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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설명

제목
[궁궐의 현판과 주련-창덕궁_주합루 권역 1]
등록일
2010-10-04
주관부서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005






8. 주합루宙合樓 권역

 






8-h-1 주합루宙合樓

 

위치와 연혁 : 2층으로 된 건물인데, 원래 1층은 왕실 도서를 보관하는 도서관으로 규장각이라고 하였고 2층은 열람실로서 주합루라고 하였다. 나중에는 규장각이 인정전 서쪽 현재의 위치로 옮겨갔기 때문에 지금은 이 건물 전체를 주합루라고 부른다. 주합루는 1776년 정조가 즉위한 해에 건립되었는데 이 곳에는 정조가 지은 어제, 어필, 어진(御眞: 임금의 초상화), 인장 등을 보관하였다. 『동국여지비고』에서는 주합루를 규장각의 정실(正室)이라고 하였다.

이 권역 일대의 경치를 일컫는 ‘규장각 팔경(八景)’이 있는데, 봉모운한(奉謨雲漢:봉모당의 높은 하늘), 서향하월(書香荷月: 서향각의 연꽃과 달), 규장시사(奎章試士: 규장각에서의 선비들 시험), 불운관덕(拂雲觀德: 불운정의 활쏘기), 개유매설(皆有梅雪: 개유와의 매화와 눈), 농훈풍국(弄薰楓菊: 농훈각의 단풍과국화), 희우소광(喜雨韶光: 희우정의 봄빛), 관풍추사(觀?秋事: 관풍각의 가을걷이)가 그것이다. 이덕무가 「규장각팔경시」를 지은 바 있다.



 

뜻풀이 : ‘주합(宙合)’은 글자대로는 ‘우주와 합일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관자(管子)』에서 유래한 말로서 구체적으로는 ‘위로는 하늘 위에까지 통하고 아래로는 땅 아래에까지 도달하고 밖으로 사해(四海) 밖에까지 나아가며 천지를 포괄하여서는 하나의 꾸러미가 되며 흩어져서는 틈이 없는 데까지 이른다.’는 뜻이다. 『관자』 「주합편(宙合篇)」에서는 “천지는 만물의 풀무이다. 주합은 천지를 풀무질하고 천지는 만물을 감싸주기 때문에 만물의 풀무라 한다. 주합의 뜻은 위로는 하늘 위에까지 통하고 아래로는 땅 아래에까지 도달하고 밖으로 사해 밖에까지 나아가며 천지를 포괄하여 하나의 꾸러미가 되며 흩어져서는 틈이 없는 데까지 이른다는 것이다.”<원전 1>라고 하였다.

이덕무는 「앙엽기(?葉記)」에서 『관자』의 위 글을 인용하면서 ‘주합’의 뜻을 풀이하기를, “상하사방(上下四方)을 주(宙)라고 한다. 육합(六合)이란 뜻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원전 2>라고 하였다.



 

제작 정보 : 현판은 행서체로 쓴 정조의 친필이다.

경희궁(慶熙宮)에도 ‘주합루(宙合樓)’라는 같은 이름의 건물이 있었다. 『홍재전서』 「춘저록(春邸錄)·경희궁지(慶熙宮志)」에서는 “존현각(尊賢閣)이 있는데, 역대 왕들이 세자로 있을 때에 강독(講讀)하던 집이었으나 뒤에 폐했다. 금상(今上) 경진년에 이 각으로 이어(移御)하시고 나에게 명하여 이 각에서 글을 읽게 하였다. 이 각의 위에는 주합루와 관문루(觀文樓), 두 개의 누(樓)가 있다.”라고 하였다.

『궁궐지』 「경희궁」 조에도 “주합루는 흥정당 남쪽에 있다(宙合樓在興政堂南)”라고 하였다. 다만 『동국여지비고』에서는 “흥정당(興政堂) 동쪽에 석음각(惜陰閣)·존현각의 두 각이 있고, 각 위에는 주합루·관문루 두 누가 있다.”라고 하여 방향이 다르게 나와 있다.






