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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창종과 이우치家, 기와로 맺은 인연
작성일
2018-01-08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508

유창종과 이우치家, 기와로 맺은 인연 -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두개의 와전 전시실이 나란히 연결되어 있다. 하나는 일명 ‘기와검사’로 알려진 유창종의 기증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본의 한국 와당 수집가인 이우치 이사오의 기증실이다. 1987년 이우치 이사오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절반의 한국 와전 컬렉션과 2002년 유창종이 기증한 한국와전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와전이 국립중앙박물관 2층 남향에 나란히 자리 잡게 된 인연이 참으로 기묘하다

이우치 컬렉션의 첫 번째 귀환

이우치 컬렉션은 일본인 내과의사 이우치 이사오(井內功, 1911~ 1992)가 수집한 와전(瓦塼) 컬렉션으로, 남한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고구려 와전을 비롯해, 삼국시대부터 조선·근현대에 이르는 기와와 전돌 5천여 점이 망라되어 있었다.

이우치 와전 컬렉션의 상당수는 일제강점기 한반도 와전을 적극적으로 수집하였던 일본인 이토 쇼베(伊藤庄兵衛, ?~1946)의 컬렉션에서 유래한다. 이토의 사망 후 모습을 감추었던 와전들은 이우치 부자가 소장자를 수소문해 매입함으로써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이우치는 ‘이우치고문화연구실(井內古文化硏究室)’을 설립해 연구자들에게 개방하고, 중요 작품 2천여 점과 연구논문을 담은 『조선와전도보(朝鮮瓦塼譜)』 7권을 자비로 펴내어 한일 양국의 연구자와 도서관에 제공하 였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진 한국 학자들과의 교류는 “한일 간의 친선을 도모하고 한국의 것은 한국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학문적인 양심”에 따른 기증으로 이어져, 1987년 도록에 수록된 한국와전의 절반 가량인 1,082점이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유창종과 이우치家의 인연

유창종이 이우치 와전 컬렉션을 국내로 환수하게 된 것은 그 이전부터 오랫동안 와당 수집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이다. 1978년 2월 청주지검 충주지청 검사로 발령받은 후에 충주 탑평리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의 특징을 모두 지닌 6엽의 연화문수막새 한 점을 발견한 것이 기와 수집의 계기가 되었다. 수집에 한참 열을 올릴즈음, 이우치 연구실에서 발간한 『조선와전도보』를 접하게 된다. 유창종은 이 도록을 보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와당들이 일본인에 의해 수집되고 도록까지 발간이 되었음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1988년 이우치 기증의 와전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상설 전시됨에 자극을 받은 유창종은 한국인에 의해 한국의 기와가 수집되어 상설 전시되는 모습을 실현하고자 와당 수집과 연구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200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그때까지 수집한 1,873점의 와당과 전돌을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이우치 기증 유물과 같은 방에 전시해 달라”는 것이 기증의 유일한 조건이었다. 유창종의 기증은 이우치 기증실을 보며 느꼈던 자극과 자괴감이 중요한 계기였다.

이우치 컬렉션의 두 번째 귀환

유창종은 2002년 기증 이후, 2003년 검찰을 퇴직하면서 다시 수집을 시작하였다. 주말마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홍콩, 태국을 누비고 다녔다. 그해 연말 일본에 남겨진 이우치 컬렉션 절반 1,300점 가량이 새 주인을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고, 유창종은 2년에 걸쳐 구매를 완료하였다. 생전에 뵙지 못한 이우치 이사오 선생 대신 그의 아들과 인연이 닿았고, 2005년 마침내 미반환된 채 일본에 남아 있던 이우치 소장품 나머지 절반이 한국으로 모두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로써 『조선와전도보』 제1권부터 제6권에 수록되었던 와전들은 흩어지는 일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간 와전이 (유창종)부부의 애정을 받아, 밝은 전시장 속에서 언제까지나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란다.” 라고 이우치 기요시(井內潔, 1941~)는 전했다.

유금와당박물관 설립

2005년에 이우치 컬렉션을 인수받은 유창종은 사후 활용 문제로 오랫동안 고심하였다. 개인이 박물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들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추가로 기증하는 것도 고려하였으나, 관계 학예관들은 기증실을 더 넓힐 수 없는 상황이어서 추가 기증유물도 수장고에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추가 기증을 받기가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인(금기숙, 유금와당박물관 공동관장)과 여러 차례 상의 끝에 2008년 서울 부암동에 유금와당박물관(柳琴瓦當博物館)을 설립하게 된다. 1,296점의 이우치 컬렉션과 2003년부터 다시 수집한 한, 중, 일, 태국, 베트남 와전을 소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와당 전문박물관으로 성장하였으며, 와당을 통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동아시아 와당 연구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창종과 이우치家의 귀중한 선물

문화재 기증은 기증자의 열정적인 수집 노력을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한 헌신적인 기부 정신이 더해져 실현된다. 서화나 도자기와 달리 기와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가 적던 시절, 유창종과 이우치는 기와를 찾아 나섰고,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컬렉션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개인이 발품을 팔아 평생 모은 값진 고물(古物)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여 나눔을 실천했다. 유창종 컬렉션과 이우치 컬렉션은 한국 문화와 와전 연구의 문화재적 가치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재의 귀환, 민간인에 의한 문화재 환수의 모범사례로서 그 의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유금와당박물관 상설전시실과 국립중앙박물관 기증실에 전시된 와당들을 바라보면, 잘 보이지도 않는 처마 끝에 아름다운 기와를 매달고 산 조상의 품격 있는 삶의 태도를 후세들이 배우고 느끼기를 바라는 유창종 부부와 이우치 부자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글‧신은희(유금와당박물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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