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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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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건져올린 타임캡슐(5) 신안선으로 본 고선박(서울신문, '21.5.17)
작성자
이보현
게재일
2021-05-17
주관부서
대변인실
조회수
277

[바다에서 건져올린 타임캡슐(5) (서울신문, '21.5.17) 


  

천연 냉장고 ‘갯벌의 힘’… 700년 전 침몰한 나무배 지켜냈다

신안선’으로 본 고선박 보존처리 과정

 

글/ 이보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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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수습·예비조사 - 1975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옛 선박이 발견되면서 한국 학계에는 수중고고학과 문화재보존과학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염분이 많은 바닷속에 오랫동안 있던 선박을 인양하고 보존하기까지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습한 선체가 건조돼 뒤틀리지 않도록 표면 처리를 하고 있다.

1975년 신안선이 발굴되고 대규모 유물이 나오자 국내외 언론사들이 대서특필했다. 모두가 이 엄청난 유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학계에는 새로운 학문이 생겨났다.

바로 ‘수중고고학’과 ‘문화재 보존과학’이다.

 

당시 수중고고학은 걸음마조차 어려운 시기였다.

문화재보존과학 역시 1971년 공주 무령왕릉을 시작으로 1973년 경주 천마총·황남대총, 1975년 안압지 발굴조사로 이어지면서 육상 발굴에서나마 조금씩 영역을 넓혀 가던 중이었다.

특히 안압지에서 통일신라시대 목선이 출토되면서 ‘수침 목재 보존 처리’가 막 시작되는 단계였다.

 

반면 수중에서 발굴한 신안선은 인양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길이 28.4m, 깊이 3.7m로 규모가 워낙 커서 당시 기술로는 배를 통째로 들어 올릴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선체 연결 부위마다 7~8㎝ 길이 철못이 박혀 있어 외판을 톱으로 해체해 인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중 발굴을 시작한 지 8년째인 1983년에서야 마지막 용골을 들어 올렸다. 수침목재 보존 처리 과정으로 신안선은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흔히들 뼈와 나무는 땅에서 쉽게 썩는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700년 전 바다에 빠진 나무배가 썩지 않고 그대로 출토된 건 이색적일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흔히들 갯벌이라 불리는 개흙이 선체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냉장고 역할을 해서다. 개흙이라는 머드팩 덕분에 700여년을 물속에서 온전히 살아온 셈이다.

 

갯벌 퇴적층은 무산소 환경이라는 특수조건을 만들어 준다.

이에 따라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피해 인자를 막아 준다. 반면 갯벌에 노출된 부분은 쉽게 부식하거나 바다 해충들의 먹잇감이 돼 훼손되거나 파손되기 쉽다.

 

고선박은 ‘수습→예비조사(수종 분석, 엑스레이 촬영 등)→탈염 처리→강화 처리→건조→복원’ 순으로 보존 처리한다. 수습한 선체는 표면이 건조되지 않도록 바로 포장을 한다. 이때부터 탈염장까지 옮기는 시간이 보존 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다.

목재는 표면 건조 탓에 한번 뒤틀리면 아무리 처리를 잘해도 원형을 되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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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수습·예비조사 - 1975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옛 선박이 발견되면서 한국 학계에는 수중고고학과 문화재보존과학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염분이 많은 바닷속에 오랫동안 있던 선박을 인양하고 보존하기까지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습한 선체가 건조돼 뒤틀리지 않도록 표면 처리를 하고, 엑스레이(사진)로 목재 상태를 조사한다.

연구자들은 보존 처리 과정에서 다양한 과학적 조사를 진행한다.

보존과학자는 예비조사에서 엑스레이나 현미경을 들여다보면서 목재가 약골인지를 밝혀 나간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손으로 누르면 마치 물먹은 스펀지처럼 표면이 눌리고 물을 뱉어 낸다. 나무의 주성분인 셀룰로스와 헤미셀룰로스가 분해되고, 내부가 물로 가득 차 포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를 보존과학에서는 ‘수침 고목재’라고 한다.

    


3.jpg ▲ ② 탈염 처리 - 탈염처리장에서는 ‘소금에 절여진’ 고선박 선체 조각들을 삼투압 원리를 이용해 서서히 소금을 빼낸다.

탈염 처리는 유물의 염(Cl-), 즉 소금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바다나 육지나 갯벌이나 토양이나 염은 존재한다. 매장 환경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물의 염(鹽)은 암(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바다에서 나온 나무는 소금(NaCl)에 절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나무 속 소금기를 빼는 탈염 처리를 하는데, 삼투압 원리로 물속에 담가 염이온을 서서히 뱉어 내게 한다. 처음엔 한 달 주기로 교체하다

어느 정도 지나면 3~4개월 주기로 늘리면서 선체의 표면 세척도 함께 진행한다.

수돗물 염농도와 배출된 용액의 염농도가 같아지면 탈염을 종료한다.  


4.jpg ▲ ② 탈염 처리 - 중국에서 만든 신안선에는 철못이 이용돼 철산화물을 제거하는 화학 세척도 진행했다.

우리나라 전통 배는 철못을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중국의 신안선은 철못 탓에 부식 피해가 심각했다. 철못에서 생성된 철산화물을 제거하고자 화학적 세척을 진행했다.