8-h-2 영화당暎花堂

 

위치와 연혁 : 영화당은 부용지 동쪽에 있는 건물이다. 「궁궐지」에는 언제 지어졌는지 알 수 없다고 하였으나 『광해군일기(光海君日記)』에 이 영화당을 짓는일을 논의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광해군 때 처음 지어진 것으로 볼 수있다. 지금의 건물은 1692(숙종 18)년에 재건한 것이다. 이 건물의 앞쪽 마당은‘춘당대(春塘臺)’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 곳에서 왕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과거시험이 실시되었다. ‘영화시사(暎花試士)’는 후원의 뛰어난 열 가지 경치를 이르는 상림십경(上林十景) 중의 하나이다. 상림십경의 열 가지는 각각 관풍춘경(觀?春耕: 관풍각에서의 봄갈이), 망춘문앵(望春聞鶯: 망춘정에서 꾀꼬리 소리듣기), 천향춘만(天香春晩: 천향각의 늦봄 경치), 어수범주(魚水泛舟: 어수당),소요유상(逍遙流觴: 소요정 물굽이에서 술잔 띄우고 마시기), 희우상련(喜雨賞蓮: 희우정에서의 연꽃 구경), 청심제월(淸心霽月: 청심정에서 보는 개인 날의 맑은 달), 관덕풍림(觀德楓林: 관덕정의 단풍), 영화시사(영화당 앞에서 시험 보는 선비들), 능허모설(凌虛暮雪: 능허정의 저녁 눈)이다. 정조가 상림십경을 읊은 칠언 절구가 『홍재전서』에 전한다.

고전 소설 「춘향전(春香傳)」에서 이몽룡이 과거 급제할 때 시험 본 장소도 이곳 춘당대이며 이 때 글제가 ‘춘당춘색고금동(春塘春色古今同)’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은 마당 앞쪽에 창경궁과 경계를 나누는 담장이 둘러쳐 있는데 원래는 창경궁과 경계가 없이 터져 있었으므로 창경궁의 춘당지(春塘池)가 춘당대와 하나의 공간을 형성하였다.

영화당은 왕과 신하들이 연회를 베풀거나 활을 쏘기도 한 정원이었는데, 정조때부터 과거 시험장으로 이용하였다. 영화당에서는 왕이 참석한 가운데 시관(試官)이 자리하여 시제를 내리고, 춘당대에서 초시(初試)에 합격한 응시자들이 마지막 시험을 보았다.

『궁궐지』에 의하면 영화당 건물 안에는 선조, 효종, 현종, 숙종의 편액이 걸려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남아 있지 않고 영조의 친필인 ‘暎花堂(영화당)’ 현판만 남아 있다. 갑술년(甲戌年)에 썼다고 되어 있으니 1754(영조 30)년에 쓴 것이다.



 

뜻풀이 : ‘영화(暎花)’는 ‘꽃과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주변에 꽃이 많이 피어서 풍광이 아름답다는 의미를 취한 것이다. ‘暎(영)’자는 ‘비치다’는 뜻이지만 시에서는 어우러진다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제작 정보 : 현판의 우측 상단에는 임금의 친필이라는 뜻으로 ‘御筆(어필)’이라고 작은 글씨로 쓰여 있으며 좌측 하단에는 글씨를 쓴 해의 간지인 ‘甲戌(갑술)’이 쓰여 있다.‘暎(영)’은 ‘映(영)’의 속자여서 통용되었으며 왕조실록이나 개인 문집 등에는‘映花堂(영화당)’으로 기록된 빈도 수가 훨씬 많다.






