벽에 바른 한지는 흙의 기운을 전하는 기특함을 지녔다. 종이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할 때마다 우리에게 우수한 품질의 한지가 있다는 게 우리의 큰 자부심이다.

안치용 한지장 |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는 닥나무를 주재료로 하여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만듭니다. 할아버지부터 저희 아버님을 거쳐 저까지 삼대에 걸쳐 한지 만드는 일을 가업으로 이어왔어요.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일이 한지 만드는 거고, 가장 익숙한 일도 한지를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한지는 최고 2천 년이 간다고 하죠. 현재 남아 있는 우리 조상들의 글과 그림 전부가 한지 위에 쓰였고 그려진 것입니다. 앞으로 몇백 년, 몇 천 년 이상은 거뜬히 이어지겠지요. 천연재료로만 만든 한지가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가는 겁니다.

박윤수 디자이너 | 전통이 쌓여 현대적인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듯 한지의 명맥을 이어가는 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이게 바로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해요. 한지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한지사(韓紙絲: 한지로 만든 섬유)만 봐도 그 자체가 경쟁력입니다. 바로 ‘우리것’이기 때문이죠. 영국은 ‘텐셀’이라는 그들의 전통 섬유에 대단히 큰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옷을 만들고 표현하는 데 있어 한지사는 텐셀보다 훨씬 더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습니다. 통풍이 잘되고, 촉감이 좋고, 봉제도 잘되죠. 지난 5월에 개최된 전주한지문화축제의 한지 패션 갈라쇼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한지사가 가진 무궁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죠.

01_ 한지의 소재가 되는 닥나무 02_ 대나무발을 사용해 종이를 뜨는 과정 03_ 은은한 빛깔을 품은 한지의 아름다움 04 / 05 / 06_ 다양한 소재 개발과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펼쳐가는 박윤수 디자이너

전통을 현대적으로 변주하다

한지가 생산되는 과정은 일일이 사람의 손이 가야 한다. 그 어느 과정 하나 허투루 이루어지는 게 없다. 이러한 한지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변주된다. 한지사도 그중 하나다. 패션소재로서 한지사는 더없이 훌륭한 소재다.

최경은 회장(전주패션협회) | 전통한지는 패션소재로도 우수한 성능이 많습니다. 전주패션협회는 한지가 갖고 있는 패션소재로서의 잠재적 성능과 실용화에 대해 확신을 갖고 지난 20여 년간 한지로 의상을 만들어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한지패션은 전통과 현대의 소통이자, 문화와 산업 기술을 융합해 탄생시킨 우리 고유의 소중한 문화자산입니다.

박윤수 디자이너 | 요즘 패션계는 디자인 경쟁력보다는 소재 경쟁력을 더 높이 삽니다. 해외 바이어들도 소재에 더 관심이 많죠. 현재 저는 하이패션적인 옷을 제작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한지사를 이용해 좀 더 가볍고 편안한 의상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한지와 한지사가 세계적인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안치용 한지장 | 두 분의 노력과 같이, 전통을 현대화시키는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방식의 한지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보편화시킬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천연 염색과 자연의 질감을 이용해서 쑥을 넣은 한지, 클로버 잎을 넣은 한지, 황토한지, 볏짚을 넣은 한지 등 한지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종이의 질감을 달리해 두껍거나 얇게 혹은 거칠거나 부드럽게 표현한 한지를 만들기도 하고요.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는 생활 속의 문종이, 벽지부터 나아가 예술작품과 한복을 만드는 데까지도 쓰입니다.

 

우리의 한지가 세계화되는 길

안치용 한지장 | 질 좋은 전통한지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다니며 지역 곳곳의 한지에 대해 공부하고 자료를 모아 괴산한지체험박물관을 만들어 전시했습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한지의 종류와 제조과정을 알려주고 직접 한지를 뜨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지가 얼마나 우수하고 값진 것인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해외에서도 우리네 한지를 문화재 복원에 사용하고 있다고 하죠. 우리 아이들이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 한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살길 진정으로 바랍니다. 이를 위해 전통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습니다.

최경은 회장 | 물세탁 가능한 한지사가 패션 소재로 개발되어 상용화되는 단계에 이르렀고 양말, 속옷, 일반 의류 및 침구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지사 패션은 국내뿐 아니라 뉴욕, 도쿄의 백화점에서 한지사 데님으로 제작한 청바지가 판매되고 있고 샤넬 패션쇼에 소개되는 등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지사 패션이 생활 속 고부가가치 소재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산업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윤수 디자이너 | 소비자가 좋아하는 옷, 소비자가 감동하는 옷은 결국 좋은 소재의 옷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지사의 발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패션소재로서 한지사가 더 많이 실용화되고 상업화되려면 염색기술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개발이 더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뒤따라야 하고, 여러 분야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지 패션 갈라쇼를 통해 한지와 한지사의 세계화, 대중화에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지를 후세대에 더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우리의 소명인 것 같습니다.

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명성에 걸맞게 한지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다음세대에게도 한지의 가치를 알리고 전할 수 있는 계획들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글‧한율 사진‧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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