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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직도, 여전히, 내 마음은 도담도담 아동문학가 이상교
작성일
2018-03-06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648

 아직도, 여전히, 내 마음은 도담도담 아동문학가 이상교 아직은 춥기만 한 어느 날, 나뭇가지 위의 새가 지저귄다. 이 가지, 저 가지, 옮겨 다니며 시끄럽게도 운다. 아무래도 나무에게 봄을 조르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졸라도 네 목만 아플 것이다. 아직은 봄이 아닌 걸.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을. 아동문학가 이상교 작가에게 자연은 시와 동화 그 자체가 된다. 시끄러운 새의 지저귐만으로도 아이처럼 시상을 틔우는 그녀에게 진정한 봄은 아직 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01. 20대의 젊은 날, 동시로 등단한 뒤 지금까지 어린이를 위한 시와 동화를 쓰며 살아온 이상교 작가 02. 『천연기념물 동화』는 반달가슴곰, 반딧불이, 삽살개, 수달 등 사라지는 것들을 가지고 쓴 동화다.

마음을 건드리는 일이라면 뭐든

이상교 작가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녀의 두 딸들은 엄마를 늘 글만 쓰는 재미없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사실은 아니었다. 딸들이 학교에 갔을 때, 그녀는 혼자 훌쩍 동해바다에 가곤 했다. 바다 앞에 앉아 머리를 시원하게 비우기도, 시상을 건지기도 했다. 하교 시간 전에 돌아오는 짧은 여행이었지만 짜릿했다. 지금도 건강만 허락한다면 언제든 떠나고 싶다. 순간에 충실한 감성, 그 천진함이 있기에 칠순의 나이에도 아동문학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책만 쓰면서 살았어요. 사실 동화는 밥벌이였거든. 전집류도 많이 쓰고, 기획동화도 많이 쓰고. 강의도 많이 다니고요. 그런데 그게 재미있었어요. 딸들은 재미없는 삶이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지금도 글을 쓰는 게 즐거워요.”

이상교 작가는 올해로 칠순을 맞았다. 20대의 젊은 날, 동시로 등단한 뒤 지금까지 어린이를 위한 시와 동화를 쓰며 살았다. 참 오랜 시간이었다. 그녀가 발간한 책만도 350여 권이 넘는다. 집에 가장 많은 것은 당연히 동화책이었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아직까지 아동문학을 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어린 마음으로 보면 세상은 대체로 재미있고 신나는 편이다. 물론 늘 기쁘지만은 않다. 몇 해 전부터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가끔은 지독히 우울하다. 그러나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한 번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눈에 들어오는 것,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이 새롭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항상 마음이 좋다.

 눈 내린 새벽- 새로 쌓인 눈 위에 도, 도, 도, 도, 도둑고양이 발자국 이른아침 도, 도, 도, 도, 도둑고양이 발자국이 꽃잎으로 피어났다 아침 햇살에 쪼르란쪼르란 눈부시다 너, 강화도에 있니? 엄마표 아들 처음받은 상장 예쁘다고 말해줘 03. 속어나 비어라도 우리말이라면 참 좋았다는 이상교 작가. 그녀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지금까지도 열심히 작품을 쓰고 있단다. 04. 『불아 불아』는 아기를 어를 때 쉽게 떠올리는 우리 말 ‘도리도리 짝짜꿍’에 담긴 의미를 짚어주는 그림책이다.

작품이 되는 삶 속의 이야기

 