8-h-3 어수문魚水門

 

위치와 연혁 : 주합루의 남쪽 정문이다. 임금이 드나드는 중앙의 큰 문과 신하가 드나드는 좌우의 작은 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조 때 세워졌다고 알려져 있으나 어수문 뒤에 있는 주합루의 뒤편 언덕 너머에 어수당(魚水堂)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어수당을 세울 때 같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한경지략』에서는 어수당을 효종 때 창건했으며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1689년)을 인견(引見)하여 ‘어수(魚水)’의 뜻을 되살렸다고 했다.<원전 3> 그러나 『광해군일기』나『인조실록』에도 어수당이 나오므로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원전 4>



 

뜻풀이 : ‘어수(魚水)’는 ‘임금과 신하가 물과 물고기처럼 서로 긴밀히 의기투합한다’는 뜻이다. ‘수어(水魚)’라고도 하는데 『삼국지(三國志)』에서 유비가 자신과 제갈량(諸葛亮, 181~234년) 1)의 관계를 물고기와 물에 비유한 데서 유래하였다. 『삼국지』 「촉지·제갈량전(蜀志·諸葛亮傳)」에 보면 유비가 제갈량을 등용한 후 나날이 가까워지자 그 전에 도원결의를 맺었던 관우와 장비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불만의 소리를 하였다. 이에 유비는 “나에게 공명(孔明)이 있는 것은 물고기에게 물이 있는 것과 같다. 바라건대 그대들은 다시 말을 말라.”<원전 5>라고 하였다. 매우 친밀한 친구 사이를 ‘수어지교(水魚之交)’라고 하는 고사도 여기에서 생겨났다.






8-h-4 부용정芙蓉亭

위치와 연혁 :
주합루 남쪽 부용지 가에 있는 정자이다. 『궁궐지』에는 “예전(숙종 33년)에 지은 택수재(澤水齋)를 정조가 고쳐지으면서 부용정으로 개명하였다.”<원전 6>고 하였다. 『동국여지비고』에 “주합루 남쪽 연못가에 있다. 연못 안에 채색하고 비단 돛을 단 배가 있어, 정조 임금께서 꽃을 감상하고 고기를 낚던곳이다.”<원전 7>라고 하였다.



 

뜻풀이 : ‘부용(芙蓉)’이란 ‘연꽃’을 가리킨다. 이 연못에 연꽃이 무성하고 본래이름이 연지(蓮池)였으므로 비슷한 이름으로 고친 것이다. 부용에 대한 이설이 많은데, 『이아(爾雅)』2)에서는 “연꽃을 함담(??), 열매를 연(蓮), 뿌리를 우(藕)라고 하였다. 육조 시대의 학자 곽박(郭璞, 276~324년)은 강동(江東) 사람들이 연꽃을 부용이라 부르고, 북방 사람들은 우(藕)를 하(荷)라고 부르며 연(蓮)을 하(荷)로 부른다고 하였다. 후한의 학자 허신(許愼, 30~124년)은 피지 않은 것을 함담(??)이라 하고 이미 핀 것을 부용이라 한다.”<원전 8>고 하였다.






8-j-4 부용정芙蓉亭의 주련


 

뜻풀이 :

(1) 千叢艶色霞流彩(천총염색하류채)

천 포기 고운 빛깔은 아름답게 흐르는 노을이요,

(2) 十里淸香麝裂臍(십리청향사열제)

십리에 맑은 향은 배꼽 열린 사향일세.

 

수없이 많은 떨기를 이루고 있는 부용정 연꽃들의 고운 빛깔을 저녁놀이 아름답게 흐르는 모습으로 비유하고, 멀리까지 퍼져가는 맑은 향을 마치 사향노루가 배꼽을 터뜨려 향이 풍겨 나오는 듯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사향노루의 배꼽에 사향선(麝香腺)이 있어 여기서 사향이 생성된다.


 

(3) ?苑列仙張翠蓋(낭원열선장취개)

낭원(?苑)의 여러 신선들이 푸른 일산을 펼친 듯,

(4) 大羅千佛擁香城(대라천불옹향성)

대라(大羅)의 일천 부처가 향성(香城)을 옹위한 듯.

 

부용정을 신선과 부처가 사는 신비의 공간으로 미화하여 부용지의 연잎을 신선들이 펼쳐 든 푸른 일산으로 비유하였고, 연꽃을 여러 부처로 비유하고 부용지 가운데의 섬을 불국(佛國), 또는 신선의 세계라는 향성으로 비유하여 수많은 연꽃들이 섬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형용하였다.

