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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눈빛, 몸짓, 노래가 만들어내는 명작名作의 하모니, 뮤지컬 배우 전수경
작성일
2012-04-17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699

 

시대를 관통해 어제와 오늘을 잇는
‘타냐’라고 쓰인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공연을 앞두고 한창 분장 중인 그녀가 시원스레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우리가 익숙히 보아왔던 것은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성량으로 노래를 부르는 타냐의 모습. 하지만 대기실 화장대에 놓여있는 흔적들은 배우로서가 아닌 그저 ‘전수경’으로서의 삶을 엿보게 만든다. 1999년 4월,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초연(한국에서는 2004년 초연되었다.)되어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공연하고 있는 <맘마미아>의 저력은 무엇일까.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1970~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아바의 음악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보일 수 있어요.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바의 음악에서는 낡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요. 명작의 저력은 바로 이 ‘세대를 아우르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맘마미아>는 그리스 지중해의 작은 섬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성이 뚜렷한 세 명의 여성을 내세워 사랑과 우정을 노래한다. 전수경이 연기하는 타냐는 현대의 자유로운 여성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작품 속의 타냐는 굉장히 유쾌해요. 물론 타냐가 지금의 현실에 있었다면, 그녀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작품 속에서 그녀는 독립적이고, 진취적이고, 유머러스해요. 그게 매력이고, 그래서 그녀가 좋아요.”

 

타냐를 통해 엄마를 말하다
무릇 배우의 캐릭터란 타인의 삶을 사는 것을 가능케 한다. 그것이 배우의 매력이고 또 고된 점이 아닐까. 전수경 또한 타냐를 연기하면서 자유분방한 현대 여성을 상징하는 타냐의 삶과 자신의 삶을 생각한다. “타냐를 연기하면서 우리네 어머니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가정을 돌보기 위해 자신을 버린 채 헌신하며 한평생을 사는 어머니들이요. 우리는 모두 어머니들의 세월을 먹으며 이렇게 자랐잖아요. 하지만 <맘마미아>의 엄마들은 우리네 어머니들과 상당히 달라요. 정말 유쾌하고 자신을 사랑해요. 물론 이것이 문화적 차이일 수 있겠지요. <맘마미아>의 엄마들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모델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전수경은 자유로운 그들의 삶의 방식이 어떤 면에서는 부럽다고 말한다. 그녀는 유달리 뚜렷하고 시원해 보이는 이목구비 덕분에 <맘마미아> 속 여성들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일면 우리네 어머니일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보고 자라온 것이 몸 안에 고스란히 남았기 때문이다.

“저는 저의 삶과 아이들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해요. 내 생각만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독립시킬 예정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이런 면을 봤을 때에는 저 또한 전통적인 어머니 상과 현대적인 어머니 상이 적절히 조화되는 것 같아요.”

그녀의 분장실 화장대에는 아이들의 사진들로 가득하다.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그녀의 눈빛은 아련함이 묻어난다. 전통적인 어머니 상과 현대적인 어머니 상의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의 삶보다도 더욱 소중하고 애틋한 것이 바로 자식들일 것이다.

 

놀이 같은 연기, 그래서 더 즐겁다
어느덧 중견배우로서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큰 거목인 그녀. 전수경에게 연기는 놀이이고 즐거움이다. 어렸을 때부터 놀이처럼 연극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배우로 성장해오면서도 그러한 연극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가 즐겁지 않으면 관객도 즐거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업을 할 때에도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하지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배역이 좀더 생생하게 표현돼요. 현재 뮤지컬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까지도 하고 있는데 앞으로 그 영역을 더 넓혀가고 싶어요. 배우라면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의 고전이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은 비단 몇 년 사이의 현상은 아니다. 전수경은 2010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 <서편제>가 남긴 인상印象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판소리는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음악이잖아요. <서편제>와 같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재해석하는 현대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면, 우리나라의 뮤지컬 배우, 가수들이 훌륭한 가창력으로 잘 살릴 거라고 생각해요. 하고 있는 음악, 지향하는 음악은 다 다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정서를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전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재해석 되는 것이 대중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얼마만큼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가 있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녀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재미’라고 말한다.

 

우리 것에 대한 사랑
“얼마 전, 경주에 있는 양동마을에 가서 한옥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니 얼마나 예쁘던지. 저는 우리나라의 전통 문양들도 참 좋아해요. 그 고풍스러운 멋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는지요.”

사실 바쁘게 살다보면 우리 것의 소중함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 어떤 사람의 삶도 쉽게 흘러가는 법이 없기에, 우리의 전통에 관심을 갖고 지켜나가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노력과 눈물, 땀은 그 자체로 존경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분들을 보면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죠. 우리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널리 널리 퍼져서 세계 속에 우뚝 서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길을 걸을 때, 우리의 찬란한 전통문화를 굳건히 지켜내는 것도 참 중요하겠지요.”

 

글·박진아 사진·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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