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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 궁중 회화와 근현대 화가의 흔적을 만나다 로열온타리오 박물관을 물들인 회화작품
작성일
2022-11-29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363

조선 궁중 회화와 근현대 화가의 흔적을 만나다 로열온타리오 박물관을 물들인 회화작품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에 있는 로열온타리오박물관(Royal Ontario Museum)은 자연사 표본부터 역사 자료, 미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유물을 방대하게 소장하고 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캐나다에서는 유일하게 1999년에 개관한 한국실이 있다. 01.은퇴할 무렵의 제임스 게일, 1927

개인들의 기증으로 완성된 한국문화재 컬렉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는 2015년과 2016년 로열온타리오박물관이 소장한 한국문화재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1,479점에 이르는 한국문화재가 소장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로열온타리오박물관에 한국문화재 컬렉션이 완성되기까지 한국 현지 캐나다 교민 외에도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까지 활동했던 사업가, 외교관, 선교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직접 구매했거나 한국 측이 선사한 문화재를 귀국할 때 가지고 왔고, 이를 본인 혹은 그의 후손이 로열온타리오박물관에 기증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 장로교 선교사로 활동했던 제임스 게일(James S. Gale, 한국 이름 기일, 1863~1937) 목사와 아버지의 유품이 된 유물 일괄을 로열온타리오박물관에 기증한 그의 아들 조지 게일(George J. M. Gale, 1911~2007)도 그 경우에 속한다. 게일 목사는 1886년 12월부터 1927년 5월까지 40여 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누구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선교 활동 외에 저술과 교육 사업에서도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02.<백자도 8폭 병풍>, 작자 미상, 20세기 초, 견본 채색, 각 104.4×35.5cm

조선시대부터 근현대 회화작품까지 소장

113점의 게일 컬렉션 중에서는 50여 점의 회화작품이 주목할 만하다. 그중에 많은 어린아이가 천진하게 노는 모습을 그린 <백자도 8폭 병풍>도 포함되어 있다. ‘백 명의 어린아이 그림’이라는 뜻으로 백동자도(百童子圖)라고도 하는데, 조선시대에는 아들을 많이 낳아 자손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신혼부부의 방에 주로 백자도 병풍을 설치했다. 제1폭에는 낮잠 자는 아이 놀리기와 새 놀이, 제2폭에는 원님 행차 흉내내기, 제3폭에는 원숭이 놀이, 제4폭에는 매화 따기, 제5폭에는 손목 때리기와 물고기 잡기, 제6폭에는 닭싸움, 제7폭에는 장군놀이, 제8폭에는 잠자리 잡기 등이 그려졌다.


주제를 화면에 구성하는 방식, 필치와 채색, 회화 양식 등 전체적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궁중 회화와 상통한다. 게일 목사가 이 병풍을 어떻게 입수하게 되었는지 정확한 경로를 추적하기는 어렵다. 다만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났을 때 고종(高宗)을 도왔고 그의 아들 의화군 이강(李堈)을 ‘특별한 친구’로 여길 만큼 왕실과 친분을 쌓았음을 상기하면 왕실 인사에게서 선물로 받은 병풍일 것으로 추정된다.


03.<나물 캐는 소녀들>, 김기창, 1930년대, 견본 채색, 42.5×17.5cm 04.<색동옷 입은 소년>, 김기창, 1930년대, 견본 채색, 42.8×15.9cm

로열온타리오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중에는 운보 김기창(金基昶)의 작품 두 점이 들어 있다. <나물 캐는 소녀들>은 세 소녀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들에서 나물을 캐는 모습을 그린 것이고, <색동옷 입은 소년>은 오방 장두루마기(五方將두루마기)와 금박이 찍힌 전복(戰服)과 복건(幅巾), 태사혜(太史鞋)를 한껏 차려입은 소년이 연지(蓮池)의 버드나무 아래를 거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모두 김기창의 초기 작품이다. 두 작품은 루스 콘래드(Ruth B. Konrad, 1906~2001) 여사가 언니 프랜시스 본위크(Frances E. Bonwick, 1903~?)를 추모하기 위해 기증한 것이다.


본위크는 구세군 선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1908년 한국에 와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1929년에는 캐나다 연합교회 선교사로 내한해 함경북도 회령에서 선교 활동을 벌였다. 1930년대 김기창의 작품은 의료 선교사 존 부츠(John L. Boots, 1894~1983)의 주선으로 외국인들에게 판매되고는 했는데 본위크도 그러한 경로를 통해 두 작품을 구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회화작품 외에도 로열온타리오박물관에는 신석기시대 석기부터 근현대기의 민속품까지 다양한 한국문화재가 소장되어 있다. 캐나다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 로열온타리오박물관을 방문해 한국실을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글. 박정혜(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사진. 로열온타리오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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