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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설명

제목
[궁궐의 현판과 주련-경복궁_근정전 행각의 주련]
등록일
2010-02-22
주관부서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2386





 3-j-4 근정전 행각의 주련



위치와 연혁 :
근정전의 정문인 근정문의 동쪽 행각이다. 이 곳의 기둥에 열 세개의 주련이 걸려 있다.

뜻풀이 :

(1) 立愛敦親 敎民以睦(입애돈친 교민이목)

사랑을 확립하고 친족끼리 돈독함으로써 백성들을 화목하게 하고,

(2) 好學樂善 爲世所宗(호학낙선 위세소종)

배움을 좋아하고 선을 즐김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받드는 바가 된다.
 

군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사랑, 화목, 배움, 선을 내세워 이것이 참다운 정치의 요체임을 강조했다.


(3) 序昭六親 殷道隆盛(서소육친 은도융성)

질서가 육친(六親) 1)에 밝으니 은나라의 도가 융성하고,

(4) 德推九睦 治堯??(덕추구목 치요협화)

덕이 구족(九族) 2)에 미치니 요 임금의 정치가 화목하도다.
 


 

임금으로서 정치의 요체는 친족이 화목하도록 만드는 데 있음을 밝혔다. 친족부터 질서가 있고 친해야 나라가 융성하고 정치가 잘 이루어져 화목한 세상이 된다는 뜻이다. ‘구목(九睦)’은 구족과 친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이 말은 『주례(周禮)』 「지관(地官)·대사도(大司徒)」에서 육행(六行) 3)의 하나로 드는 ‘목(睦)’과 관련이 있다. 송나라의 정현이 “목은 구족과 친하게 지낸다는 뜻이다(睦, 親於九族)”고 푼 데서 ‘구목’이라는 표현이 만들어졌다. 『서경』 「요전」에는 “능히 큰 덕을 밝혀 구족을 친히 하시니 구족이 이미 화목하거늘, 백성을 고루 밝히시니 백성이 덕을 밝히며, 만방을 합하여 고르게 하시니 백성들이 아! 이에 화하였도다.”<원전 1>라는 대목이 나온다. 공영달은 이 구절에 대한 소(疏)에서“능히 구족으로 하여금 돈독하고 화목하게 하니 백성들이 밝게 드러나고 만방이 화목하게 되었다”<원전 2>라고 했다. ‘?(협)’은 ‘協(협)’과 같은 자이고 ‘?(화)’는 ‘和(화)’의 옛 글자이다.


          <1>                     <2>                    <3>                     <4>


제작 정보
: 1957년에 구황실재산사무총국(舊皇室財産事務總局)에서 조사해 기록한 『각궁주련조서(各宮柱聯調書)』
4)에는 (3)과 (4)의 순서가 바뀌어 있다.


         <5>                     <6>                     <7>                    <8>

뜻풀이 :

(5) 列卿尙書 落花底春酒(열경상서 낙화저춘주)

구경(九卿) 5)과 상서(尙書)들은 떨어지는 꽃 아래에서 봄 술을 마시고,

(6) 王孫公子 芳樹下淸歌(왕손공자 방수하청가)

왕손과 공자들은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서 청아한 노래를 부르도다.

 

여러 고관들과 귀족의 자제들이 아름다운 봄 경치를 즐기며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이는 그저 풍류를 즐기고 논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나라가 태평하여 근심 걱정이 없음을 뜻한다. 열경(列卿)은 구경과 같은 말이고, 왕손(王孫)과 공자(公子)는 왕자와 귀족의 자제를 가리킨다.

특히 뒤의 구절은 당나라 시인 유희이(劉希夷, 651~679년)의 시 「대비백두옹(代悲白頭翁 : 백발을 슬퍼하는 노인을 대신하여)」 가운데 “왕손과 공자들은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서 맑은 노래 멋진 춤을 지는 꽃 앞에서 즐겼네” <원전 3>라는 구절을 응용한 표현이다. 6)

 

(7) ?禦宗邦 維城維翰(한어종방 유성유한)

나라를 막고 지키는 것은 성(城)과 중신(重臣)이며,

(8) 夾介王室 之屛之藩(협개왕실 지병지번)

왕실을 감싸 보호하는 것은 병(屛)과 번(藩)이로다.

