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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시대 생활상을 수집하다
작성일
2022-08-30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477

조선시대 생활상을 수집하다 독일 함부르크의 로텐바움 박물관 독일은 일찍이 민족학에 관심을 가지고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 왔다. 그래서 독일에는 베를린 민족학 박물관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민족학 박물관이 여러 곳 있다. 그중에 독일 함부르크의 로텐바움 박물관(전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은 최근 조선시대 문인석 1쌍을 자발적으로 반환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01.조선시대 최대, 최고의 과학적 지도로 평가되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로텐바움 박물관은 <대동여지도> 목판본과 필사본 2종을 소장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원/MARKK 02.전건은 높이 40cm, 너비 14.5cm의 크기이며 조선시대 군사 복식 중 하나로 조선 후기의 그림과 문헌에 등장한다. ©국립문화재연구원/MARKK

민족학적인 관점에서 수집된 것들

로텐바움 박물관(Museum am Rothenbaum)은 전 세계에 걸친 다양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가 2,700점이 넘는 한국문화재이다. 비록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은 아니지만,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자료를 수집한 몇몇 중요한 인물의 노력으로 로텐바움 박물관은 한국문화재를 소장할 수 있었다.


하인리히 콘스탄틴 에두아르트 마이어(Heinrich Constantin Edouard Meyer, 1841~1926)는 19세기 조선 최초로 외국인 회사인 세창양행을 세운 독일인으로, 고종을 알현하고 독일 주재 조선총영사로 활동한 사람이다. 마이어는 조선을 오가며 한국문화재를 수집했는데, 로텐바움박물관의 초대 관장이었던 게오르크 틸레니우스(Georg Thilenius)도 마이어를 통해서 한국문화재를 수집했다. 틸레니우스는 수집하고자 하는 물품의 목록, 즉 위시 리스트(Wish list)를 마이어에게 직접 보내는 등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한국문화재를 수집했다.


“목록에 포함된 것들은 조선에서는 잘 알려져 있거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 틸레니우스 관장이 마이어 조선총영사에게 보낸 편지(1906년 5월 2일) 중에서

한국문화재를 수집하는 기준은 특별하고 귀한 것이 아니라 ‘잘 알려져 있거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었다. 민족학적인 관점에서 한국문화재를 수집하고자 했기 때문에 회화, 전적, 도자기 외에도 직물, 농기구, 장난감, 복식 등 일상생활 용품이 다수를 차지한다. 일상적이고 너무 흔하기 때문에 기록하거나 보관하지 않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져 버린 것들이 로텐바움 박물관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틸레니우스가 마이어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조선에서는 모자를 통해 사회적 계급을 표시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종류의 모자를 구입하길 원했다. 그래서 신분이나 상황에 따른 다양한 모자가 로텐바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자도 있다. 훈련도감 군인의 관모였던 전건(戰巾)이 바로 그런 예이다.


03,04.《기산풍속도》를 그린 김준근은 19세기 후반 개항기에 외국인에게 판매하기 위한 풍속화를 그린 화가이다.《기산풍속도》 중 <곤장>과 <탈판> ©국립문화재연구원/MARKK

19세기 독일 이방인의 눈에 비친 조선

로텐바움 박물관의 한국 소장품 중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김준근(金俊根)의 《기산풍속도(箕山風俗圖)》는 회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기록화 자료라 할 수 있다. 그림의 소재로 잘 다루어지지 않는 형벌 집행이나 놀이 장면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19세기 조선의 풍속을 증언하는 민속학적인 자료로 가치가 매우 높다. 카를 크리스티안 고트셰(Carl Christian Gottsche) 교수가 수집한 지도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전도>, <도별지도>, <지질도> 등 다양한 지도가 소장되어 있는데, 그중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도 포함되어 있다. 로텐바움 박물관은 <대동여지도> 목판본도 소장하고 있는데, 목판본은 초기 인출과 제본 과정의 오류를 수정하는 단계의 판본으로 면 단위의 지명을 묵서로 기록한 점이 특이하다.


로텐바움 박물관의 한국문화재는 19세기 독일 이방인의 눈에 비치는 조선을 담고 있다. 조선을 알기 위해 이방인이 가져갔던 다양한 자료는 오랜 시간과 많은 사람의 노력을 거쳐서 다시 이 땅의 우리에게 소개되고 있다. 우리도 잊고 있었던, 잃어버렸던, 우리의 옛 모습을 나라 밖의 문화재를 통해 다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로텐바움 박물관의 한국문화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글. 박지영(국립무형유산원 무형유산진흥과 학예연구관, 전 국립문화재연구원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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