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눈금 위에 기록한 경복궁 북궐도형(北闕圖形)
- 작성일
- 2022-11-29
- 작성자
- 문화재청
- 조회수
- 402
조선시대 도성 안에는 위치에 따라 북궐(北闕: 경복궁), 서궐(西闕: 경희궁), 동궐(東闕: 창덕궁·창경궁)로 불리는 궁궐이 자리했다. 그중 북궐인 경복궁(景福宮)은 태조 이성계(太祖 李成桂, 재위 1392~1398)가 조선을 세우고 도읍을 정한 후 지은 으뜸 궁궐이었다. <북궐도형>은 경복궁을 도면 형식으로 그린 배치도로 고종(高宗, 재위 1863~1907) 대에 경복궁을 기록한 것이다. 조선시대 경복궁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한정적인데, 이는 경복궁이 화재와 전쟁으로 방치된 세월이 길고 그에 따라 자료가 많이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경복궁은 임진왜란(壬辰倭亂, 1592~1598)으로 훼손되어 270여 년간 빈터로 남아 있었다. 이후 중건이 논의되었으나 재정 문제로 이루지 못했고, 고종 2년(1865)에 이르러서야 공사가 시작되었다. <북궐도형>은 고종 대 새로 지은 경복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붉은 선으로 10~11mm 간격의 눈금을 그린 후 먹선으로 각 전각의 이름과 위치, 건물 현황 등을 표시했다. 평면도이기 때문에 건물의 외관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지만 방(房), 대청[廳], 다락[樓], 툇마루[退], 창고[庫]와 같이 공간의 성격을 적고, 지붕의 특징과 건물의 크기 등을 기재해 대략적인 입면(立面)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제작 목적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건축 정보를 객관적으로 기록한 것으로 보아 당시 궁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경복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의 전각을 잃었다. 오늘날 궁궐의 아름다운 모습은 많은 노력이 모인 발굴·복원사업의 결과이다. <북궐도형>은 조선 후기 경복궁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경복궁 복원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글. 이민선(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 연구원) 사진. 국립고궁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