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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고의 컬렉션을 기증한 동원 이홍근 선생
작성일
2018-03-06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105

최고의 컬렉션을 기증한 동원 이홍근 선생 동원 이홍근 선생(1900~1980)은 평생 동안 심혈을 기울여 수집한 대규모의 한중일 도자, 서화, 금속, 토기, 석기, 석조물로 구성된 동원컬렉션을 국가에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유족들은 컬렉션을 국가에 헌정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하였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서화 1728건, 도자 2620건, 불상·금속공예·석조물·고고자료 및 기타 분야 867건 총 5205건 10202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왔다. 한 개인의 노력으로 일군 대규모 컬렉션을 국가에 헌정하였다는 데에서 우리나라 기증 문화의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상업으로 자수성가한 이홍근 선생의 문화재 수집

 

고려시대 문인 익재(益齋) 이제현(1287~1367)의 후손 이홍근 선생은 상사를 경영하여 자수성가하였다. 개성 출신인 그는 1926년 함경북도 성진읍에서 종합물산상회를 차렸고 1940년경 개성으로 돌아와서 양조회사 사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상거래를 하면서 교유하게 된 일본인들이 문화재를 감상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문화재 수집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본격적인 문화재 수집은 한국전쟁기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1946년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장남 상협 일가를 개성에 머무르게 하였다. 이후 장남 일가와 생이별을 하는 아픔을 겪었고 이를 달래기 위해 문화재 수집에 더욱 애정을 쏟았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종로 당주동, 인사동 골목으로 고미술품이 쏟아져 나왔기에 그는 아침저녁으로 돌아다니면서 수집하기도 했고, 찾아온 단골상인들로부터 문화재를 구입하기도 했다. 그는 “위조품도 사야지 진품을 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수집에 임했다. 그리고 “좋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온 상인에게도 돈을 주어야지 그 돈으로 다음에 좋은 물건을 사서 가지고 올 수 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렇듯 그는 문화재 수집 철학을 세우고 관련 서적을 읽으며 전문 지식을 쌓아갔다.

 

동원미술관 건립과 체계적인 소장품 관리

 

이홍근 선생은 문화재를 잘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해 1967년 종로구 내자동에 미술관을 설립하였고, 1971년에는 성북동에 새롭게 건물을 지어서 이전했다. 성북동 자택 안쪽에 별도로 덕수궁 석조전을 모델로 하여 건립된 동원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석조 건물로서, 수장고와 진열실을 갖춘 전문 미술관을 지향했다. 선생은 이 건물 1층에 직접 기거했는데, 선생의 방을 지나야 지하 수장고로 들어가게 되어 있을 정도로 소장품을 철저하게 관리하였다. 기름 값이 오를 때는 자신의 거주 공간 난방비를 줄이면서도 지하 수장고만은 냉난방 제습시설을 가동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였는데, 소장품의 실측치를 기록하였으며, 귀중한 문화재는 딸과 며느리가 제작한 비단보와 비단주머니로 싸서 오동상자에 보관하였다. 상자에 명칭을 적고 막내아들이 촬영한 소장품 사진을 부착하기도 했다. 소장품 중 조선시대 묵죽화가 이정의 대나무 5폭이 상태가 좋지 않자 일본으로 가서 일본 왕실에 출입하는 표구상을 찾아가서 장황을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로 수집품 보존에도 정성을 쏟았다. 이홍근 선생의 곧은 성품과 윤리적인 자세를 확인할 수 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는 어느 상인이 팔려고 가져온 고려시대 <청동 은입사 향로>가 충남 개심사의 보물임을 알아차리고 매입한 후, 사찰 측에 알려 찾아가도록 하였다고 한다.

선생의 수집품을 탐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1963년 선생이 아끼던 <백자 철재 인물 모양 명기>를 포함한 수백 점의 소품이 든 상자를 도둑맞았는데, 선생은 병중의 몸으로 경찰들과 함께 일주일 동안 인사동 골동품 상가를 조사하고, 결국 상인의 제보로 찾아내었다.

또한 동원미술관이 개관한 지 얼마 안 돼 일본의 모 재벌총수가 미술관을 관람한 후 마음에 드는 도자기 한 점을 어떤 조건이라도 좋으니 양도해달라고 3일 동안이나 요청했으나 그는 끝까지 거부했다.

 

문화재 기증 결심과 후손의 실천

 

이홍근 선생의 문화재 기증의 신념은 오래전부터 다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 내자동에 살던 1960년대 어느 날 최순우, 황수영, 진홍섭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자신이 수집한 문화재를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홍근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실천한 유족들이 보여준 모습은 전 국민에게 큰 감명을 안겨주었다.

동원미술관을 설립하면서 재단법인을 만들어 공적인 기관으로 성장시키려는 이홍근 선생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유족들은 은행 주식 약 7만주(1981년 당시 약 8천만 원 상당)를 기금으로 기부하여 1981년 7월 사단법인 한국고고미술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연구소는 고고학과 미술사학 연구와 국립박물관 학예연구직의 연구 의욕 고취를 위한 다양한 학술 지원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동원 선생 집안의 대를 잇는 문화재 사랑은 교과서에 실릴 만큼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모범 사례로 널리 전해지고 있다.

 

글. 이수경(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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