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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대기술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문화유산의 색채
작성일
2021-03-26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1424

현대기술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문화유산의 색채 한국의 색은 청색, 백색, 적색, 흑색, 황색으로 다섯 가지의 방향을 의미하는 ‘오방색’이라 일컫는다. 선조들은 우주의 근본이 되는 다섯 가지 색을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이룸으로써 화를 면하고 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 때문에 실생활에서 의복, 음식, 가옥 등에 오방색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사람과의 편안한 상호작용을 유도했다. 이렇듯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이 담고 있는 색들은 상당히 자연친화적이며 편안함을 제공한다. 01.2015 풍남문 미디어 파사드에서 표현된 화려한 색채

디지털 환경으로 탈바꿈하면서 디지털 기술은 한국의 색과 세계의 색들을 단숨에 평준화시켰다. 디지털에서 표현되는 색은 빛의 3원색으로 구성되어 세계 어느 나라와도 동일한 색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빛으로 발현되는 디지털 색은 매우 밝고 화려하며 자극적이다. 디지털 기술은 더욱 화려한 색채로 문화예술을 향유하려는 대중을 유혹하고 있다. 선조들이 남긴 아날로그적 문화유산에 디지털 기술의 접목은 쉽지만은 않다.


문화유산이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아날로그적 체감의 색이라면 첨단 기술로 제작된 미디어아트의 색은 빛으로 조합된 디지털 색채이기 때문이다. 마치 투명하고 여린 수채화 물감의 터치와 불투명하고 선명한 포스터물감의 터치가 잘 어우러짐과 같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로운 결합은 새로운 예술로의 재탄생을 의미한다.


문화유산과 첨단기술의 결합으로 재탄생한 예술작품

미디어파사드와 같은 미디어아트 기술의 활용은 문화유산을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관람하는 소극적 참여의 과거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대중의 참여적 감상을 부추긴다.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젊은 세대는 한국의 색인 오방색보다는 화려한 디지털 색채에 더 익숙하게 반응한다.


색료의 구성요소인 CMYK*로 인쇄한 이미지보다 빛의 3원색으로 구성된 디지털 색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이며, 단아하고 정지된 이미지보다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이미지에 시선을 두는 세대이다. 그 변화에 주목하여 관람객의 눈높이와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 제공이라는 명제는 미디어아트 기술의 혁신을 가져왔다.


2015년에 개최된 제1회 궁중문화축전에 사용한 미디어파사드 공연을 필두로 2020 궁중문화축전 경회루 판타지까지, 조선왕조의 건축기술이 현대첨단기술과 만나 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였으며, 관람객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재와 미디어아트가 결합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특별한 예술작품에 주목하였다. 한국의 전통 문화재와 미디어파사드의 만남에서 색채의 결합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초기에 시도되었던 궁중문화축전의 미디어파사드 쇼는 문화재가 담고 있는 오브제들을 통해 디지털의 화사한 색채 이미지들로 연출되었으며, 처음 접하는 관람객들은 새로운 미디어아트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프로젝션 맵핑에 의한 강한 색채의 영상으로 문화재 고유의 아름다운 색채가 가려지는 부분은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다.


미디어아트 기술이 점차 발달함에 따라 색의 표현과 오브제 묘사가 점점 정교화되고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도 다양해졌으며 미리 설계된 스토리텔링에 의해 대중의 시각적 몰입이 강화되었다. 전동성당 외벽에 프로젝션 맵핑 기법으로 표현한 미디어파사드 작품은 공공예술의 범위가 확장된 것으로 평가된다.


오브제와 색채의 조화가 잘 이루었으며, 대상 문화재를 바탕으로 구성된 스토리텔링과 그 문화재가 담고 있는 종교적 색채를 화려한 영상기술로 표현했다. 또한 중세시대 종교의 신성함과 권위를 상징하듯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의 다채로운 배색을 그대로 재현하여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반짝이는 빛으로 나타난 화려함이 관람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미디어아트 기술은 이제 문화재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또한 대중의 시각적 유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문화재를 소극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향유하게 만들고 있다.

02.2019-2020 전동성당 미디어아트 쇼에서 재해석한 문화유산의 색채

전통 오방색과 디지털 색채의 조화로 융합형 예술로 진화

문화재를 캔버스로 한 미디어아트의 활용은 문화재 훼손을 철저히 배제한 원칙, 즉 보존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현재 많이 활용하는 LED미디어아트 기술보다는 프로젝션 맵핑의 미디어파사드를 주로 사용한다. 문화재의 형태와 크기가 캔버스처럼 네모반듯하지 않기 때문에 대상 문화재의 형태와 크기에 따라 화면의 비율이 달라질 수 있고, 그 비율을 고려하여 화면의 비율과 콘텐츠 계획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미디어파사드 쇼는 해당 문화재가 지닌 특성과 역사성, 혹은 문화재의 가치가 잘 드러나는 상징적인 이미지 요소들과 그 문화재가 담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핵심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 현란한 색채의 파티클과 프랙탈 등으로 표현했던 미디어파사드 쇼는 이제 더이상 대중을 압도하지 못한다. 미디어아트 쇼를 이미 경험한 관람객은 그것보다 다른 무엇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동향은 지자체의 공공예술로의 성격과 대중과의 문화적 소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시도되고 있다. 인터랙티브한 디지털 예술 구현과 3차원 입체영상 구현 등 콘텐츠 구성과 표현방법에 있어 관람객들의 경험과 다양한 매체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은 문화재의 배경을 토대로 구성된 스토리텔링이며, 그 스토리의 섬세한 묘사에 효과적이고 다양한 영상제작기법의 활용, 장치의 기술구현능력 등의 유기적 결합에 대한 것이다. 특히 3D모델링기법, 몽타주기법, 몰핑기법, 이미지콜라주기법, 그라데이션 컬러기법 등 다양한 영상제작기법의 활용은 콘텐츠의 완성도 향상을 위한 요소이며 더불어 새로운 미디어아트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주는 제작기술이다.


대상 문화재가 지니고 있는 문화적 숨결과 의미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계획된 조형적 요소와 색채감은 문화재에 내재된 스토리가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이다. 같은 맥락으로 미디어파사드에 표현된 전통의 오방색과 디지털 색채의 조화는 뉴미디어시대에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는 융합형 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CMYK(Cyan, Magenta, Yellow, Black)의 네 가지 색을 조합해서 정의한 색)



글, 사진. 송미숙(대림대학교 방송음향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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