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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촌의 풍요로움을 지키며 살아온 나무 -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
작성일
2013-06-14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446

농촌의 풍요로움을 지키며 살아온 나무 -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

농촌의 풍요로움을 지키며 살아온 나무 -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

이팝나무는 봄볕 깊어지는 오월이면 순백의 꽃을 환하게 피운다. 큰 나무들이 대게 화려한 꽃을 피오지 않지만, 이팝나무는 눈처럼 하얀 꽃을 나무 전체에 한가득 아름답게 피운다. 게다가 개화기가 다른 나무에 비해 긴 편이라는 것도 이팝나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팝나무 꽃은 마치 옛날에 어머니가 흰 사발에 소복하게 쌓아 건네주는 쌀밥을 떠올리게 한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은 그 같은 꽃의 모습 때문에 붙였다. 그러나 꽃이 모내기철인 '입하'에 피기 때문에 입하목이라고 부르다가 입하나무.이팝나무로 변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01 마을 앞 논을 거느리고 우뚝 선 순천 평중이 이팝나무는 전형적인 농촌 풍광을 보여주는 우리나라 대표 이팝나무로 꼽을 수 있다.

이팝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자생하는 낙엽성 교목이다. 최근에는 중부지방에서도 가로수로 많이 심어 키운다. 오래된 이팝나무 가운데 가장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대표급 이팝나무는 제36호인 전남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이미 천연기념물로 보호했던 그림같이 아름다운 나무다.

평중리의 평지마을 동구 밖, 이 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마을 앞으로 신작로가 나기 전에 낮은 언덕이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때의 자료에 따르면 평중리 이팝나무는 당시 500살로 전하는데, 196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 나이를 400살로 조정했다. 앞으로 펼쳐진 논과 뒤로 마을을 거느리고 있는 이 나무는 키 18m, 가슴높이 둘레 4.6m 쯤되는 나무로 규모에서도 우리나라의 여느 이팝나무에 비해 두드러진다. 바위 위에서 자라고 있는 이 나무의 동쪽으로 뻗은 뿌리는 바위를 감싸며 한데 뒤엉켜 자라고 있는데, 줄기는 땅에서부터 둘로 갈라졌다. 두 개의 줄기 중 하나는 곧게 서고, 다른 하나는 중심에서 약간 벗어나는 듯 비스듬히 오르다 다시 곧게 섰다. 줄기 중간 쯤에서 뻗은 굵은 가지가 오래 전에 부러진 것은 아쉽지만,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깨뜨리지는 않았다. 줄기의 주요 부분이 썩으며 생긴 동공을 지난 91년에 외과 수술로 메운 흔적이 크게 드러나 있다.

02 순천 평중이 이팝나무에 환하게 피어난 순백의 꽃. - 지정번호:천연기념물 26호, 소재지:전남 순천시 승주읍 평지길 5(평중리), 지정일:1962년 12월 03일, 학명: Chionanthus retusus Lindl. & Paxton

물론 미추美醜에 대한 느낌과 기준이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중리 이팝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 나무를 일찌감치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우리나라의 대표 이팝나무로 여기는 까닭은 무엇보다 나무의 전체적인 수형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며 뿜어내는 아름다움 탓이다.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의 풍경은 평화와 풍요를 갖춘 우리네 농촌의 전형적 풍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대풍大豊을 예감할 만큼 꽃이 활짝 피어났을 때의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풍요로워진다. 모든 이팝나무가 그렇듯 평지마을 사람들은 이 이팝나무에 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한해의 농사를 점치곤 한다. 이팝나무에 꽃이 풍성하게 피어나면 풍년이 들고 꽃이 적게 피면 흉년이 든다는 것이다. 이팝나무로 치는 ‘점占’에는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 이팝나무 꽃은 한참 모를 내는 계절에 피어난다. 풍년이 들기 위해서는 논에 처음 심는 모가 뿌리를 잘내려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그 시기의 기후 조건이 좋아야 한다. 벼가 뿌리 내리기 좋은 기후라면, 비도 적당히 오고, 햇살도 따뜻해야 한다. 그런 조건이라면 이팝나무의 꽃이 잘 피어나기에도 유리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모내기철에 기후 조건이 나빠 이팝나무의 꽃이 제대로 피어나지 않는다면 모는 뿌리를 잘 내리지 못할 것이고, 결국은 흉년이 든다는 이야기다.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사람보다 먼저 이 땅에 자리 잡고 사람이 평안히 살 수 있는 조건을 지어냈다. 그 가운데, 쌀밥을 닮은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야말로 우리네 옛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중한 우리 나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글·사진.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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