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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문화재의 뒤안길(108)-냉장고 (서울경제, '21.9.27)
작성자
강석훈
게재일
2021-09-27
주관부서
대변인실
조회수
1360

문화재의 뒤안길(108) (서울경제, '21.9.27) 


냉장고, ‘식(食)’ 무형유산의 보고(寶庫)


장동대와 부엌 역할 압축한 냉장고, 세대를 넘어 전통 음식문화 이어줘
     
글/ 국립무형유산원 조사연구기록과 강석훈 학예연구사
     
등록문화재 금성 냉장고 gr-120.jpg

등록문화재가 된 1965년산 금성사 냉장고 'GR-120'



1965년, 금성사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냉장고를 만들었다. 120L 저장용량의 냉동실과 냉장실이 일체형으로 구성된 제품이었다. 

이로부터 48년 후, 이 냉장고는 대한민국의 산업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다.
냉장고가 처음 출시했을 때만 해도 가전제품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전력 보급 상태가 좋지 않았고, 대다수 농촌사회에서는 냉장고 없이도 전통 식생활을 꾸리는 데 무리가 없었다. 

혹여 집안에 냉장고를 들이면 특정한 용도를 두고 쓰기보다 귀한 부의 상징으로 여겨 눈에 잘 띄는 대청마루나 안방에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냉장고는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그 쓰임새가 활발해졌다. 

밀집된 도심 주택에서 옹기들을 두고 살 수 없으니 김치와 각종 장류, 젓갈 등 수많은 전통 발효음식이 냉장실 속으로 들어갔다. 

한국의 냉장고는 서서히 전통 부엌과 장독대의 기능이 압축되어 들어가면서 이른바 음식살림의 저장고로 자리매김하였다. 
금성사는1984년 세계 최초로 김치냉장고를 출시하였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의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가전제품사의 한 획이었다. 
1990년대,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에 접어들며 땅에 독을 묻는 김장문화가 점차 줄고 이를 대체할 김치냉장고의 구입이 급증하였다. 

냉장고 하나로 김치뿐만 아니라 된장, 고추장 그리고 막걸리까지 적정 온도에 숙성ㆍ보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우리의 냉장고는 반세기 동안 전승의 매개물로 그 몫을 톡톡히 해주었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되면 냉장고 문은 바빠진다. 차례를 마치고 돌아가는 식구들의 손에는 차례음식이 가득 들려있다. 
우리는 집안 냉장고에 두둑하게 넣어두고 반찬거리 시름을 잠시 잊는다. 

김장 시즌이 되면 먼 고향에서 김치가 한 아름 배송되어 한 동안 김치로 만든 음식 파티를 벌인다.  그렇게 냉장고는 세대의 세대를 거쳐 전통 음식의 맛을 꾸준히 이어주고 있다. 오늘날 냉장고는 장독대와도 같은 ‘식(食)’ 무형유산의 보고(寶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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