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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통의 광장이 된 카페 문화의 효시, 학림다방
작성일
2021-01-27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201

소통의 광장이 된 카페 문화의 효시,학림다방 추억의 아주 먼 곳을 들추면 그 시절을 보내며 이야기하고, 투쟁하고, 혹은 꿈을 키우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렸던 지나간 시간들이 오롯이 고개를 든다. 기억하는 건 기록된다. 그리고 그것은 미래로 이어지는 문화유산이 되어 우리 곁을 지키기도 한다.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 뜨거운 시간을 함께하며 소통의 역사가 된 곳, 대학로 학림다방에 가면 시간과 함께 익어가며 묵묵히 소통의 현장을 지키는 이충렬 씨를 만날 수 있다.

시대를 거슬러 지켜온 소통의 상징

시간의 파도는 많은 것을 삼켜버린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추억을 더듬고 회상할 공간을 찾기 힘들다는 것은 현대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상실로 다가온다. 이런 세태 속에서 오랜 시간 대학로를 지켜오며, 이제는 대학로의 상징이 된 공간이 있다. 바로 학림다방이다. 아직은 카페문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인 1956년 오픈한 학림다방은 다방문화를 연 신호탄이 되었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소통의 공간이 문을 열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찾아와 그윽한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서로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고 사회적 공감과 소통을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대학교가 대학로에 있던 시절, 문리대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학림다방은 상호도 문리대 축제 이름인 ‘학림제’에서 따왔다. 오픈 당시 학림다방은 지성인들이 찾아 책을 읽고 잠시 커피를 마시며 쉬거나 생각을 정리하던 단골다방이자 음악·미술·연극·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담론을 펼치던 사랑방 역할을 했다.


다음 세대들에게 학림다방은 통기타 연주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낭만 가득한 곳이자, 격동기를 겪는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을 펼치며 소통하던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다. 그런 시간들을 관통해 본격적인 카페 문화가 도래하고도 학림다방은 방향을 잃지 않고 품질 좋은 커피를 마시며 추억을 공유하고 다양한 관심 분야의 이야기와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정체성 분명한 모두의 공간으로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01.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학림다방의 나무계단 02.학림다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LP판

학림다방은 추억을 함께한 모든 이가 만든 합작품

학림다방이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많은 이들이 추억하고 사랑하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이 수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으로 굳건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데에는 이곳의 주인장 이충렬 씨의 노력이 있었다. 학림다방은 1956년 신선희 씨가 처음 문을 열고 여러 번 주인이 바뀌어 현재 4대 사장인 이충렬 씨가 1987년에 인연을 맺은 후 33년째 운영 중이다.


“학림다방이 경영상 어려움이 있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저에게도 추억이 있는 장소인 이곳과 인연이 닿아 인수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제가 기억하고 있는 ‘학림다방’이 아니라서 실망을 했고, 달라진 분위기에 오랜 단골들의 발걸음도 끊어져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모두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학림다방으로 원상복구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유선방송 음악을 클래식 LP판으로 바꿨고, 웨이터도 없앴습니다. 학림다방은 ‘추억’을 새긴 ‘소통’의 공간 그 자체라고 생각해 처음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입니다.”

03.예스러운 다방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실내 04.시인 황동일이 쓴 학림다방 헌시

이충렬 씨는 천상병, 이청준, 황지우, 김승옥, 전혜린, 김지하, 황석영, 홍세화, 김민기, 김광석, 이덕희, 임권택, 백기완, 송강호, 황정민 등 각계의 걸출한 인물들의 추억과 흔적이 그대로 깃든 공간으로 학림다방을 되돌려 놓았다. 1988년 이래로 학림다방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도록 한 방명록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빼곡하다.


방명록은 소통의 공간이자 통로인 학림다방의 또 다른 역사이자 기록물로 사람들은 방명록을 통해 또 다른 소통을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거침없는 발언과 사색의 흔적, 때때로 지극히 사적인 고민과 사랑하는 이를 향한 고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통의 기록들이 학림다방 방명록에는 그대로 담겨 있다. 이는 학림다방의 역사이기도 하고 함께 만든 추억임과 동시에 귀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05.학림다방의 역사를 담은 사진첩을 발간한 이충렬 씨 06.소통의 기록이 그대로 담긴 방명록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록된 멈추지 않는 소통의 공간

무수히 많은 지식인과 예술인들에게 서재가 되고 아뜰리에가 되기도 했던 소통의 공간 학림다방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전환점을 마련했다. ‘많은 이들의 기억과 감성이 담긴 유·무형의 문화유산은 시민 스스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록된 것을 이충렬 씨 역시 환영한다.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연구보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는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학림다방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한 시절에 대한 기록이고 추억이 깃든 곳이자 다양한 소통을 하며 현대사를 관통한 곳이라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60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으니 앞으로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같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중요한 시기에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이 되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이제 더 먼 미래로 모두가 함께 걸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학림다방에서 시간을 보낸 유명 인사들의 사진과 그곳에서 내다본 현대사의 현장이었던 대학로의 시간을 담은 사진전도 하고, 50주년 기념 이벤트도 진행하는 등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며 학림다방에 담아온 묵직한 추억과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시간을 통해 또 다른 소통의 장도 마련하고 있는 이충렬 씨. 스러지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또 다른 가치를 생산하며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그 의미를 시간과 공간에 새길 줄 아는 사람, 이충렬 씨와 학림다방은 소통의 공간창출이라는 저력으로 문화의 중심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글. 김영임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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