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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장, 보이지 않게 서로를 연결하는 이음매
작성일
2018-03-06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992

은장, 보이지 않게 서로를 연결하는 이음매 우리 전통 한옥이나 석탑 등에 있는 이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없으면 집이나 탑은 중심을 잃고 흔들리거나 무너지게 된다. 숨어있어 보이지 않고, 층과 층, 부재와 부재를 연결하는 이음매, 바로 은장이다. 숨어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함으로써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이어주어 전체를 굳건하게 만들어준다. 01.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중 동탑 3층 옥개석 평면도 ⓒ국립문화재연구소 02.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의 높이는 13.4m로, 규모가 큰 만큼 옥개석이나 옥개받침석이 4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돌들을 연결하기 위해 쇠로 만든 은장이 사용되었다. ⓒ셔터스톡

숨어있음 - 隱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석탑을 말하라면, 단연코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다. 그러나 삼층석 탑 가운데 가장 큰 석탑을 묻는다면 쉽게 답을 말하는 사람이 드물다. 답은 국보 제112호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이다. 규모는 삼층석탑이지만 찰주(刹柱)를 포함한 탑의 높이는 13.4m로, 규모가 큰 만큼 웬만한 삼층석탑에서 하나의 큰 돌을 사용하여 조각될 법한 옥개석이나 옥개받침석이 여기에서는 4개로 나뉘어져 있다. 이 돌들은 일대에서 나는 응회암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는데, 이 돌들을 연결하기 위해 쇠로 만든 은장이 사용되었다.

은장은 크게 3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 번째가 나비장이다. 주로 목조건축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두 부재 를 맞대고 좌우로 같은 형태의 홈을 만든 뒤, 그 홈 모양의 부재를 별도로 조각하여 홈에 끼워 두 부재를 잇는데, 이 홈이 나비를 닮아서 나비장이음이라고 한다. 두 번째가 자촉이다. 두 부재를 잇는 방식은 나비장과 같은 원리이지만 형태는 세로로 길쭉한 네모형태이다. 나비장이 주로 좌우로 벌어지는 힘에 대응하는 곳에 사용되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면, 이 긴 자모양의 자촉은 위아래로 이어지는 부재가 서로 어긋나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세 번째가 감은사지 석탑에서 보이는 도투마리 모양의 은장이다.

은장은 목조건축에도 쓰이기는 하나, 석탑이나 왕릉의 병풍석, 석조 교각과 같은 석조건축에 많이 사용되었으며,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아주 오래된 기법이다.

은장의 양끝 부분의 머리는 네모, 세모, 원형 혹은 반원형으로 두 부재가 서로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잡아준다.

은장의 시공법은 목재와 석재가 조금 다르다. 목조의 경우 목재가 지닌 특성 때문에 홈보다 조금 더 두텁게 은장을 다듬어서 꼭 맞게 망치로 두드려 넣는다. 하지만 석재는 이와 다르다. 쇠는 돌보다 단단하다. 하지만, 쇠가 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은장이 놓이는 홈은 은장보다 조금 더 크게 만들어진다. 은장을 놓은 후 빈 공간에는 무쇠를 녹여 부어 넣었거나, 진흙을 다져 충전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은장은 홈에 꼭 맞춰져 밖에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재의 결구에 사용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03. 두 부재를 맞대고 좌우로 같은 형태의 홈을 만든 뒤, 그 홈 모양의 부재를 별도로 조각하여 홈에 끼워 두 부재를 잇는데, 이 홈이 나비를 닮아서 나비장이음이라고 한다. ⓒ동녘 04. 베틀에서 날을 감아 베틀 앞다리너머의 채머리 위에 얹는 틀을 도투마리라 하는데, 은장 중에는 감은사지 석탑에서 보이는 것 같은 도투마리 모양의 은장도 있다. ⓒe뮤지엄 05.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중 동탑 동면 ⓒ국립문화재연구소 06.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중 동탑 남면 ⓒ국립문화재연구소 07. 은장 삽입부 ⓒ국립문화재연구소
08. 감은사지 서 삼층석탑 복원에 사용된 티타늄으로 된 은장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이지 않음 - 藏

 

2012년에 수리를 마친 감은사지 서 삼층석탑에는 티타늄으로 된 은장이 복원에 사용되었다. 기존 석탑에 사용된 은장은 성분 분석 결과 90% 이상이 철(Fe)이었다. 그러나 부식으로 인해 석탑 표면에 산화물이 흘러내리는 등 보존과학적 측면에서 매우 불리하다고 판단되어 비산화물질로 제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은사지 석탑에 사용된 은장 가운데 일부는 바깥에 나와 있다. 어디에 있을까.

어떤 석탑은 사람의 키만 하다. 그래서 모든 층의 부재를 다 볼 수 있다. 그런데 감은사지 탑은 정말 크다. 그래서일까. 눈에 잘 띄지 않는 3층의 옥개석을 자세히 보면, 4개로 구성된 옥개석들이 은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눈과 비를 직접 맞는 면에 은장이 놓여 있다. 다른 곳에서는 다 안에 숨어 있는데, 여기는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여기뿐만이 아니다. 강물이 넘실거렸을 월정교 교각에도 은장은 노출되어 있다. 부식(腐蝕)은 금속이 공기나 물 등의 화학 작용으로 삭는 현상이다. 어쩌면 은장이 석조건축에 보편적으로 사용된 삼국시대에, 돌을 붙잡을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물질은 쇠였을 것이다. 수분으로 부식이 있음을 알면서도 쇠로 된 은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티타늄이나 스테인리스와 같은 부식현상을 예방할 수 있는 재료가 있고, 기존 은장이 사라진 마당에 새로 은장을 설치하여야 한다면, 부식으로 인한 석재 표면의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석재의 무게와 은장의 인장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은장의 재료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당시 문화재위원과 공사를 담당한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진은 티타늄으로 된 은장을 선택하였고, 2008년 2월 감은사지 서 삼층석탑의 복원공사에 이를 사용하였다.

2017년에 해체수리를 마친 불국사 삼층석탑에도 티타늄으로 된 은장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감은사지 석탑과 달리, 기단부 내부에서 각 덮개돌을 서로 붙잡는 용도로 사용되어 외부에서는 볼 수 없다. 은장은 은장홈과 3~5mm 가량 이격되는 크기로 제작되었고, 빈 공간은 무기질보수재료와 석분 등으로 채워졌다.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感恩寺址 東ㆍ西 三層石塔 감은사터 넓은 앞뜰에 나란히 서 있는 쌍탑이다. 2단의 기단(基壇)위에 3층 탑신(塔身)을 올린 모습으로, 서로 같은 규모와 양식을 하고 있으며,
옛 신라의 1탑 중심에서 삼국통일 직후 쌍탑가람으로 가는 최초의 배치를 보이고 있다.

은장에 대하여

 

건축은 각기 다른 재료가 만나 전체적으로 하나를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그 각기 다른 재료는 여러 가지 방 법에 의하여 서로 결합되거나 맞춰진다. 은장은 그러한 부재 간의 결합을 이루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은장은 건축물을 해체하거나 짓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기법이자 도구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하나의 건축과 같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집을 이루고, 집은 다시 마을을 이루며, 마을은 국가를 이룬다. 여기에도 은장과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이어주는, 그럼으 로써 가족, 마을, 국가라는 건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 사회가 굳건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글. 조상순(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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