이상교 작가에게 강화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무척 소중하다. 넓은 강화 벌판을 끊임없이 누비던 때가 작품에 많이 묻어있다. “강화는 저에게 문학의 고향이에요. 거기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문학의 싹을 틔웠죠. 물고기도 잡으러 다니고, 원추리 꽃도 보고, 하늘에 연도 날리면서 참 열심히 놀았지. 죽으면 강화에 뿌려졌으면 할 정도로 강화를 좋아해요.” 강화에서 가장 큰 절인 ‘전등사’는 어린 시절 그녀의 놀이터였다. 전등사에는 보물 제178호인 전등사 대웅전을 비롯해 세 개의 보물이 간직되어 있다. 그러나 보물이 귀한지도 몰랐던 어린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 걸으며 보이는 풍경들을 마냥 좋아했다. 지붕 없는 역사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강화도에는 문화재가 많다. 덕분에 그녀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썼던 「너, 강화도에 있니?」라는 책은 현재 강화를 대표하는 그림책이 됐다. 천연기념물을 다룬 「천연기념물 동화」도 있다. 반달가슴곰, 반딧불이, 삽살개, 수달 등 사라지는 것들을 가지고 쓴 동화다. 지금은 절판됐지만, 글을 쓰는 동안 우리나라 고유의 동물들을 소개할 수 있어 즐거웠다. “우리 문화재에는 그것에 얽힌 전설이 있어요. 역사도 흥미롭지만, 전설을 알면 더욱 재미있게 문화재를 접할 수 있죠.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도 전설과 함께 문화재를 접하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고요. 이야기가 가진 힘이죠.”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옛 이야기가 작품이 되기도 한다. 동화 「처음 받은 상장」의 키 큰 초등학생 ‘시우’는 사실 그녀 자신이다. 싱겁게 키만 크던 주인공 시우는 글짓기로 처음 상장을 받으면서 큰 용기를 얻는다. 예나 지금이나 그녀의 큰 키는 눈에 띄는 편이다. 또래답지 않게 큰 키를 가진 딸에게 이상교 작가의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우리 상교는 키가 커서 서서 구만리 앉아서 삼천리를 본단다.’라고. 그리고 그 말은 꽤 위안이 됐다. 지금도 생생한 어머니의 얘깃거리는 이따금씩 이상교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스치듯 건넨 어머니의 말이 큰 위로가 되었듯 이상교 작가의 작품에는 아이들에게 건네는 위안과 용기, 찬란함이 있다.

 

아이들이 읽는다는 즐거움

 

최근 국립한글박물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겨울문학여행’ 특별전을 전시했다.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국과 예정국의 겨울 문학을 소개하는 전시였다. 이상교 작가의 동시 ‘눈 내린 새벽’은 세계명작동화를 비롯해 윤동주 시인의 동시와 함께 나란히 전시됐다. 밤사이 새로 쌓인 눈 위에 도둑고양이 발자국이 꽃잎처럼 예뻐서 쓴 시였다. “도둑고양이 발자국이 도도도도 하고 지나갔는데, 그게 꽃잎처럼 정말 예뻤거든. 쪼르란 쪼르란 아침 햇살에 눈부셨거든.” 이상교 작가의 목소리는 청년 같았다. 맑고 또렷한 목소리로 본인의 동시를 줄줄 읊을 만큼 작가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다. 동시를 읊을 때면 그것을 썼던 순간도 함께 떠오른다. 고양이가 달려간 발자국의 모양이 쪼르르 놓여있었기에, 시에서도 글자를 세로로 놓았다. 글자의 놓임조차 허투루 할 수 없는 것이 시고, 문학이다.

‘눈 내린 새벽’이 수록된 동시집 「예쁘다고 말해줘」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에서 선정한 어너 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어너 리스트란 2년에 한 번씩 최근 아동청소년 문학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상교 작가는 세종아동문학상, 한국출판문학상, 박홍근아동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상을 받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아이들이 읽는다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

 

다시 태어나도, 아주

 

이상교 작가의 시는 초등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음을 붙여 동요로 만들어진 작품도 있다. 결혼할 즈음 만들어진 동요가 여전히 입가에 맴돈다. 다시 태어나도 아동문학을 할 것이다. 거의 아이 같은 그녀의 성격으로서는 가장 맞는 직업을 찾은 셈이다. 작가로 태어나서 아주 좋고 한글도 아주 사랑한다. “한글도 전통문화유산이잖아요. 우리 어머니가 우리말을 많이 쓰셨어요. 어릴 때부터 속어나 비어라도 우리말이라면 참 좋았어요. 소리도 예쁘고, ‘푸름’ 하나로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고요. 한글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지금까지도 열심히 쓰고 있어요.”

이상교 작가의 작품을 보면 어른이라도 금방 동심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평범한 삶이 작가의 시선으로 어떻게 보이는지도 느낄 수 있다. 사소하지만 아이 같은 천진함으로 세상을 보는 일, 그것이 그녀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녀의 작품처럼 세상이 아이 같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다가 또 한편으로는 아이처럼 세상을 보는 게 먼저지 싶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이상교 작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삶에는 분명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가 하나쯤 들어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우리도 이상교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라면 언제라도 어린아이가 되어볼 수 있겠다. 참말, 그럴 수 있겠다.

 

글. 이혜민 사진.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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