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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옥은 결구로부터 시작된다
작성일
2018-03-06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6610

한옥은 결구로부터 시작된다 결구라 함은 이음과 맞춤을 모아 표현한 말로써, 이음은 부재 간을 길이방향으로 연결한 것을 의미하며, 부재 간이 가로, 세로방향의 어떤 각을 가지고 짜임이 되는 것을 맞춤이라고 한다. 한옥은 수직부재와 수평부재를 조합해 공간을 형성한 후, 눈과 비를 막아주는 지붕과 내·외 간의 바람과 열기, 냉기의 이동을 막는 흙벽과 창호를 설치하여 완성한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수직부재인 기둥과 수평부재인 대들보, 창방, 도리 등이 만나는 부위를 튼튼하게 결속시키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각종 결구법이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 문화유산인 한옥을 감상할 때 대개는 첫눈에 지붕의 장중함과 지붕곡선의 아름다움에 시선이 끌리게 된다. 그리고 벽체와 창호에서는 간결성과 연속성, 변화성과 함께 섬세함의 기예를 복합적으로 느끼면서 감탄을 자아낸다. 이러한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각종 부재 간의 결구가 매우 중요하다. 결구부를 표면에서 바라보면 그 속 내부의 짜임이 어떻게 되었으며 그 성능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다. 01. 부재 간을 길이방향으로 연결하는 ‘이음’과 부재들이 가로·세로 방향의 어떤 각을 가지고 서로 짜임을 이루는‘맞춤’을 통틀어 결구라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결구의 다른 면

 

결구법은 구조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하여 발전해왔다. 결구되는 단면내부에서 접합부 강성을 높이고, 변형률을 흡수하기 위한 형태와 성능을 갖추어야 한다.

가구구조는 말 그대로 여러 부재가 결구된 형태로 되어있는 구조를 말한다. 근대 건축물 중에서 한옥구조와 비슷한 구조로 강구조가 있는데 강구조에서는 접합부를 용접이나 고장력볼트 등으로 수직, 수평부재 등을 체결하여 구조물을 완성해나간다. 그러나 한옥에서 가구구조는 부재 간의 단면 내에서 각종 장부형태로 바심질(마름질한 재목들을 깎거나 파서 다듬는 일)하여 결합한다. 이러한 결구 방법의 적용으로 수세기 동안의 외부 환경 변화에도 끄떡없는 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현대과학기술과 비교하여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기술력과 함께 경제성과 의장성을 겸비한 건축술이라 할 수 있다.

결구의 형태는 단순하다. 그러나 장부와 장부를 감싸는 부재 간의 맞물림(interlocking) 효과로 인해 절점(節點) 부위의 결속력이 확보되는 것이다.

그 예로 가장 간단한 한옥구조 형태인 보아지(보받침)가 있는 도리집의 형태를 살펴보자. 도리집의 구성부재는 기둥, 보아지, 장혀(도리 받침 부재), 대들보, 도리(서까래를 받치기 위하여 기둥 위에 건너지르는 나무)로써 이러한 부재 모두가 기둥에서 결구된다. 기둥과 보아지는 기둥을 기둥머리에 부재가 맞춰질 수 있도록 트임을 하고 보아지를 장부로 하여 내리맞춤 한다. 이때 보아지의 어깨를 두어 이 다음 장혀가 주먹장(주먹 모양으로 끝이 조금 넓고 안쪽이 좁게 하여, 도드라진 촉이 끼이면 빠지지 않게 되는 결구)으로 내리맞춤될 때 기둥이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고, 주먹장 맞춤되는 지압면에서 마찰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되도록 한다. 장혀의 맞춤은 기둥에서 주먹장의 홈을 두고 장혀는 주먹장 장부를 두는데, 장부 하부보다 상부면을 한 푼 정도 넓게 하여 내리맞춤 시 결속력을 증대시킨다. 장혀의 역할은 이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붕상부에 발생되는 하중을 받는 도리와 대들보가 있는데 이들 부재는 단면이 크고 육중하다. 인양 장비가 발달하기 전에는 무거운 부재의 양중 및 조립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이에 기둥부재 상부에 가벼운 장혀로써 먼저 기둥과 기둥 간을 잡아줌으로써 단면이 크고 무거운 대들보의 시공을 원활하게 한다.

