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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한민국 철새공화국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작성일
2014-02-13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5389

대한민국 철새공화국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는 부산과 김해평야 사이의 넓은 하구지역이다. 우리나라 최대 철새 도래지 중 하나인 낙동강 하구는 생물ㆍ지질 및 해양환경 등이 풍부해 학술적ㆍ교육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다.

01.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에 찾아든 철새 떼들

 

이동철새의 낙원, 낙동강 하구

국경과 하구 지역에서는 ‘이별’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다. 1953년 남인수가 부른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의 애환을 담은 노래이다. ‘잘 가세요 잘 있어요 / 눈물의 기적이 운다’라는 가사 속에는 전쟁의 세파를 견뎌낸 피난민과 부산 사람의 정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별이 늘 슬픈 것만은 아니다. 국경선과 하구 지역은 전쟁의 시작점이지만, 물류와 지식이 유통하면서 문명을 만들고 풍요로운 생활을 만들기 때문이다.

생태계에서도 하구의 기수역(汽水域)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풍부한 생물을 품고 있다. 야트막한 수심과 주변의 갈대밭은 상류의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받아 생물을 살찌우고, 주민의 경제적 터전을 제공한다. 일찍이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낙동강 하구는 고대국가부터 동아시아 물류 유통 지역으로 재화와 지식을 생산하였다. 생태·경제적 측면에서도 낙동강 하구는 수천만 마리의 철새가 이동하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의 주요 서식지로서 이동철새의 생명을 지켜냈고, 이곳의 재첩과 조개는 지역 경제와 우리나라의 아침상을 풍요롭게 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만든 모래사주(하중도, 삼각주 등)는 낙동강의 풍경을 만들고, 예술가의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즉 생태계에서 ‘이별’은 죽음과 생명이 연결되어 궁극적으로 건강한 균형을 만들어 준다.

지정번호·천연기념물 제179호
소재지·부산전역
지정일·1966년 7월 13일

 

낙동강 하구는 을숙도, 일웅도, 대마등, 장자도, 신자도, 진우도, 백합등, 도요등과 같은 크고 작은 모래섬과 드넓은 갯벌이 발달한 곳이다. 백 년 전 상류로부터 흘러내려 온 수많은 퇴적물은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인 철새서식지 을숙도를 만들었다. 최근에도 파도와 바람은 모래섬을 쌓거나 깎고, 주변의 갯벌을 넓히고 좁히는 것을 반복해 지금의 낙동강 하구를 만들고 있다.

안정된 모래섬은 시나브로 다양한 식물을 받아들이고 갈대숲을 키운다. 풍부한 먹이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은신처가 있는, 겨울철에도 얼지 않는 낙동강 하구에는 11월부터 3월까지 해마다 수십만 마리의 대규모 겨울철새가 규칙적으로 찾아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1985년 이전에 생긴 모래섬 ‘도요등’은 도요새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만큼 봄, 가을 만조 때는 도요물떼새류의 휴식지가 되고, 여름철에는 쇠제비갈매기와 흰물떼새의 집단 번식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조류가 500여 종인데, 그 중 낙동강 하구에서 관찰된 종이 300여 종이 넘을 만큼 낙동강 하구의 지정학적 위치와 풍부한 먹이는 이동철새의 낙원과도 같다. 그래서 일찍이 조류학자들은 우리나라 최대 자연생태계인 낙동강 하구의 천연기념물 지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현재는 관련 기관별 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된 상태이다.

02. 다대포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의 석양

 

‘철새공화국’ 낙동강 하구를 기대하다

그런데 낙동강 하구의 개발과 매립이 시작되면서 철새의 숫자는 급속히 감소한다. 이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습지와 새들의 친구’ 보고(2004~2007년)에 의하면 월동기에 7만 5,000여 마리 정도가 도래할 뿐이다. 예전의 철새 낙원과는 상이하다. 특히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철새인 큰고니의 경우 2007년을 기점으로 개체수가 급속히 감소하였다. 2000년대 5,000마리가 넘었던 숫자는 2008년 3,000마리 미만으로 감소하였다. NGO(비정부기구) 등의 다른 조사에서도 낙동강 하구의 큰고니 개체 수는 위험 수준을 경고하고 있다.

생명이 스스로 작동하는 모양새 또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 관계를 의미하는 ‘생태’와 고유한 자연환경에서 형성된 인류의 생활방식을 의미하는 ‘문화’는 매우 밀접한 단어이다. 그래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기준에는 자연과 생물, 그리고 인간이 어울려 만든 ‘문화 경관(Culturallandscape)’을 포함하고 있다. 낙동강 하구도 해양생물과 사람의 조화로운 바다살이가 최근까지 이어져 왔었던 곳이다. 아니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525㎞의 숲과 강이 엮어낸 생태문화의 고리까지 촘촘히 이어온 곳이다.

그러나 아미산전망대에서 바라 본 현재의 낙동강 하구는 갈수록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 물길을 막은 하구둑, 웅장한 을숙도대교(전 명지대교), 주변에서 들려오는 개발사업의 소음 때문에 기약 없는 이별과 단절의 흔적만 보인다. 천연기념물 제179호(1966), 생태계보전지역(1989), 습지보호구역(1999) 등 낙동강 하구에 걸친 보호막도 철새를 지키는데 버거운 것 같다. ‘쓰라린 피난살이 지나고 보니 /그래도 끊지 못할 순정 때문에’라는 가사처럼 개발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찾아오는 큰고니의 일편단심 순정이 고마울 뿐이다. 하구 도시는 바벨탑처럼 높이 솟은 건물이 아니라, 하구 생태와 지역의 문화가 드러날 때 우아한 매력을 뽐낸다. 이제 낙동강 하구의 생태문화성을 보전하고, 수많은 철새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철새공화국’의 모습을 찾아야 할 때이다.

글 백운기(문화재 전문위원, 국립중앙과학관 홍보과장) 사진 문화재청, 백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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