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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대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약방藥方,공경
작성일
2015-05-07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5777

현대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약방藥方,공경. 최근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다. 2015년 3월, 교실에서 크레파스를 집어던진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나무라며 꿀밤을 때렸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다음날 교실로 찾아가 담임 여교사의 머리카락을 붙들고 벽에 머리를 내리치는 등 수차례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일어났다. 며칠 뒤 밤이 늦어 귀가가 무섭다며 호소하는 20대 여성이 그를 도와준 경찰관의 얼굴을 하이힐을 신은 발로 차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얼마 전 백화점에서 무례하다며 주차안내원을 무릎 꿇린 사건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고 몇 해 전에는 교사에게 무릎을 꿇게 한 사건도 있었다. 말다툼이나 새치기, 약자를 무시하는 행동들은 이제 한국사회의 예사로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도덕성 회복을 위한 기본가치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얼마나 무례하고 비도덕적인가를 생각하면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청소년들이 쓰는 말에는 욕설이 많아졌고 비속어가 넘친다. 불손한 아이들과 공중질서를 무시하는 사람에게 점잖은 주의조차 주기 어렵다. 밤길은 벌써 무서워졌으며 야간에는 택시 타는 것까지 두렵다. 신종 범죄는 늘어나고 부모를 죽이고 아내와 남편을 죽이는 사건이 놀랍지도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동방예의지국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인간 되는 교육’이 실종한 것이 가장 큰 이유며, 매사에 공경을 다할 때 이 큰 병을 치유하는 길이 열린다고 생각된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국민 성격형성에 미치는 TV의 역할과 힘은 매우 크다. 그런데 TV 드라마에 부모에게 존댓말을 쓰는 자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당연히, “아빠 그랬어? 저랬어?”하며, 관계가 좋은 모녀 사이에도 마치 친구에게 말하듯이 따지고 싸운다. 물론 그 가운데 서로를 향한 애정이 깔려있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사람은 사소한 것에서 공감하고 배우며 따라한다. 가족 간에 서로를 공경하는 마음이 말씨와 몸가짐에 나타나는 동시에 사랑과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국민드라마가 나올 수는 없을까?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체면을 알고 예절을 아는 것이라 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예의염치가 아닐까?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사회규범일 것이다. 아마 체면의 본질은 부끄러움일 것이고 예절의 핵심은 공경심일 것이다. 돌이켜 부끄러운 줄 알면 남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적어질 것이요, 공경하는 마음을 새겨 지닌다면 주위에 비난이 줄고 오히려 대우 받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공경하는 마음과 행동이 사회에 뿌려진다면, 작게 시작한 이 변화가 이 나라 이 사회를 밝고 살만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TV, 인터넷, 도서, 영화 등이 발달한 현대사회는 좋은 본보기도 빨리 전파되기 때문이다.

01. 우리 전통의 인사법인 절은 ‘몸을 굽혀 경의를 표하는 인사’를 뜻하는 것으로 서로에 대한 공경의 태도가 담겨있다. ⓒ아이클릭아트 02. 직접 얼굴을 대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나누는 소통이 일상화 되면서 상대를 낮추고 폄하하는 글들이 공경의 문화를 훼손시키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공경의 정의와 그 발로發露

여기서 공경의 개념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공경恭敬은 밝고 진실하고 성실하며 경건한 마음상태다. 따라서 공경은 몽매하지 않고 거짓되지 않으며 게으르지 않고 경박하지 않다. 공경은 아름다운 말씨와 공손한 태도, 겸손한 처신과 성실한 생활로 나타난다. 따라서 공경심을 지닌 사람의 말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믿음직스럽다. 그리고 그의 행동은 예절 바르고 성실하여 칭찬을 독차지하고 성과를 잘 낸다. 조선사회를 지배하던 성리학의 핵심가치가 경敬이었는데, 왜 하필 경敬이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03.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숙명여대에서 한 학생이 교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연합콘텐츠 04. 2010년 7월 21일 영휘원 재실에서 전통문화 체험을 위해 열린 ‘훈장님에게 배워봅시다’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인사예절을 배우고 있다. ⓒ연합콘텐츠

 

이제 공경이 과연 현대인을 건강하게 하고 중병에 걸린 현대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지 얘기하려한다. 먼저 자기 스스로에 대한 공경이다. 우선 자신을 공경하는 대가는 심신의 건강이다. 공경은 수신修身의 열쇠다. 자신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자신의 내면과 영적인 가치를 높이려 노력할 것이며, 음식을 함부로 먹지 않는 등 건강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경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은 주위를 아름답게 하며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결국은 그 주인에게 성공이란 선물을 안길 것이다.

