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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키되 갇히지 않는 해금(奚琴) 새로움을 연주하다
작성일
2022-10-28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575

지키되 갇히지 않는 해금(奚琴) 새로움을 연주하다 해금 연주자 마혜령은 얼핏 보면 특별한 것 없는 현악기의 한 종류이지만 알수록 묘한 매력이 있는 악기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정해진 음계(音階) 자리가 없다는 것인데, 현의 어느 부분을 얼마나 눌러 약속된 음을 낼지는 오직 연주자의 몫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해금 연주로 주목받는 마혜령은 명확한 규칙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매력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주자이다. 전통 국악부터 실험적인 즉흥연주(卽興演奏)와 익숙한 현대음악까지 마혜령의 해금 연주에 한계는 없다.

전통악기로 현대음악을 만나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의 해금 연주자 마혜령은 금호영아티스트에 선발되며 첫 독주회 무대에 올랐다. 그는 대담하게도 처음 시도하는 현대 창작곡을 레퍼토리에 포함시켰는데 그 선택이 이후 음악 인생에 큰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대단한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교수님의 권유를 받았어요. 그 당시 국악계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던 현대 창작곡을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 시도한다는 것이 큰 도전이긴 했죠. 그런데 그 도전이 낯설면서도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 후로 현대 창작곡, 서양음악 등 새로운 시도에 점점 빠져들었어요.”


그동안 학교에서 배워 온 전통 국악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면서 그의 활동 영역은 나날이 넓어졌다. 그중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한국영화음악 페스티벌’은 마혜령이 ‘즉흥연주자’로 이름을 알린 출발점이었다.


“즉흥연주는 말 그대로 현장에서 받은 영감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연주예요. 즉흥연주를 하면서 전통 국악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연주법에 도전해 볼 기회가 많이 생겼죠. 한번은 사막을 표현하려고 가방에 있던 장구채를 활 대신 사용한 적도 있어요. 활로 문질러서는 낼 수 없는 모래알처럼 짧게 끊어지는 소리를 내려고 순간적으로 떠올린 건데, 생각대로 연주가 나오니 굉장히 뿌듯했죠.”


01.해금은 두 줄의 현 사이에 활총을 끼워 소리를 내는 전통 현악기이다. 하나의 악기로 거의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데 울림통이 작은 편이어서 주로 가늘고 높은 소리를 낸다. 02.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전시 연계 콘서트 ‘사유하는 극장-요즘 것들의 사유’에서 정악<상령산>을 해금 솔로로 연주하는 마혜령 연주자

바이올린처럼 활을 현에 마찰시키며 소리를 내는 해금은 국악에서 주로 음과 음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맡는다. 두드러지게 나서기보다 뒤에서 받쳐 주는 악기여서 큰 시선을 끌지는 않지만, 국악기 중 유일하게 모든 정악(正樂) 연주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악기이기도 하다. 반면 현대음악에서는 바이올린과 같이 주선율을 연주하며 전면에 나서는 악기가 된다. 해금이 바이올린을 비롯한 여느 현악기와 다른 점은 음계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두 개의 현 사이에 말총을 꼬아 만든 활총을 끼우고 문질러 소리를 내는데 현을 누르는 정도로 음을 표현한다.


그만큼 연주자의 역할이 큰 악기여서 여러 해금 연주자가 동시에 한 가지 음을 낼 때도 손의 위치는 모두 달라질 수 있다. 언뜻 애매하게 느껴지는 이런 특성은 해금이 몇 가지 음계 안에 갇히지 않고 다채로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혜령 연주자가 국악 이외의 장르를 연주하는 데 빠져든 데는 이처럼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해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현한다는 기쁨이 컸다.


03.‘사유하는 극장-요즘 것들의 사유’ 공연에서 첫선을 보인 마해령의 전자해금 04.1집 《Beautify》. <아리랑>, <고향의 봄>, <Danny Boy> 등의 친숙한 곡이 수록되어 있다.

틀을 깨는 연주로 한계를 지우다

“해금은 연주자의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는 악기예요. 그만큼 다양한 음색이 존재한다는 것이 해금의 매력이죠. 시도 할 수 있는 주법도 무척 다양해서 틀에 갇히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소리를 낼 수 있어요.”


끊임없이 자신만의 주법을 만들며 주목 받고 있지만 마혜령의 음악을 지탱하는 힘은 전통 국악에서 나온다. 그가 새로운 시도를 열심히 하는 만큼 국가무형문화재 종묘제례악 이수자이자 충주시립우륵국악단 단원으로서 전통음악을 계승하는 일에도 열심인 이유이다.


“부모님께 듣기로는 다섯 살 무렵 종묘제례악 공연을 본 후부터 해금을 배우고 싶어 했다고 해요. 그때의 기억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간절하게 해금을 연주하고 싶었던 것은 기억해요. 그 당시는 어린이 해금이 없어서 활을 잡을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죠. 처음 해금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지금까지도 생생할 정도로 강렬했어요. 평생 해금을 사랑해 온 저에게 전통음악 계승은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크로스오버 연주는 신나고 재미있어 늘 기대가 되지만 국악이 없다면 그 의미도 빛을 잃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부터 마혜령 연주자는 좀더 친근한 연주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해금으로 대중과 더 가까이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2016년 출시한 첫 정규 앨범《Beautify》와 싱글 앨범 는 때로 한숨 섞인 듯 아련하고 때로 휘어잡을 듯 힘차게 뻗어 나가는 해금의 매력적인 음색과 익숙한 곡으로 대중적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루프 스테이션(Loop station)과 이펙터(Effector)사용이 가능한 전자해금을 맞춤 제작해 다양한 사운드의 악기와 협연을 펼치며 다시 한번 해금의 한계를 넓히는 연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05.직접 제작에 참여한 전자해금을 들고 있는 마혜령 연주자. 앉아서 연주하는 전통 해금과 달리 스탠딩 연주가 가능하도록 제작해 더욱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가능하다.

“해금 연주자로서 아직 이루고 싶은 것, 시도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당연히 우리 전통음악을 온전히 계승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요. 새로운 주법도 계속 시도하려고 합니다. 첫 앨범 이후 공백이 길어졌던 만큼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2집 앨범이 곧 나올 예정이고, 언젠가 대형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어요. 무엇보다 이루고 싶은 꿈은 제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는 연주로 계속해서 해금의 한계를 넓히는 연주자가 되는 것입니다.”




글. 김수영 사진. 김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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