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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산골 한옥마을, 옛 추억과 새로운 꿈을 노래하다
작성일
2009-04-10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774





남산골을 찾는 명창 그녀에게 그곳은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 것을 지키는 것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그녀에게 남산골 한옥마을을 향하는 길은 우리네 한옥이 그렇듯 자연스럽다. 예로부터 사람이 번화했던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운 산이었던 남산, 이제 그 골짜기를 찾아가면 우리의 정겨운 옛집이 있다. 아직도 이 땅에 드문드문 한옥에 삶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는 한 번도 한옥에서 살아본 적이 없지만, 한옥을 만나는 것이 오래된 지인을 만나는 것처럼 익숙하다.

그녀와 남산골 한옥마을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 온, 그녀의 삶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판소리와 함께한 추억들이 이곳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70년대에 한옥마을과 맞닿아 있는 ‘한국의 집’의 대청마루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공연을 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녀는 판소리를 사랑하는 다른 명인, 명창들과 함께 DVD를 제작해 유네스코에 올려 우리의 판소리를 세계적인 문화재로 등극시켰다. ‘한국의 집’은 12년 동안 판소리 상설공연을 했던 열정어린 추억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곳엔 당시 수많은 외국인 관객들이 공연을 인상 깊게 보고 돌아갔다는 보람된 추억 한 토막도 놓여 있었다.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들이 이곳 남산골의 한국의 집에서 시작이 되었고 그 후 한옥마을에 국악당이 생기면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고층건물들과 차로 북적이는 도심 속에서 고요하게 자리 잡은 한옥마을은 현대를 살고 있지만 옛 소리를 사랑하는 그녀와 닮아있었다. 남산골의 희로애락

남산골에 들어서면 너른 마당에 여러 가지 전통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들이 나온다. 그곳에서 그녀는 그네를 타는 춘향이도 되어보고, 널뛰기를 하는 콩쥐도 되어보며 판소리의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이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시간들을 거슬러 올라 옛 시대에 시나브로 빠져들어 본다. 남산골 한옥마을에는 다섯 채의 전통한옥이 본래 있던 곳에서 이곳으로 고스란히 복원되어 옮겨졌다. 그 중 네 채는 서울시 민속자료로 지정이 되어 있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순정효황후 윤씨의 친가에서부터 도편수 이승업의 가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집이 한옥마을을 이루고 있다. 그녀의 발걸음은 다섯 채의 한옥 중 도편수 이승업의 한옥에 오래도록 머무른다. 판소리에도 등장하는 목수의 우두머리인 도편수. 목수의 우두머리이니 나무를 얼마나 잘 다루었을까. 그녀는 집이 지어지던 그 때를 그려 보곤 한다. 그녀의 시선이 멈춰진 곳은 사랑채 옆에 붙어있는 다실. 양쪽 창문을 열면 몸을 맡겨도 좋을 만큼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올 것 같은 곳이었다. 여유와 풍류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한옥의 신비로움은 오늘날을 살고 있는 그녀에게는 갖고 싶은 신비로움이었다. 한옥에서 살고 싶은 그녀의 바람을 한옥마을을 돌아보며 대신 맛보고 있었다. 우리네 삶이 그렇듯 그 옛날 이 한옥에서 있었을 슬픔, 고통, 즐거움, 기쁨들은 판소리의 세계에 그대로 담겨있다.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고 있는 판소리의 매력이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판소리를 그저 소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몸과 마음으로 내는 소리. 그 소리로 그 생생한 삶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많은 전래동화나 역사이야기의 배경처럼 여겨져 금방이라도 주인공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이 한옥에서 그녀는 판소리 한 자락이 저절로 흥얼거려졌다. 한옥의 운치와 구성진 노랫가락이 듣는 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정도였다. 판소리에는 판소리가 지어질 당시의 많은 생활상들이 들어있어 역사적인 사료로도 가치가 있다는 그녀. 그녀의 판소리는 실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밝히는 또 하나의 등이 될 것이다.

남산골에서 울리는 소리

남산골 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국악당은 순수하게 우리 음악만을 공연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호화로운 기계와 여러 줄의 전선들을 찾아볼 수 없다.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작은 규모에서 기계 음향을 사용하지 않으며 펼쳐지는 우리의 소리 공연. 그녀는 국악당이 전통 음악의 특성을 살리고, 지키기 위한 애정이 남다른 곳이라고 이야기 한다. 국악당이 남산골 한옥마을에 터를 잡은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그 이유를 보여 지는 문화와 살아있는 문화의 만남이라고 이야기 한다. 남산골에 자리를 잡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한옥들을 눈으로 보고, 지켜야하는 우리의 소리를 생생하게 귀로 듣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인가. 이 만남의 조화가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만남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의 문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누군가가 판소리는 세계적인 클래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그 가능성은 우리가 더욱 판소리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을 가질 때 빛을 낼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판소리 뿐 만아니라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들에 자부심을 가져야 된다고. 나라의 고유한 문화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이것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곧 잃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려는 꿈을 키웠던 남산골에서, 세월이 많이 지난 오늘도 그녀는 여전히 판소리를 향한 젊은 꿈을 꾸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빠르지만 오래된 것을 지키는 것에는 느린 우리들에게 남산골은 전통을 현재로 이어주는 소중한 다리라고 이야기 하며 말이다. ▶ 글·김진희 ▶ 사진·최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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