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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이역에서 시작하는 섬진강 기차 마을 여행
작성일
2017-10-3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313

간이역에서 시작하는 섬진강 기차 마을 여행 - 등록문화재 제122호 구 곡성역사사라져가는 것은 모두 애틋하기 마련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간이역에 앉아 있노라면 이곳을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가 조용히 펼쳐진다. 가을 감성으로 충만한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구 곡성역사에서 옛것을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문화재에 대한 진심을 읽어본다. 구 곡성역 전경 ⓒ문화재청

기차마을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증기기관차

시대의 요구와 경제성이 만나, 철도 탄생

철도 발전에 대한 동기는 소나 말이 끄는 가축의 힘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시대적 자극에 의한 것이다. 수레는 가축의 상태나 말을 부리는 마부의 솜씨에 따라 이동 속도가 달라지는 것에 반해 철도는 기계적인 힘에 의해 지속적으로 같은 속도를 내며 이동할 수 있다. 수레에서 철도로 동력이 변화했던 결정적 계기는 가축에게 제공된 사료보다 기관차를 움직이게 하는 석탄이 훨씬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게 된 계기도 철을 청동보다 수월하게 얻을 수 있는, 경제성 때문이란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불규칙한 자연지형으로부터 만들어진 과거의 길과는 달리, 철도가 생겨나자 매끄럽고 단단한, 직선으로 구성된 길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최적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차로 인해 지역 간의 공간적 거리는 더욱더 짧아지게 되었다.

철도는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집에서 목적지까지 직접 연결해주는 자동차에 점차 밀리게 되었다. 최근 도심의 교통체증과 고속철도의 등장,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철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일상과 연계한 간이역의 가치

말에 의존했던 시절을 지나 기차를 위한 역사(驛舍)를 짓기 시작하면서 철도 역사는 19세기 건축에 주요 화두가 되었다. 1875년 빌딩뉴스(Building News)는 “19세기 철도 역사와 그에 따른 호텔은 13세기의 성당 건축과 같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19세기 철도 역사 건축에는 당시까지 전해오던 그리스 로마 양식, 고딕 양식, 르네상스 양식 등 모든 건축 양식이 시도되었다. 당시 철도 역사는 그 시대가 갖고 있던 다양한 기술력과 경제력을 표현하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역사가 이러한 시대적 이상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다. 대도시 철도 역사가 건축가와 엔지니어에 의해 새로운 시대의 이상을 담았다면, 이와 반대로 지방 소도시의 간이역은 오히려 철도의 차가운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시골풍의 토착적이고 소박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철도가 한동안 쇠퇴한 후 대도시의 철도 역사는 고속철도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새롭게 대체되었다.

반면 간이역은 지역의 실질적인 생활과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왔다. 석탄과 광산물을 채굴하는 탄광지역과 채소 및 잡곡을 길러내는 평야 등에서 간이역은 우리의 생활을 연결시켜주는 산업 통로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간이역은 마을의 우편물이 모이는 장소이자, 역전 다방이나 대합실에서 이웃간의 대소사를 공유하는 정보의 장이기도 했다. 이처럼 간이역은 마을의 일상과 연계할 때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그렇기때문에 간이역은 한 지역을 상징하는 건물로서 보존과 활용을 모색해야 한다.

간이역 보존과 활용의 모범사례 ‘구 곡성역’

간이역이 마을과 일상의 생활을 담아낸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장소임에는 틀림없지만 소박하고 장식이 없는 건축 특성상 건물 자체로서 시선을 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간이역의 보존 및 활용은 마을과의 관계성을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구 곡성역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33년 이리(익산)에서 여수 사이의 전라선으로 개통된 구 곡성역은 섬진강의 모래를 운반했던 역으로 만들어졌다. 간이역중에서 비교적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구 곡성역은 다른 역사들과 마찬가지로 대합실과 역무실이 십자형으로 겹치게 되는데 이러한 평면 구성이 지붕에도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대합실 출입의 포치 지붕과 역무실의 지붕 높이가 일치해 안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구 곡성역은 섬진강 기차마을이라고 하는 관광지와 연계해 역을 기차마을 매표소로 활용하고 있다. 기차마을이란 테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승강장을 그대로 이용했으며, 화물 창고 및 증기기관차 등을 사용해 기존 간이역이 갖고 있던 모습을 극대화했다. 근대의 모습을 재현한 듯한 분위기로 말미암아 <태극기 휘날리며>, <경성스캔들>, <야인시대> 등의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으로도 대중에게 알려졌다.

한편, 구 곡성역은 지리산 국립공원의 서쪽에 위치하고 섬진강을 곁에 두면서 산과 강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자연적으로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인근에 조성한 ‘심청 이야기 마을’은 기와 6동과 초가 12동을 이용해 심청 문화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나물 뜯기, 씨앗 뿌리기, 오이 따기, 감자와 옥수수 심기 등 농촌 체험은 물론, 다양한 세시풍속 놀이와 탈춤 등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섬진강 래프팅 코스를 연계해 구 곡성역을 한층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곡성을 방문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물론 간이역으로서의 한적하고 소박한 느낌은 다소 약해졌지만, 마을의 특성과 주변 자연환경을 활용한 구 곡성역의 사례는 간이역을 문화재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글‧김종헌(배재대 교수, 문화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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