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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윤겸의 시선(視線)으로 완성된 영남 비경(祕境)
작성일
2022-10-28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85

김윤겸의 시선(視線)으로 완성된 영남 비경(祕境) 보물 김윤겸 필 영남기행화첩 누구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휴식하길 바란다. 김윤겸은 영남(嶺南) 지역을 유람하면서 느낀 편안함과 즐거움을 추억하기 위해 그림을 남겼다. 그림을 그려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으려는 마음은 오늘날 여행지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으로 남기려는 우리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01.보물 김윤겸 필 ≪영남기행화첩≫ 중 제5면 <태종대> 김윤겸, 조선 1770~1775년, 종이에 수묵담채, 1첩 14면, 29.9×46.3cm ©동아대학교석당박물관

실경의 감흥을 붓끝으로 담아내다

김윤겸(金允謙, 1711~1775)은 영조 46년(1770) 봄 무렵 경상도 진주목(晉州牧) 관내 동쪽에 있는 소촌역(召村驛) 찰방(察訪)으로 부임했다. 찰방이란 조선시대 각 도의 역참을 관리하던 종6품의 외관직 지방관을 뜻한다. 김윤겸은 문인화가 김창업(金昌業, 1658~1721)의 서자였다. 신분적 한계 때문에 사대부로 등용되지 못했으나 조선 후기 첩의 자식이 관직에 임명되는 서얼소통(庶孼疏通)과 세력있는 명문가 안동 김씨 출신이라는 후광 덕택에 찰방으로 부임한 것으로 보인다.


부임 당시 그의 나이는 59세로 연로했지만 평생 전국을 유람하며 살아 왔기에 영남 내륙과 해안을 구석구석 탐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더욱이 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부산·경남 지역은 탐승객(探勝客)의 발길이 드문 곳이어서 어떤 절경이 있을지 무척 기대했을 것이다. 그는 여름날, 영남 지역의 여러 장소를 마주한 실경(實景)의 감흥을 담아 붓끝으로 표현했다. 부산(몰운대, 영가대, 태종대), 합천(홍류동, 해인사), 거창(송대, 가섭암, 가섭 동폭, 순암), 함양(월연, 사담, 하룡유담, 극락암), 산청(환아정)에 이르기까지 14곳의 화폭은 한 권으로 묶인 《영남기 행화첩》으로 남아 있다.


특유의 화법으로 실경산수화를 완성하다

보물 김윤겸 필 ≪영남기행화첩≫(金允謙 筆 ≪嶺南紀行畵帖≫)은 영조 46년(1770)에서 영조 51년(1775)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그의 말년에 농익은 특유의 화법이 가장 잘 드러난 실경산수화이다. 화면 구성과 공간 처리, 시점등에서 겸재 정선(謙齋 鄭歚, 1676~1759)의 화풍을 이어 받았지만 영남 지역의 여름날 전경을 주제로 대담한 구도 안에 사물을 극도로 단순화해 간단하고 짧은 필선으로 묘사하고 가벼운 듯하면서도 맑은 담채로 표현해 싱그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등장하는 인물이 자연과 어우러져 넋을 놓고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에서는 편안함도 느껴진다.


이들 그림 중 현재 행정구역에 따라 부산에서는 <몰운대(제1면)>, <영가대(제2면)>, <태종대(제5면)>를 그렸는데 그 당시 지식인에게 명소였던 것 같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태종대>는 김윤겸이 당시 태종대 북동쪽에서 바라본 경치를 그대로 담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신선바위, 망부석, 병풍바위 등 독특한 모양의 기암괴석은 화면 오른쪽에 치우쳐 그리고, 바다는 양분해 공간감을 강조했다. 화폭 가운데에 있는 한 선비는 바위틈에 걸쳐 놓은 사다리를 타고 오른 다음 망부석에 앉아 바닷바람이 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상념에 잠긴 듯하다. 바위 아래에 파도는 끊임없이 넘실대고 저 멀리 수평선에 걸린 생도(生島)1)는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표현 방법에서 바위는 짧은 묵선과 붓칠을 중복해 그렸기에 입체적으로 느껴지고 바다는 매우 옅은 색으로 선염(渲染)2)했기에 정리된 인상을 자아낸다. 여기에 바위 가까이 나선형 파도를 반복적으로 그려 부분적으로 추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오늘날 태종대 영도 등대 부근에서 펼쳐지는 풍경과 <태종대>를 비교하면 모든 절경을 담아내려는 김윤겸의 시선을 한껏 느낄 수 있다.


1) 생도(生島):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섬으로 생김새가 마치 주전자를 엎어 놓은 형상과 같다고 해서 ‘주전자섬’으로도 불린다.
2) 선염(渲染): 동양화의 표현 방법의 하나. 화면에 물을 칠해 마르기 전에 붓을 대어 몽롱하고 침중한 묘미를 나타내는 기법이다.



글. 남승덕(동아대학교석당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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