대들보의 경우는 숭어턱 형상으로 바심질을 하는데 이때 또한 기둥 상부가 보의 어깨로써 감싸지도록 한다. 구조적인 힘의 부담을 기둥과 결구되는 단면 내로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힘의 전달과 함께 의장성도 고려한 것이다. 보머리와 보의 등, 어깨부분에서 변화성을 주기 위해 보머리에 계눈각을 조각하고 어깨부분은 소매걷이 처리를 하여 무겁고 둔탁해 보일 수 있는 보의 형태를 아름답게 했다. 대들보가 설치된 후 도리가 얹히는데 도리의 역할은 서까래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기둥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보의 숭어턱 상부는 두겁주먹장 형상으로 결구되는데 이는 서까래에서 하중이 전달될 때 결구부위에서 이완되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보목부분에서 상부하중의 전달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지압력이 발생하는데, 이 지압력이 결구부위에서 맞물림(interlocking) 효과와 더해지면서 결구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구 結構 건물, 또는 건물의 모양새를 이르거나 일정한 모양의 얼개를 만들어 놓은 상태, 또는 얽어서 만든 물건이나 그 모양새를 뜻한다.

02. 정교하게 다듬어진 부재들과 치밀한 결구법이 돋보이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문화재청 03.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정면 창호부분의 짜임 ⓒ윤정훈 04. 서까래는 도리 상부에 짓는데 이때 도리와 서까래 접촉면에 연정(椽釘)을 사용하여 고정한다. ⓒ문화재청 05. 수덕사 대웅전 서까래. 주심도리와 만나는 서까래 부위는 연정으로 고정한다. ⓒ문화재청 06. 창덕궁 연경당의 납도리집. 도리집의 구성부재는 기둥, 보아지, 장혀, 대들보, 도리로써 이러한 부재 모두가 기둥에서 결구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결구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주요부재가 만나는 곳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각종 결구방법의 적용으로 한옥의 공간구성을 완성해나간다. 흔히 한옥은 못을 하나도 사용치 않고 짓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철물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먼저 서까래의 경우는 도리 상부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때 도리와 서까래 접촉면에 연정(椽釘)을 사용하여 고정한다. 물론 이때에도 못의 사용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주심도리와 만나는 서까래부위는 연정으로 고정하고, 종도리(용마루 밑에 서까래가 걸리게 된 도리) 상부에서는 교차되는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에 연침구멍을 뚫어 싸리나무 등을 이용하여 꽂아 넣은 후 적심도리를 얹어 결구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도 사용된다. 이렇게 못을 사용하는 경우는, 이외에도 평고대(처마에 얹힌 서까래 끝에 가로로 길게 얹힌 나무)와 서까래 간의 고정, 박공널(맞배지붕의 측면에 八자형으로 붙인 두꺼운 널)과 도리 간의 고정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타 철물로는 띠쇠 및 감잡이쇠(U자형으로 두 부재를 감아 연결하는 목재 이음 보강 철물) 등도 구조부재 간의 결속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보완책으로 사용된다.

우리 건축물에서는 여러 부재의 사용을 통해 공간을 구축해간다. 기둥이나 대들보같이 육중한 부재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부재도 있다. 그 예로 적심목이 있는데, 이것은 서까래 상부위에 위치하여 기와곡을 잡는데 바탕이 되는 부재이다. 어찌 보면 적심목은 부재라기보다는 사용하지 못하는 나무피죽 정도로 인식한다. 기와곡을 잡는 바탕면이 되기도 하나 수직하중 및 수평력 등 각종 외력으로부터 구조성능을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결구를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한 예로, 목수의 손과 부석사 무량수전 정면 창호 수리부분의 결구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글을 너무 어렵게 설명했다는 것을.

 

글. 윤정훈(대목,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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