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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복궁, 그 찬란함을 한복안에 담다
작성일
2009-03-05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695



현대와 호흡 하는 과거 서울 한 복판에 아직도 과거가 숨 쉬고 있다. 그녀는 앞만 보며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을 등지고 이곳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 속에서 참다운 숨을 내쉬고 있다. 화려했던 시절과, 참담했던 시절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경복궁. 그곳은 사적 제11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많은 국보와 보물들을 담고 있는 그야말로 보물섬 같은 곳이었다. 그녀는 이 보물섬을 찾는 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지만 오로지 그녀만의 보물을 찾고, 느끼고 있었다. 경복궁은 조선시대 궁궐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곳으로 태조 3년(1934) 한양으로 수도를 옮긴 후 세워진 것이다. 국보 제223호 근정전을 비롯한 수백 개의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역사의 물결로 소실되어 과거만큼의 위엄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는 정전, 누각 등의 주요 건물들이 남아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이곳에 주춧돌을 하나씩 쌓아 올렸을 그때를 생각하며 그녀 또한 그 과거를 닮은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조선시대의 영화를 경복궁에 담아 간직하고 있다면, 그녀는 그 영화를 한복 속에 담아 우리의 것에 대한 고풍을 간직하고 있다. 경복궁의 곳곳을 꼼꼼히 살펴보는 그녀의 눈길 속에 우리 것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가 가득하다. 오랜만에 갖는 휴식처럼 찾은 이곳에서 삶의 활력을 충전해가지고 돌아가겠다는 즐거운 마음이 그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과거와 호흡 하는 경복궁 경복궁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근정전(국보 제223호)은 나라의 일을 돌보는 조선시대 왕의 위엄이 고스란히 남아 우리로 하여금 우리 역사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녀가 경복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경회루(국보 제224호) 이다. 넉넉한 연못가운데 꽤나 큰 규모로 지어진 경회루는 연못 위의 푸른 소나무와 북악산과 한편의 그림을 만들어 내기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더불어 도심의 빽빽한 건물 때문에 실컷 볼 수 없었던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으니 이만한 곳이 없다고. 또한, 건물과 자연의 조화를 기가 막히게 연출하는 선조들의 감각은 그녀의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한다. 그녀는 경회루에 올라 향연을 즐겼던 옛 사람들을 생각해보면서 힘들다 여겨지기만 하는 이 시대에 즐겁고 기쁜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그녀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곳은 교태전 뒤에 있는 아미산(경복궁아미산의굴뚝-보물 제811호)이다. 아미산은 본래 중국 산동성 박산현에 있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산인데, 그 이름을 따서 왕비가 거하는 교태전의 후원을 꾸며준 것이라고 한다. 이 아미산을 만들기 위해 경회루의 연못을 만들 때 나온 흙을 사용했다고 하니 경회루와 아미산은 조금 떨어져 있지만 관계가 깊은 곳이다. 아미산은 보통 정원과 달리 후원에 자리 잡고 있고, 계단식으로 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저 아래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 교태전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미산의 참 맛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아미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녀는 교태전 쪽마루에 올라가 당시의 왕비처럼 아미산을 바라본다. 아직은 새싹이 돋아나기에는 이른 때이긴 하지만, 입춘이 한참 지났으니 이제 곧 아미산에 푸르른 봄이 찾아올 것이라고 설레는 기대를 하며 말이다. 경복궁과 호흡 하는 한복 “궁이 번화했던 그 시절에는 모두들 한복을 입고 다녔었겠지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가 보는 것이 여러 소원 중에 하나라는 그녀.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생활하는, 한 번도 본적 없는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궁에 거주하는 왕에서부터 어린 궁녀들이 한복을 지금 우리네 옷처럼 입고 있었을 그 시간들은 그녀의 상상 속에 이상향으로 존재했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의 삶은 한복과 함께한 삶이었다. 집, 옷, 사람들의 성품까지도 서구화되어가는 요즘 우리의 것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한복으로 이루어냈다. 경복궁은 한복에 대한 끊임없는 그녀의 생각을 잘 정돈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경복궁에서 그녀의 한복 디자인의 많은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눈을 사로잡는 근정전을 비롯한 많은 건물의 단청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 경복궁 안에 있는 많은 문들의 무늬들, 교태전 후원을 들어가는 길의 아름다운 벽의 무늬들. 심지어 문고리 하나하나까지도 너무나 애틋해 한복에 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그녀가 애틋하게 생각하는 디자인은 자경전 십장생 굴뚝(보물 제810호)이였다. 화려하면서도 아담한 분위기를 주는 담벽 안에 굴뚝이 숨어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동물과 식물 그리고 알 수 없는 무늬가 곳곳에 펼쳐진 이 굴뚝의 무늬들은 사실 여러 가지 소망을 담은 무늬들이다. 그녀도 이렇게 소망을 담은 무늬들을 한복 속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경복궁과 같은 우리 옛 궁의 무늬들을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한복의 디자인으로 살아내어 빛을 보게 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그녀는 화려했던 시절을 뒤안으로 보내고, 대중화되지 못한 채 특별한 날에만 입는 우리의 옷인 한복이 잠시 잠깐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되는 문화재와 같다고 했다. 그 안타까운 마음을 경복궁은 알 것이라고. 그래서 그녀는 한복을 지켜내려는 노력들이 힘든 난관에 부딪힐 때 경복궁을 찾게 된다고 한다. 자신의 한복과 너무나 닮은 경복궁에서 말이다. 한때 주인을 잃었던 경복궁처럼 더 이상은 우리의 한복과 문화재가 주인을 잃지 않게 우리 것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그것이 그것들을 지켜내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며 경복궁을 나섰다. 박술녀 (1956~) 1995년 힐튼웨딩쇼 참가를 시작으로 1997년 미스 유니버시티, 미스코리아 의상 협찬과 24년 동안 각종 방송국의 웨딩 캠페인 및 협찬을 하며 예지원 공로상, KBS 의상협찬공로상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해마다 사랑 나눔 한복 패션쇼를 주최하고,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한복디자이너이다. 현재 <한복을 참 잘 만드는 집> ‘박술녀 한복’의 원장으로 있다.

▶글ㅣ김진희 ▶사진ㅣ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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