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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궁궐 정전 당가와 일월오봉도
작성일
2024-04-26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93

궁궐 정전 당가와 일월오봉도 궁궐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그림은 정전에 설치된 일월오봉도이다.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이 동시에 뜬 하늘을 배경으로 파도치는 바다 위로 솟은 다섯 개의 봉우리와 소나무를 그린 그림이다. 이는 조선 국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상으로 자리 잡아, 국왕이 자리하는 곳마다 배경으로 일월오봉도가 설치되었다. 국상 때 왕의 시신과 신주, 왕의 초상 등 왕과 동일한 위격을 갖춘 의물들도 일월오봉도 앞에 자리했다. 01.경복궁 근정전

궁궐 정전의 어좌를 장식하는 일월오봉도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 덕수궁 중화전 등은 국왕이 주재하는 주요 의례를 위한 전각이라 건축할 때부터 국왕의 자리(어좌)를 높은 좌탑과 당가를 갖추어 지었다. 좌탑 위 어좌 뒤에는 일종의 가설벽체인 커다란 장지[障子]를 세우고 일월오봉도를 그렸다. 1803년(순조 3)부터 1804년에 걸쳐 창덕궁 인정전을 영건한 과정을 기록한 『인정전영건도감의궤』(1805)에는 인정전에 설치한 당가의 도설이 그려져 있다.


02.덕수궁 중화전 03.창경궁 명정전

조선 궁궐의 정전에는 모두 어좌와 일월오봉도가 있지만 그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경복궁 근정전과 덕수궁 중화전에는 어좌 뒤에 세운 벽체 전체에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다. 그림의 하단 중앙에는 양쪽으로 열리는 문이 있는데 이 문과 좌탑 후면의 계단을 통하면 정전 북쪽 문을 통해 어좌로 바로 출입할 수 있다. 창경궁 명정전에는 당가의 구조물이 모두 남아 있다. 그러나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어야 할 화면은 현재 비어 있고, 그 대신 일월오봉도 8폭 병풍을 설치해 두었다.


04.『인정전영건도감의궤』(1805) 당가 도설 05.『조선고적도모』수록 창덕궁 인정전 당가

일제에 의해 변형된 인정전 당가

독특한 것은 창덕궁 인정전 당가의 상황이다. 현재 인정전 당가에는 화면을 위아래로 나누어 상단에는 4폭의 일월오봉도가, 하단에는 용·거북·봉황·기린 등 네 가지 상서로운 동물을 그린 사령도 장식판이 설치되어 있다. 인정전 수리를 다룬 의궤의 도설이나 1902년경 촬영한 인정전 사진을 보면 본래 화면 전체에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인정전이 본격적인 변형을 겪은 것은 1907년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일제가 고종 황제를 강제 퇴위시킨 뒤 순종이 다음 황제로 즉위하고부터이다. 


순종은 경운궁(현재의 덕수궁)에서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듬해 인정전은 설계와 시공 모두 일본인이 주도하여 황제의 손님 접견 장소인 ‘알현소’로 수리, 개조하였다. 바닥에 전돌 대신 마룻바닥을 깔고 전기와 난방시설을 갖춰 샹들리에, 난로, 카펫, 커튼 등을 설치했다. 어좌는 기둥과 상부의 당가만 남긴 채 좌탑은 철거되고 낮은 단상이 설치되었다. 일월오봉도 대신 금색 바탕에 그린 봉황 그림과 사령도를 그린 장식문을 설치했다. 이 같은 실내장식은 일본 메이지 궁전의 정전 알현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06.창덕궁 인정전

우리의 과제, 기억과 복원

1961년 문화재관리국이 설치되고, 궁궐들이 사적으로 지정됨에 따라 궁궐의 보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인정전 당가는 1908년 일제가 개조한 이후 56년이 지난 1964년 3월 지금의 모습으로 수리됐다. 그러나 변형 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복원할 수는 없었다. 1908년 당시 바닥의 전돌을 걷어내고 개조한 마루 위에 재설치되었고, 본래의 좌탑 높이와 장식이 달라졌다. 금박 봉황도를 제거한 자리에는 창덕궁 전래품 중 하나인 4폭 일월오봉도 병풍을 설치하였다. 원형을 그대로 살리지는 못했으나 일본풍 의장을 제거하고 조선시대 국왕의 권위를 보여주는 어좌로 되돌린 것이다.


궁궐 건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체적으로 중국식 또는 서양식 요소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어떤 변화는 일제의 식민통치 과정이나 6.25전쟁 등에서 변형과 훼손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이런 변화의 과정을 규명하여 바르게 이해하고, 또 기록하여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글. 이홍주(궁능유적본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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