2%의 ‘EDTA-2Na’에 7일간 담가 둔다. 잔류 약품을 제거하기 위해 또다시 물에 담그기를 반복하면서 산성 농도가 안정되면 비로소 본격적인 강화 처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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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 강화 처리 - 목재 안을 채운 물을 다른 고분자물질로 바꿔 목재 내부를 단단하게 하는 강화 처리에는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 약품을 쓴다. 천천히 약품을 침투시키는 작업이라 짧아야 4개월이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다.


강화 처리는 목재 세포 내에 채워진 물을 다른 고분자물질로 서서히 바꿔 목재 내부를 단단하게 하고, 그 외형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수침 목재는 물에서 나와 다시 물에서 처리된 뒤 최종 단계에서는 물 밖에서 건조한다.

 

처리에 사용하는 약품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이에 따라 처리 방법 또한 달라진다. 그중 폴리에틸렌 글라이콜(PEG)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며, 저농도인 5%에서 고농도인 70%가 될 때까지 서서히 침투시킨다.

한 번에 투입되는 약품의 양도 약 1000㎏에 달하기 때문에 이 기간이 짧게는 4~6개월이나 걸린다.

 

마지막으로 건조를 위해 밖으로 나온 목재는 서서히 수분을 조절하며 상온의 습도에 이르게 하는데, 이 또한 몇 년씩 걸린다.

신안선에서 출토된 선체 편이 720여편에 이르니 보존 처리 기간만 20년, 선박 복원까지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보존 처리를 위해 갖춰야 할 장비도 다양하다.

약품의 용해 온도인 40~45℃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대형 항온수조와 보일러, 수조 내 용액을 순환시키기 위한 순환펌프, 무거운 선체를 들어 올리는 호이스트, 목재 내부의 약품 침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중량계 등 고가 설비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선체 건조를 위한 초대형 진공 동결건조기까지 등장했다.

그래서 수침 목재 강화처리실은 가운을 입고 유물을 처리하는 실험실 분위기가 아니라 마치 산업 현장을 방불케 한다.

 

1981년 신안선 목재 보존 처리를 위해 갖춘 시설은 목포 해양유물보존처리장이 됐다.

지금은 국내 유일의 대형 수침 목재 보존 처리 시설을 갖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발전했다.

 

수침 목재 보존 처리 전문가들 중에는 대학이나 대학원의 목재 관련 전공자들이 많다. 나무의 성질은 물론 수종 분석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미경을 통한 해부학적 분석을 통해 수종과 분해 정도를 확인하고, 어떤 해양 천공동물과 세균의 피해를 받았는지 진단한 후 알맞은 약제와 처리 방법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안선은 대부분 중국에서 자라는 소나무인 마미송이었다.

신안선이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단서였다.

그리고 나무의 나이테로 생장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나이테가 50개 이상 남아 있는 경우 간격과 패턴을 이용한 ‘연륜연대측정법’을 쓴다.

만약 나무껍질이 남아 있다면 벌목 시기까지 알 수 있다. 요즘은 소량의 나뭇조각이라도 연대 오차 범위가 적고 더 정확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과 산소연대측정법을 이용한다.

 

선체에서 출수된 목간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잘라 먹으로 글을 쓴 문서다. 주로 대형 선박 화물 운송에 쓰이는데, 배에서 출토된 목간 대부분은 택배 운송장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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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유물기록카드 작성 - 수습부터 예비조사, 탈염, 강화, 건조, 복원까지 전 과정은 유물기록카드에 적힌다. 조각 크기를 재고(사진), PEG 약품의 농도를 맞춘 일정과 재질, 상태를 세세하게 적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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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④ 유물기록카드 작성 - 수습부터 예비조사, 탈염, 강화, 건조, 복원까지 전 과정은 유물기록카드에 적힌다. 조각 크기를 재고, PEG 약품의 농도를 맞춘 일정(사진)과 재질, 상태를 세세하게 적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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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 유물기록카드 작성 - 수습부터 예비조사, 탈염, 강화, 건조, 복원까지 전 과정은 유물기록카드에 적힌다. 조각 크기를 재고, PEG 약품의 농도를 맞춘 일정과 재질, 상태(사진)를 세세하게 적어 놨다.

판독을 위해 적외선 촬영을 하는데, 가시광선으로 보이지 않아도 파장이 긴 적외선을 쬐면 숨겨진 글씨가 나타나기도 한다.

신안선에서는 ‘지치삼년’(至治三年)이라고 적힌 목간이 발견됐다.

선박의 출항 시기가 1323년이었음을 알 수 있었고, 도교 도후쿠지와 후쿠오카의 조자쿠앙이 기록된 목간으로 화물의 목적지가 일본이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신안선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고선박은 14척에 이른다.

갯벌 속에서 아직도 인양을 기다리는 선박도 4척이나 있다. 국내에서 시설 규모가 제일 크다 해도 배 한 척만 들어가면 다음 배는 탈염장에서 기다리기 때문에 부지, 시설, 인력, 장비,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40년간 수침 목재 보존 처리 기술력을 담은 ‘해양 출수유물 보존 처리 지침서’를 발간했다.

스웨덴, 독일, 영국, 중국, 일본 등 해외 고선박 보존 처리 연구진들과 학술적 교류를 하고 있다.

신안선과 고선박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방문하면 된다. 많은 자료는 물론이거니와 복원한 고선박을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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