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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문화재의 뒤안길(58)-월성의 여름날(서울경제, '20.9.28)
작성자
이종훈
게재일
2020-09-28
주관부서
대변인실
조회수
2558


문화재의 뒤안길(58) (서울경제, '20.9.28) 


발굴조사로 그려본 5세기 신라 월성의 어느 여름날
글/ 이종훈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    



출토한 식물자료로 상상해 그린 월성 해자 5세기 어느 여름날 풍경
출토한 식물자료로 상상해 그린 월성 해자 5세기 어느 여름날 풍경  



발굴조사는 역사적인 사실뿐만 아니라 과거 사람들이 생활했던 환경을 밝혀내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렇게 당시의 주변환경을 조사하는 것을 ‘고환경 연구(古環境 硏究)’라고 한다. 

고환경 연구는 옛 사람이 생활했던 환경, 그리고 사람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지질과 지형, 기후, 해양 등의 무기적 요소와, 동·식물, 균류 등의 유기적 또는 생물적 요소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구성요소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어 있고 항상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고환경 연구는 땅 속에 남아 있는 여러 구성요소들의 변화 모습을 읽어내는 것이다. 

사람과 다양한 구성 요소들의 관계 속에서 탄생한 독특한 환경을 경관(景觀)이라하는데, 고환경 연구가 도달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경관의 복원’이다. 


지금 경주 월성에서는 역사적인 사실을 밝혀내는 것을 넘어서 이러한 경관을 복원하는 작업도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70종이 넘는 신라 시대 씨앗과 열매를 확인하였고, 흙속에서 과거의 꽃가루도 확인하였다. 이들 자료를 가지고 진행한 자연과학적 연구를 통해5세기 어느 여름날의 경주 월성의 경관을 복원할 수 있었다.


5세기 무렵 경주 월성을 둘러싼 북쪽 해자에 물이 차 있었고 이 해자에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특히 2만점 넘게 출토된 가시연꽃 씨앗을 통해 짐작해 본다면 이 식물이 해자의 경관에서 가장 눈에 띄었을 것이다. 


해자의 근처에는 초본류, 즉 풀이 주로 자라는 환경이었으리라. 


그리고 북쪽으로 더 나아가면, 지금의 계림과 소하천인 발천 일대를 중심으로 느티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느티나무 숲은 남천, 형산강 등의 강변 평지에서 숲을 이루고 있었고, 주변 산지에는 참나무, 소나무 숲이 존재했다고 추정된다.
이처럼 경주 월성발굴조사는 우리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신라시대의 경관을 복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이 조금 더 진척된다면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환경을 단순히 상상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가상현실 기술 등과 접목하여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도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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