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전통 어로방식을 보여주는 어업문화경관’ 명승 제71호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작성일
2012-08-14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5996



우리 선조들이 고안해 낸 전통 어로행위, 죽방렴
죽방렴竹防簾은 고정식 어업방식 중의 하나다. 물이 들고나는 물목이나 바닷가에는 죽방렴을 설치하기도 하고, 독살을 설치하기도 한다. 독살이나 죽방렴은 모두 고정식 그물이라 할 수 있다. 독살은 길게 돌을 쌓아 밀물 때 잠겼던 돌 그물 안에 갇힌 고기를 물이 빠진 후에 잡는 어업방식이며, 죽방렴은 물목에 V자형으로 참나무 말목을 박고 대나무를 발처럼 엮어 세워, 물이 빠진 후 갇힌 고기를 잡는 고기잡이 방식을 말한다.

남해군은 한반도 남쪽 연안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해군의 많은 섬 중에서 그 크기가 첫째, 둘째에 해당하는 섬은 남해도와 창선도인데, 두 섬 사이의 바다는 매우 좁다. 좁은 물목의 이 바다가 바로 지족해협이다. 바다가 좁아서 간만의 차이에 의해 들고나는 이 바다의 물살은 매우 빠르다. 지족해협에는 현재 남해도와 창선도를 연결하는 창선대교가 놓여있는데, 이 다리에서는 매우 특별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창선대교의 중간쯤에서 동쪽 해협을 바라보면 여러 개의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는 바다의 풍광을 볼 수 있다. 매우 특이하고 신비한 바다풍경이 아닐 수 없다. 지족해협에 설치되어 있는 죽방렴들은 마치 거대한 V자형의 꺽쇠를 바다에 박아 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죽방렴은 우리 선조들이 고안해 낸 전통 어로행위를 통해 형성된 어업문화경관이다. 대나무 어사리(어살)라고도 하며 조선 시대에는 방전으로도 불렀던 전통어업방식이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의 물목에 대나무 발 그물을 세워 물고기를 잡는 원시어업이다. 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서 예전부터 사용되어 온 것으로, 곳에 따라 그 규모나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1469년(예종1)에 편찬된 『경상도 속찬지리지』의 남해현에 관한 내용에는 오래된 전통어업으로 지족해협에서 행해지고 있는 죽방렴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으로 볼 때 죽방렴이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원시어업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족해협의 죽방렴은 충남 태안 지역을 비롯한 서남해안 바닷가에 널리 설치되어 있는 독살과 함께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는 우리 선조의 전통 어업방식이다. 통영, 여수, 완도, 진도 등 우리나라 남해안의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근대화된 방식으로 고기를 잡거나 기르는 모습을 주로 목격할 수 있는데, 남해군 지족해협에서는 유독 전통어로 형태인 죽방렴 약 20여 개가 넓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죽방렴이 오늘날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지족해협의 거친 물살로 인해 양식어업을 하는 장소로는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은빛 멸치가 생생하게 펄떡이는 비경
죽방렴에서의 고기잡이는 3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진다. 5월에서 7월 사이에 많은 고기가 잡히는데, 주요 어종으로는 멸치와 갈치를 비롯해 학꽁치, 도다리, 숭어, 농어, 감성돔 등이다. 이들 여러 어종 중에서도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멸치다.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는 ‘죽방멸치’라 하여 최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가 좋은 이유는 이곳에서 사는 물고기는 지족해협의 거친 물살을 헤치고 살아 힘이 있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는 낚을 때 그물을 쓰지 않아 멸치가 손상되지 않고 싱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방렴은 수심이 얕은 개펄에 설치하는 어로시설이다.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은 수심이 낮은 바다가 많으며, 이러한 바다는 대부분 개펄로 되어 있다. 해안의 굴곡진 부분에 돌담을 쌓아 만드는 독살은 서남해안은 물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곳에 설치되어 있다. 독살은 독담 또는 석방렴石防簾이라고 하며, 해남에서는 ‘쑤기담’, 제주에서는 ‘원담’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독살은 해안의 돌출부분과 같은 지형을 이용하여 얕은 바다를 가로막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그러나 죽방렴은 물이 드나드는 물목의 바다 안에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독살이나 죽방렴 같은 어살은 물이 빠지는 끝부분에 불룩한 임통(불통)을 만들어 이곳에 고기를 가두는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는다. 죽방렴의 임통은 밀물 때는 열리고 썰물 때는 닫히게 되어 있다. 물고기는 하루에 2~3회 배를 타고 들어가 뜰채로 건져낸다.

죽방렴에서 잡는 죽방멸치는 품질이 대단히 좋다. 깊은 바다에서 유자망이나 정치망과 같은 그물을 사용하는 어업방식으로는 대량의 멸치를 잡을 수 있지만 그물에 잡힌 멸치를 털어낼 때, 대부분의 멸치가 많이 손상된다. 그러나 죽방멸치는 죽방렴에 들어온 살아있는 멸치를 뜰채로 떠내는 방식으로 잡기 때문에 어획량은 적지만 멸치의 원형이 잘 보존되고 신선도가 뛰어나므로 상품가치가 매우 높다.

지족해협은 고기가 많아 창선대교 다리 위에서 낚싯대 하나만 드리워도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지족해협의 죽방렴은 너른 바다,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와 함께 어울려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지족해협의 죽방렴을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는 일몰은 남해의 빼어난 경치 중 하나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족해협 죽방렴은 창선대교에서 바라 볼 수도 있지만, 보다 가까이에서 보려면 마을에 설치한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또한 죽방렴의 세부를 관찰하려면 마을 위쪽에서 죽방렴까지 설치해 놓은 교량과 같은 시설로 죽방렴에 접근하면 자세한 구조를 확인할 수 있으며, 시간이 맞으면 죽방멸치를 잡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가능한 한 전통적인 모습 그대로
죽방렴은 원시어업을 보여주는 전통어업경관이다. 이러한 어업경관은 전통어업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만 유지될 수 있는 경관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지족해협 죽방렴이 지니고 있는 어업문화경관으로서의 가치를 소중하게 판단하여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했다. 남해군은 홍현리 바닷가 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다랑논이 전통농업경관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명승으로 지정된 데 이어 전통어업경관까지 명승으로 지정된 유일한 지방자치단체이다.

죽방렴은 지족해협의 푸른 바다에 설치된 아름다운 전통어업시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가까이에 접근해서 죽방렴을 살펴보면 죽방렴의 재료가 다소 전통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옛날의 죽방렴은 통나무 말목과 대나무 발을 주재료로 사용한 것이었는데, 오늘날의 죽방렴은 그 재료가 콘크리트 전신주, 철재 구조물 등 다양하고 다소 조악한 형태로 조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 죽방렴의 재료나 형태는 가능한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글·사진·김학범 한경대학교조경학과교수 사진·문화재청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