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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문화재의 뒤안길(104)-인왕동사지 주칠기 (서울경제, '21.8.23)
작성자
이보현
게재일
2021-08-23
주관부서
대변인실
조회수
948

문화재의 뒤안길(104)- (서울경제, '21.8.23)



경주 인왕동사지에서 나온 주칠기

  

궁궐유적 '주칠' 출토···격 높은 사찰 뜻해

글 /이보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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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인왕동 사지에서 발굴된 주칠(朱漆)기 파편. /사진 제공=이보현


 

[서울경제] 경주 인왕동 사지는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둘째 아들 김인문(628~694년)의 사후 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된 절인 ‘인용사’의 터라고 ‘삼국유사’에 기록돼 전해져 왔다.

그러나 인왕동 사지의 발굴 조사 결과는 조금 달랐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인용사의 건립 시기와 다소 차이가 났고 최종적으로는 인용사지가 아닌 인왕동 사지로 명명됐다.

 

인왕동 사지에서는 탑·치미·광명대·금동불·목간 등 통일신라 사찰의 규모와 성격을 밝힐 수 있는 중요 유물들이 출토됐다. 남근목, 목간, 칠기, 두레박, 소형 목기배, 씨앗 등 다양한 목재 유물도 발견됐는데 그중에서도 형태가 특이한 길이 6.8㎝의 주칠기 한 점이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칠(漆)은 고대부터 사용된 천연 도료이자 접착제로 정제된 칠에 붉은색 안료를 섞어 주칠(朱漆)을 만든다.

주칠기는 흑칠기에 비해 유적에서 출토된 사례가 적다. 칠 때문에 어떤 나무를 사용했는지 알아내기도 어려워 연구 성과도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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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인왕동 사지에서 발굴된 주칠기의 단면을 분석한 결과 물푸레나무로 제작됐으며 점점 두껍게 세 번에 걸쳐 옻칠했음이 확인됐다. /사진 제공=경주문화재연구소

 

 

인왕동 사지에서 나온 주칠기는 한쪽 모서리를 구부려 꽃 모양으로 만든 합(盒)이다.

안쪽은 주칠, 겉쪽은 흑칠로 마감됐다. 파손된 단면을 분석한 결과 물푸레나무로 만든 얇고 편평한 바닥재 위에 소나무를 얇게 벗겨 테를 두른 것이 확인됐다.

바닥재는 테두리 밑면에서 약 5㎜를 띄워 접합했는데 칠을 입히기 전에 칼슘과 토양 광물을 혼합해 바탕층(눈매메움)을 바른 것도 밝혀졌다. 내부 주칠은 모두 세 번 칠했으며 첫 번째보다 두 번째, 세 번째가 더 두껍게 칠해졌다.

 외부 흑칠은 두 번 칠했는데 첫 번째에 비해 두 번째 칠이 더 두꺼웠다.

 

경주 지역에서 출토된 주칠은 주로 고분과 궁궐 유적을 중심으로 매우 한정적으로 나타나며 이렇게 사찰에서 주칠이 출토된 것은 굉장히 드문 사례다.

인왕동 사지가 격이 높은 사찰이었음을 뜻한다. 비록 파손된 유물이지만 사용된 나무와 재료가 밝혀짐에 따라 칠기 제작 기법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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