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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 왕릉에 차 한 잔 올리며
작성일
2015-11-02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386

융릉과 효도 단상. 염천炎天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던 날에 서울 사는 딸이 집들이를 했다. 딸의 집으로 올라갈 적에 우리는 각종의 선물들을 바리바리 싸서 아들의 차에 실었다. 딸이 새로이 이사를 한 집은 근사하고 널찍한 아파트였다. 딸은 집들이랍시고 근사한 점심을 샀다. 딸의 집을 나와선 아들의 집도 구경할 겸 동탄 신도시를 찾았다. 아들은 기왕지사 오신 김에 세계유산인 조선왕릉, 융릉과 건릉을 보고 가시라고 권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찾은 곳이 경기도 화성시 효행로에 있는 추존왕 장조(사도세자)와 비 헌경왕후 홍씨를 합장한 무덤인 융릉隆陵이다.

01. 조선 제1대 왕 태조 이성계의 무덤인 건원릉. ⓒ문화재청 02.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무덤인 광릉. ⓒ김순희

지난 해설을 보낸 뒤, 아직은 추위가 한창이었지만 털옷과 목도리로 완전무장을 하고 깨끗한 물 끓여 보온병에 담고 헌다잔과 우전 한 봉지를 챙겨서 태조릉(건원릉)이 있는 동구릉으로 향했다. 다시 가슴이 뛰었다. 물론 왕릉투어에 앞서 인터넷을 뒤져 조선왕계도, 조선왕조일람표와 왕릉 명, 역대 왕의 재위기간 등을 꼼꼼히 알아봤다

잎을 다 떨구어 낸 떡갈나무, 오리나무 숲길을 지나면 붉은 홍살문이 기다리듯 다가오고, 참도 끝에 당당하게 자리 잡은 정자각은 내집 같은 정겨움으로 반긴다. 그 뒤로 우아하고 웅장하고 정갈한 능이 보이고 푸른 소나무는 변함없이 능을 기품 있게 보듬어 안고 있다.

어느 한 시대에 한 나라를 통치하며, 만백성이 그 앞에서 엎디어 높임을 받던 왕과 왕비들. 재위 시의 역사며 일화, 왕으로서의 삶과 인간으로의 삶 등에 대해서 앞뒤 없이 시공을 넘나들며 생각이 분주하다. 이럴 땐 복잡하게 생각 말고 단순해지자. 왕이 누린 권력과 시시비비는 역사에 맡기고, 인간 왕으로서 마주하고 싶다. 왕이 지켜야 하는 많은 법도와 그 무거운 짐과 고뇌에 대해서….

왕이기에 못한 것들, 아니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연민이 생긴다. 능이 잘 보이는 곳에 차석 깔고 정성스레 차 한 잔 우린다. 찻잔에 향이 피어오른다. 정성껏 차 한 잔 올린다. 맑은 차향 흠향하시고 영혼을 맑히소서.

40기의 왕릉 중, 현재 비공개릉 3기가 있다. 3기 중 서삼릉의 휘릉은 처음엔 들어가지 못하고, 두 번째 학술팀에 합류하여 참관하였고, 나머지 2기, 온릉(중종의 원비, 단경왕후)과 장릉(인조, 인조왕비, 인열왕후)은 공개릉으로 공시가 되길 기다리거나, 다시 학술팀과 연계가 되면 참관할 예정이다.

38기를 석 달 동안 투어하면서 우리 부부는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많은 길을 달렸고 또 걸었다. 우리의 대화는 더욱 풍부해졌고 행복했다. 찾아 가는 길을 의논하고, 왕릉과 관련된 또다른 볼거리를 찾고, 덤으로 그 지역의 먹거리도 한 몫 하면서 연속극 기다리듯 항상 그 다음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시간들은 가슴에 꼭꼭 와 박히며 꽃으로 솔솔 피었다.

그동안 찾아 뵌 왕과 왕비들을 다시 만나 뵙게 되는 5월 4일, 종묘대제에서 제례를 지켜보는 것으로 조선 왕릉 투어의 마무리를 하였다. 그날 그분들은 편안한 모습으로 오시어 다시 따뜻한 차 한 잔을 드시었다. 해질녘, 종묘의 너른 마당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었다. 나의 왕릉투어는 그렇게 끝났다.

나는 조선 왕릉이 있는 김포 장릉산 언저리에 산다. 점심 후, 나른함에 하늘을 본다. 가을이네! 왕릉 숲이 어서 오라 부른다. 역시나 가지런히 난 빗질자국이 정겹기만 하다.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조금은 심신이 지 쳐 있을 때, 누군가 그리울 때,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아무 생각 없이 왕릉 숲길을 걷는다. 그리고 정자각 너머로 왕의 능을 본다. 그래도 나는 여기에 있는데…

독자참여 안내, [문화재 사랑과 만나다] 코너는 독자 여러분이 만드는 코너입니다. 여행에서 만난 문화재,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문화재, 우리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었던 박물관 등 문화재와 관련된 독자 여러분의 기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해진 주제는 없으며 문화재에 관한 소중한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언제든지 보내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양식에 맞는 원고와 사진을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와 함께 보내주세요. · 원고분량 : A4용지 기준 1장(10pt) · 사진 : 해당 여행 관련 사진 5매 이상 · 보내실 곳 : 문화재청 대변인실 <문화재 사랑> 담당자(chloveu@korea.kr)

 

글.김순희 (경기도 김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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