 

튼튼한 성과 믿음직한 주석지신(柱石之臣) 7)이 나라를 지키는 요체이며, 주변의 제후국들이 천자의 나라를 외곽에서 잘 모시고 돕는다는 뜻이다.

‘한(翰)’은 ‘간(幹:줄기)’의 뜻으로 쓰였으며 국가의 기둥이 되는 주석지신·동량지신(棟樑之臣)을 뜻한다. 병(屛:병풍)과 번(藩:울타리)은 병풍과 울타리처럼 천자국을 보호하는 주변의 여러 제후국을 가리킨다.

이 한 쌍의 주련은 『시경』의 「대아(大雅)^판(板)」 편에서 “덕이 큰 사람은 나라의 울타리이며, 많은 무리는 나라의 담장이며, 강한 제후국은 나라의 병풍이며,강한 종족은 나라의 기둥이며, 덕을 품은 자는 나라를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며,왕실 종친은 나라의 성이니, 성이 무너지게 하지 말고 혼자되어 두려워지게 만들지 말라.” <원전 4>라고 한 구절을 응용한 표현이다. 이 작품은 중국 서주(西周)말기에 충신인 범백(凡伯)이 폭군인 여왕(?王, ?~기원전 828년)의 폭정을 걱정하며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인용한 구절에서 앞에 든 여섯 가지는 모두 군주가 믿고 기대어 편안할 수 있는 것인데 덕이 그 근본임을 말한 것이다.



         <9>                    <10>                   <11>                   <12>
 

(9) 休戚與同 忠愛?篤(휴척여동 충애미독)

기쁨과 슬픔을 더불어 함께하면 충성심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돈독해지며,

(10) 恬嬉是戒 文武俱全(염희시계 문무구전)

편하게 놀고 즐기는 것을 경계하면 문(文)과 무(武)가 두루 온전해진다.

 

임금과 신하가 국가를 올바로 경영하는 데 갖추어야 할 덕목을 설명했다.

‘휴척(休戚)’은 ‘휴척(休慽)’과 같으며 ‘기쁜 일과 슬픈 일’이라는 뜻이고, ‘미(?)’는 ‘더욱’이라는 뜻이다. ‘

염희(恬嬉)’는 ‘편하게 놀고 즐긴다’는 뜻으로 출전은 당나라 한유(韓愈, 768~824년)의 「평회서비(平淮西碑)」8)이다.

그 글에서는 ‘문염무희(文恬武嬉)’로 쓰여서 ‘재상이나 장수들이 문인으로서 편안히 지내고 무인으로서 즐기기만 하였다’고 해서 문무 대신들의 안일함을 질책하였다. <원전 5>
 
 
 

뜻풀이 :

(11) 天漢殿高 孰不欽敬(천한전고 숙불흠경)

천한전(天漢殿) 드높으니 그 누가 공경하지 않으리요.

(12) 春秋門近 地是淸要(춘추문근 지시청요)

춘추문(春秋門) 가까우니 청요(淸要) 9)의 자리로다.

 

드높은 전각이 있는 궁궐의 위엄 있는 모습과 청환직(淸宦職)의 중요한 관리들을 칭송한 구절이다. 앞 구절에서 천한전(天漢殿)은 임금의 상징이다. 천한전은 중국에서는 쓰인 바가 없고, 우리 나라에서만 보이는 전각 이름이다. 1865(고종 2)년 무렵 편찬된 『동국여지비고(東國輿地備考)』10)에서 종친부(宗親府) 안에 철종(哲宗1831~1863년)의 어용(御容)을 봉안하던 전각으로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는 실제의 전각 이름이라기보다는 임금이 거처하는 전각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춘추문(春秋門)은 청요직의 신하들이 근무하는 곳에 가까이 있는 궁문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문헌상에서 찾을 수 없어 실재한문으로 보기 어렵다. ‘춘추관(春秋館)의 문’이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청요직’에 비추어 보면 춘추관으로 한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3>
 

(13) 完矣美矣 公子謂善居(완의미의 공자위선거)

완전하고 아름다움은 공자 형(荊)의 훌륭한 살림살이를 얘기하는 것이라네.