가정에서의 공경은 가정의 화목과 단합, 사랑과 질서를 가져오며, 직장에서의 공경은 근무 분위기를 밝게 하며 업무능력을 높일 것이다. 상하가 서로 공경하는 직장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리라. 요즈음 젊은이들 가운데, 서로 아는 사이인데도 인사를 잘 하지 않고 인사하더라도 모양이 예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마음으로는 그러지 않은 것 같은 데 배우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오늘 저녁을 같이한 분이 이야기하길,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오랜만에 할아버지께 왔는데, 절을 하지 않아 절을 하는 법이라고 가르치니까 예쁘게 잘하더라.”고 하셨다. 특히 학교에서는 공경이 왜 필요한지,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야한다.

초등학교시절 들은 이야기다. 고관인 아버지를 믿고 교만한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가정방문 오셨다. 그때 하늘같던 자기 아버지가 황급히 버선발로 뛰어나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그 후 학생의 태도가 공손해졌다는 것이다. 선생님을 공경하는 것은 교육의 시작이다. 교사들도 교사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하는지 경건히 반추해보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학부모는 자신부터 선생님들을 공경해야 하고 또 자녀들로 하여금 선생님을 공경하게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보고 동영상을 찍고 하는 일은 공경스럽지도 못하거니와 당연히 학습효과도 나지 않을 것이다.

 05.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주관하는 ‘제27회 대한민국 공익광고대상’ 수상작. 일반부 금상 수상작인 ‘사람을 위한 도구가 사람을 향한 흉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편 등 상대에 대한 공경심이 없는 인터넷 악플의 심각성을 꼬집는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인터넷에도 예절이 있어야한다. 얼마나 많은 댓글에 욕지거리와 저속어가 많은가.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도 예의가 있다. 예절의 본질은 공경이며 공경은 예절로 나타나는데, 그 가장 큰 특징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같은 옷이라도 예복禮服이 가장 멋있다. 혼례, 즉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신부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젊은이가 노인을 공경하는 모습은 매우 아름다우며 서로가 공경하는 보행과 자동차 운전은 거리를 아름답게 하리라. 일찍이 공자孔子는 상복을 입은 사람이나 앞을 못 보는 장님, 국가의 도판圖版을 들고 걷는 사람을 보면 반드시 변색하거나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한다. 이처럼 근로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거나 공동체를 위하여 애쓰는 사람에게 예를 표하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정치에 공경이란 찬란한 빛이 비치면 얼마나 좋을까! 공경스런 행정가는 자만하지 않으며 국민과 국가를 위하여 노심초사할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의 설계와 추진은 물론, 작은 다리를 하나 놓거나 집을 하나 지을 때도 신중을 기할 것이다. 공경이 있는 행정에는 ‘설마’나 ‘대강대강’이 없다. 공경이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는 정치인은 당파를 초월하여 나라를 위할 것이고 자신의 본분을 되새겨, 말 한마디라도 깊이 생각한 뒤에 할 것이다. 춘추시대 위나라의 거백옥蘧伯玉은 깊은 밤 혼자 수레를 몰고 가더라도 국법을 꼭 지켰으며, 고구려의 동천왕은 조용히 앉아있는 자신에게 국을 쏟은 궁녀를 전혀 나무라지 않았다 한다. 공자는 공경으로써 자기 몸을 닦으라 했다. 공경으로 수양하는 이는 남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자주 나무라거나 충고를 일삼지 않는다.

 

공경의 보상

거친 말과 무례한 행동, 교만과 방종, 나태와 편법이 난무하는 우리의 현대를 치유하는 약방은 공경이라 할 수 있다. 이기주의와 배금주의拜金主義, 경박한 출세주의와 천박한 자본주의가 득세한 오늘의 한국은, 스스로를 공경하고 이웃을 공경하며 국가와 역사 앞에 경건히 고개 숙이는 데에서부터 치유해 나가야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어렵다. 사람은 경건하기보다 나태하기를 좋아한다. 누운 자세는 앉아있는 것보다 편하다. 앉는 것도 단정히 오래 앉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것은 공경의 모습이다. 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양이 된다. 수양이 깊어지면 선성善性이 가득한 인간내면의 가치가 드러나고 자연히 인간존중으로 나가게 된다. 나도 가치 있고 타인도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포스트모던 사회의 제일덕목인 타인에 대한 배려配慮가 우러난다는 말이다. 공경의 보상이 또 있다. 경건한 삶은 길운을 가져온다. 옛말에 ‘경승태즉길敬勝怠則吉이요 태승경즉멸怠勝敬則滅’이라 했다. 즉, 경건함이 태만함을 이기면 길하며 태만함이 경건함을 이기면 멸망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상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만으로 실패하고 경건으로 성공하였던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몇 년 전 살던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는 만나는 모든 학생이 공손히 인사를 하여 참으로 기분 좋고 보기 좋았는데, 그 동네 학교의 교장선생님의 교훈 때문이라 들었다. 시민들이 서로 양보하고 존중하는 세상은 아직 멀게 느껴지지만, 우선 학생들이 고운 말하고 예쁘게 인사하는 모습이라도 자주 보고 싶다.

 

글.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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