낭원은 낭풍전(?風?)의 동산이라는 뜻이다. 낭풍전은 곤륜산의 꼭대기로, 신선이 산다는 곳이다. 대라는 대라천(大羅天)의 준말로, 신선이 산다는 하늘의 이름이다. 모두 선계를 표현하는 말들이다.



 

(5) 翠丹交暎臨明鏡(취단교영임명경)

푸르고 붉은 빛이 어우러져 거울같이 맑은 물에 임하고,

(6) 花葉俱香透?簾(화엽구향투화렴)

꽃과 잎 모두 향기로운 채 고운 발에 스며드네.

 

푸른 연잎과 붉은 연꽃이 서로 어우러진 채 거울같이 맑은 연못 물에 가까이 비쳐 있는 모습과, 향기로운 연꽃과 연잎이 그림 장식한 발 틈 사이로 비쳐 보이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7) 晴?三千宮?醉(청악삼천궁검취)

말간 꽃잎은 삼천 궁녀의 취한 듯한 볼이요,

(8) 雨荷五百佛珠圓(우하오백불주원)

연잎에 맺힌 빗방울은 오백 나한의 둥근 염주로다.

 

맑고 곱게 핀 연꽃을 삼천 궁녀의 취한 듯 발그레한 뺨에 비유하고, 연잎에 맺힌 동그란 빗방울을 오백 나한이 들고 있는 염주 알에 비유하였다.

 

 

(9) 龜戱魚遊秋水裏(귀희어유추수리)

가을 물 속에서 거북이 놀고 물고기 헤엄치는데,

(10) 露繁風善早凉時(노번풍선조량시)

초가을 서늘한 때 이슬 짙고 바람 좋도다.

 

가을을 맞은 부용지 안에서 거북이와 물고기가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며 노는 광경과, 짙은 이슬이 내리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서늘한 날씨가 일찍 찾아온 부용정 주변의 풍광을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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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갈량은 삼국시대 촉나라의 승상. 자(字)인 공명(孔明)으로 더욱 유명하다. 유비와 손을 잡고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촉의 승상을 맡았다.

2) 『이아』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훈고학서. 문자의 뜻을 고증,설명한 일종의 유의어 사전이다.

 

 

<원전 1> 『관자』 「주합」 편, “天地, 萬物之?也.宙合有?天地, 天地?萬物, 故曰萬物之?. 宙合之意, 上通于天之上, 下泉于地之下, 外出于四海之外, 合絡天地以爲一?, 散之至于無間.”

<원전 2> 이덕무,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권55 「앙엽기」, “上下四方曰宙, 六合之義, 盖出於此.”

<원전 3> 『한경지략』 「昌慶宮」, “魚水堂…在春塘臺不老門內, 此門則?石爲之, 篆書額. 孝宗朝?建, 每引見宋尤庵于此堂, 以魚水, 寓君臣相得之意.”

<원전 4> 『광해군일기(光海君日記)』 11년 11월 4일(癸未), “慶德宮未及畢造者, 只魚水堂例別堂及月廊, 行廊, 行閣等級也.”; 『인조실록』 12년 9월 9일(壬戌), “上置酒魚水堂, 只命世子從焉. 丁卯之變, 魚水堂頹落殆盡, 上移御之後, 卽命修葺.”

<원전 5> “於是與亮情好日密.關羽\張飛等不悅, 先主解之曰, 孤之有孔明, 猶魚之有水也, 願諸君勿復言.”

<원전 6> 『궁궐지』, “芙蓉亭, 在宙合樓南蓮池之上, 舊澤水齋, 正宗朝改建而改名.”

<원전 7> 『동국여지비고』, “在宙合樓南池邊, 池中有彩舟錦帆, 正宗朝, 賞花釣魚之所.”

<원전 8>계본(季本), 『시설해이자의(詩說解?字義)』 권4, 「澤陂」, “爾雅曰 荷芙渠 其華??, 其實蓮, 其根藕. 郭璞曰 江東人呼荷華爲芙蓉, 北方人便以藕爲荷, 亦以蓮爲荷. 許愼曰 未發爲??, 已發爲芙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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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궁궐의 현판과 주련 2] 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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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_문화재청 대변인실 (042-481-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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