 

『논어(論語)』 「자로(子路)」 편에 위(衛)나라 공자(公子) 형(荊)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께서 위나라 공자 형을 두고 말씀하시기를, ‘그는 집에 거처함을 잘 하였도다. 처음에 살림살이를 마련하고서는 ‘이만하면 그런대로 모아졌다’고 하였고, 다소 갖추고 나서는 ‘이만하면 그런대로 완비되었다’고 하였고, 부유하게 갖추어서는 ‘이만하면 그런대로 아름답다’고 하였다.’라고 하셨다.”<원전 6>이주련은 이 구절을 응용한 표현이다. 공자(孔子)는 위나라 공자(公子) 형이 욕심이 없고 소박한 생활을 지향한 점을 칭찬하여 당시 권문세가들의 탐욕과 사치를 경계하게 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한 짝이 없어서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제작 정보 : 나머지 주련들이 모두 대련(對聯)으로 되어 있는데 이 구절만 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분실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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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육친은 육척(六戚)이라고도 하며 부·모·형·제·처·자를 이른다.

2) 구족의 뜻에는 몇가지 설이 있으나 보통 본인을 중심으로 9대에 걸친 직계(直系)친족으로 본다. 즉, 고조부모·증조부모·조부모·부모·본인·아들·손자·증손·현손(玄孫)이다.( 『서경』 「요전」,“克明俊德, 以親九族”에 대한 재침의 주석.)

3) 「지관·대사도」에서 든 육행은 효(孝)·우(友)·목(睦)·인(?)·임(任)·휼(恤)이다.

4) 장서각 소장으로 내제(內題)는‘각궁전정(各宮殿亭)의 주련(柱聯)’이다.

5) 구경은 아홉사람의 대신(大臣)이라는 뜻이다. 시대별로 명칭이 달랐으나 후대에는 주로 삼공(三公)에 버금가는 고관들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6) 이 시는 『고문진보(古文眞寶)』 등 일부 문헌에는 당나라 초기 시인 송지문(宋之問, 약 656~712년?)의 「유소사(有所思)」라는 작품으로 실려있다. 유희이는 송지문의 사위다.

7) 국가의 주춧돌이 되는, 중요한구실을 하는 신하를 일컫는다.
8) 평회서비는 당나라 헌종때 회서 지방의 반란을 평정한 기념으로 세운비로, 당대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이던 한유가 비문을 썼다.

9) 청요직은 지위가 높고 중요한 벼슬, 특히 조선 시대 청환(淸宦)과 요직(要職)을 가리킨다. 청환은 학식과 문벌이 높은 사람에게만 시키던 벼슬로, 규장각·홍문관·예문관 등의 벼슬이다. 지위와 봉록은 낮으나 뒤에 고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10) 『동국여지비고』는 서울을 중심으로 만든 지지(地誌). 작자와 연대는 미상이나 내용으로 보아 1865년 이후 편찬된 것으로 추측된다. 1권은 경도(京都), 2권은 한성부(漢城府)의 지리, 제도, 인문 사항을 다루었다.
 
<원전 1> 『서경』 「요전」, “克明俊德, 以親九族, 九族旣睦, 平章百姓, 百姓昭明, 協和萬邦,黎民 於變時雍.”

<원전 2> 위 구절에 대한 공영달의 소, “能使九族敦睦, 百姓顯明, 萬邦和睦.”

<원전 3> 유희이, 「대비백두옹」, “(전략)…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寄言全盛紅顔子 應憐半死白頭翁 此翁白頭眞可憐 伊昔紅顔美少年 公子王孫芳樹下 淸歌妙舞落花前…(후략)”

<원전 4> 『시경』 「대아^판」 편, “价人維藩, 大師維垣, 大邦維屛, 大宗維翰, 懷德維寧, 宗子維城, 無?城壞, 無獨斯畏.”

<원전 5> 한유, 「평회서비」, “相臣將臣, 文恬武嬉, 習熟見聞, 以爲當然.”

<원전 6> 『논어』 「자로」, “子謂衛公子荊, ‘善居室, 始有曰苟合矣, 少有曰苟完矣, 富有曰苟美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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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궁궐의 현판과 주련1] 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
* 이글의 저작권은 문화재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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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_문화재청 대변인실 (042-481-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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