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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회 치유사들의 약초에 대한 전통지식 ‘칼라와야족의 안데스적 우주관’
작성일
2015-04-01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537

순회 치유사들의 약초에 대한 전통지식 ‘칼라와야족의 안데스적 우주관’ 볼리비아 북부 산악지대에는‘ 칼라와야’라고 하는 순회 치유사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선조로부터 안데스 지역의 다양한 약초에 대한 지식을 전수받아 온 본초학자들이다. 1년에 절반가량을 집을 떠나 마을과 산골을 유랑하면서 약초를 채집하기도 하고 환자들을 돌보기도 한다. 이들의 치유행위의 근저에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우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약물에 의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안정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또한‘ 파차마마’라고 하는 대지의 어머니에 대한 신앙과도 연관이 된다. 01. 칼라와야족의 치유사는 남성에 한정되며 그들은 의학적, 약학적인 지식을 구사하여 환자들을 치료한다. 02. 어린 라마는 의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제물이다.

‘의사의 땅’의 치유사 칼라와야

하늘 아래 가장 가까운 나라 볼리비아는 안데스 최고의 문명을 꽃피운 땅이기도 하다. 남아메리카 중부에 있는 내륙국가로서 아마존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콜럼버스 이전에는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였던 잉카제국의 일부이기도 했다. 16세기에 스페인이 이 지역을 정복하면서 ‘상부 페루’ 혹은 ‘차르카스Charcas’라고 불리었다. 현재 9개의 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쪽에 있는 안데스 지역에서 아마존 분지에 있는 동부 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리적 특색을 갖추고 있다.

볼리비아의 최대주인 라파스La Paz는 해발 3~4천 미터 사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희박한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라파스의북부 바우티스타 사아베드라Bautista Saavedra 산악지대에는 잉카제국 이전부터 주술사이자 의사이며 철학자인 칼라와야Kallawaya라고 불리는사람들이 살고 있다. 칼라와야는 인구 1천 명 정도의 소수민족으로, 특히 그 중에서도 치유사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 성인 남자를 ‘칼라와야’라고 부른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티티카카Titicaca 호수 북동쪽 에 있는 이곳을 ‘의사의 땅’이라고도 한다.

 

순회 치유사 칼라와야

치유사는 남성에 한정되며 그들은 각지를 순회하며 의학적, 약학적인 지식을 구사하여 환자들을 치료한다. 그들의 지식은 복잡한전승과 수행에 의해서 습득된 것으로 특히 여행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의학을 전수받은 남자들은 1년에 몇 개월씩을 당나귀를 끌고 약초를 채취하면서 지나는 마을이나 동네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여행을 한다. 대가로 받는 것은 음식이나 의복 등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들의 생활은 항상 궁핍할 수밖에 없다.한편 칼라와야족 여성들은 다양한 의식에 참가하고, 임산부와 어린 아이들을 보살핀다. 여성들은 또한 칼라와야족의 우주관과 관련된 문양과 장식이 그려진 직물을 제조한다.

칼라와야의 치료사들은 유랑을 통해 다양한 생태계를 접하고 약용식물에 대한 지식을 축적한다. 약초에 대한 그들의 지식은 약980종에 이르며 세계에서도 가장 풍부한 본초학의 하나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03. 약초를 채집하고 있는 원주민. 칼라와야의 치유술은 동물과 광물, 식물을 원료로 하는 약물에관한 깊은 이해와 종교적 신앙에 밀착된 의식에 관한 지식의 집대성이다. 04. 05. 칼라와야 치유사가 병자를 치유할 때는 북과 판 플루트로 연주되는 칸투스(Kantus)라고 하는 전통음악이 연주되기도 한다.

대지의 신 ‘파차마마’

볼리비아는 물론 칼라와야 사제 겸 치유사들이 활동하는 남미 여러 나라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러한 의술은 안데스 지역 원주민들의 신앙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 다. 즉, 칼라와야의 치유술은동물과 광물, 식물을 원료로 하는 약물에 관한 깊은 이해와 종교적 신앙에 밀착된 의식에 관한 지식의 집대성이다.

칼라와야족은 대지의 신 파차마마Pachamama와 산신 아차칠라Achachila를 우주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모든 생명은 어머니 파차마마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질병은 인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주와의 연결에 문제가 발생한것으로 치유 행위는 제대로 된 세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왕을 태양의 아들로 불렀던 잉카제국이 이들에게 태양신을 믿도록 강요하는 동안에도 대지의 어머니 파차마마에 대한 신앙은 계속해서 유지되어 왔다.

 

칼라와야 치유행위와 의례

칼라와야의 치료행위는 아메리카 샤머니즘의 일부로서 분류되기도 한다. 칼라와야의 치유사들은 약초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주술적 의례를 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약초만으로 고칠 수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파차마마에 대한 제의와 함께 치료행위가 이루어진다. 즉, 의식을 통해 영혼을 치유하고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게 하여 병을 낫게 하는 것이다. 이때 낙타과에 속하는 어린 라마는 의례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제물이다.

칼라와야 치유사가 병자를 치유할 때는 북과 판 플루트로 연주되는 칸투스Kantus라고 하는 전통음악이 연주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칸투스는 약 500년 전에 멸망한 잉카제국 시대 때부터 이 지역에서 명맥을 이어온 성스러운 음악이다. 칼라와야 치유사가 영계와 접신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치료 행위와의 관계가 희박해져서 마을 사람들이 축제나 결혼식 등의 연례를 행할 때에 연주되고 있다. 즉, 칸투스음악의 제의적 성격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칼라와야 치유사가 의료 행위를 할 때에는 칼라와야어를 사용한다. 칼라와야어는 혼합어로 그 언어의 문법 틀은 잉카 공용어였던 케추아quechua어에 바탕하고 있지만, 낱말은 일찍이 사멸한푸키나Puquina어족에서 비롯되었다. 푸키나어는 케추아어, 아이마라Aymara어 등 토착의 주류 언어들과 나중에 들어온 스페인어에 밀 려 사라졌다. 현재의 칼라와야어는 일상어가 아니라, 의료 행위에만 쓰이는 특수어로, 전통의학의 지식과 함께 대대로 칼라와야치료사들에 의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06. 코카는 위와 머리의 통증을 억제하거나, 공복 시의 불쾌감을 덜 어 없애거나, 영양제로도 사용되며, 코카 외에도 목화나 마테, 파슬리 등 다양한 약초가 사용된다.

칼라와야에 대한 보호 노력

최근 칼라와야족의 전통적 생활방식은 문화변용에 따른 위협을받고 있으며, 그에 따라 그들의 뛰어난 의학 지식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전통의료가 서양의학에 밀려나고, 칼라와야 사람으로서 보다 볼리비아인으로 살아야 하는 압력에 따라 칼라와야 치료사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토착민 공동체에 대한 법적 보호를 무시하는 대형 제약회사들의 정책으로 인해 이들의 전통은 위축 양상을 보이고 있 다.

유네스코는 인류가 보호해야 할 전통지식의 하나로서 칼라와야 치유사들의 전통의학에 대한 지식을 ‘칼라와야족의 안데스적 우주관(The Andean Cosmovision of the Kallawaya)’이라고 하는 명칭으로 2005년에 인류 구전 및 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선언하였으며, 무형유산 협약체제하에서 2008년에 걸작 목록을 협약 목록에통합하면서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였다.

 

글. 박원모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홍보출판팀 팀장) 사진. 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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